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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짤’과 ‘드립’, 무슨 의미가 있을까[진단②] 성과주의 매몰, 계급장 떼고 브랜드 쌓아야

[더피알=안선혜 기자] 디지털 시대 혁신을 외치던 언론은 왜 ‘하잘 없는’ 드립으로 얻은 클릭에 만족해하고 있는 것일까. (관련기사: 디지털 시대 언론의 착각)

연성 콘텐츠 생성으로 쌓은 트래픽을 영향력으로 여기는 자아도취의 이면에는 성찰 없이 트렌드만 쫒아간 제작 환경이 지적된다.

   

여기엔 언론사 내부 조직 차원의 문제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디지털 부문이 본령인 종이신문이나 방송뉴스 인력들과 대등하게 호응하는 조직이 아니라 주변적이고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기 때문이다. 닷컴과 본지 인력의 차등이 대표적 예다.

소셜로 옮겨온 무대에서도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 작업을 담당하는 인력들은 비정규직, 혹은 인턴으로 구성되는 것도 상징적이다.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면서도 비즈니스에 대한 고민으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최진순 한국경제 디지털전략팀 차장은 “빨리 성과를 내야 본령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투자도 이끌어낼 수 있기에 콘텐츠의 질과 방향에 대한 논의보다는 성과주의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성찰 없는 생산 환경은 결국 잘 된다고 하는 것들을 따라 천편일률적이고 짜깁기 형식의 실험들로 점철된 콘텐츠를 생산하는 원인이 된다”고 진단했다.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짤방(애니메이션 효과를 내는 gif 파일)을 만들고, 해외 가십성 영상을 올리면서 스스로 디지털 혁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만족하는 식이다.

최 차장은 “디지털 뉴스 조직에 있는 사람들이 지향하고 가다듬어야 할 것은 콘텐츠 형식이나 디지털 테크닉이 아니라 공동체가 중요 하게 다뤄야하는 주제와 그에 대한 메시지”라며 “그것을 디지털 플랫폼에 근접시켜 더 많은 독자들에게 알리고, 독자들로 하여금 이 문제에 대해서 발언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디지털 뉴스 조직의 미션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아이덴티티 필요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엄청나게 많은 채널이 등장한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더 이상 채널 하나, 확성기 하나를 가졌다고 영향력을 갖는다는 생각은 망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각 언론사들의 페이스북 페이지 로고.

김 교수는 “이제는 담론 경쟁의 시대”라며 “대안 정보를 얻을 기회가 훨씬 많아진 지금의 환경에서 더 이상 사람들은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를 더 찾을만한 정보원이라 믿지 않는다”며 이를 ‘정보 풍요의 역습’ 이라 표현했다.

기존 특정 언론사가 갖고 있던 영향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이제 계급장이 아니라 뉴스의 완결성과 독립성, 친화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과거에도 대중들의 눈높이에서 맞춰 쉽게, 또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일은 중요했지만 요즘같은 정보 홍수의 시대에는 더욱 사람들이 자기 수준과 맥락에 맞게 충실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곳에 보다 의존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곳은 언론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장은 “언론들이 디지털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못 보고 있기에 혁신이 더뎌지고 있지만, 하지 않으면 죽는다. 우선 사활을 걸고 영향력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독자는 우리 편에 있지 않다”며 “독자들이 온라인에서 언론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건 맞지만, 로열 시청자가 없다”고 진단했다. 가령 특정 언론사를 아느냔 질문엔 다들 안다고 대답할 테지만, 한 달 동안 온라인에서 이 언론사의 콘텐츠를 본 것이 있냐는 질문에는 다들 확신에 찬 대답을 하지 못할 것이란 이야기다.

강 소장은 대안으로 ‘콘텐츠 아이덴티티’를 제시했다. 모든 콘텐츠마다 이미지 통일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가령 편집하는 사람마다 글자 크기 혹은 폰트, 색상이 달라지는 현상은 콘텐츠 아이덴티티를 저해하는 요소다.

   
▲ 콘텐츠 제목에 마우스 커서를 갖다 대면 복스(vox) 로고의 고유색인 노란색이 표시가 된다. 가디언은 해외 소식을 다루는 영상에는 항상 청색 로고를 삽입한다.(오른쪽)

가디언의 경우 뉴스의 종류마다 색상을 달리해 가디언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해외 소식을 다루는 영상의 경우 청색 로고를 삽입하고, 라이브 영상이 포함된 콘텐츠는 홈페이지에서 빨간색으로 표시하는 식이다.

버즈피드(BuzzFeed)의 경우 소셜 이슈를 다룰 때는 배경색이 까맣게 들어간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워터마크 삽입이나 타이포그라피를 통일하는 방식도 존재한다. 콘텐츠만 보아도 복스(VOX)인지 버즈피드인지를 알 수 있다. 이미지나 스토리텔링에 고유의 통일된 스타일을 부여하면서다.

뉴스룸 독주에서 독자 고려로

이밖에도 해외에서는 저널리즘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 독자에게 찾아가는 콘텐츠가 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성해 교수는 “해외의 경우 디지털 전문가와 뉴스 제작 인력을 같은 팀으로 만들어 서로 장단점을 배우게 하는 융합이 많이 진행되고 있고, 때로는 디지털팀을 아예 독립 회사 형태로 만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해외 혁신 언론을 대표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이다. 김 교수는 “뉴욕타임스의 경우 그들만이 쓸 수 있는 기사, 주 독자층이 분포하는 뉴욕과 관련된 기사는 특화시키되, AP통신이나 로이터 등에서 얻을 수 있는 뉴스는 만들지 말라는 지침이 생겼다”며 달라지는 분위기를 전했다.

다양한 장애 요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도 디지털 혁신을 위한 역동적 움직임이 발견되고 있다.

최진순 차장은 “많은 매체가 디지털 퍼스트를 내부에서 논의하기 시작했다”며 “PC 웹 환경에서 포털 같은 유통 사업자들에게 밀렸던 부분을 모바일에서는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화두였고, 소셜에서도 젊은 독자들에게 자사 브랜드를 어떻게 알릴 것인가 하는 디지털 브랜딩에 대한 고민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아주 부정적인 상황만은 아님을 피력했다.

일례로 최근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행사를 앞두고 불거진 기념곡 지정 문제 등 묵직한 소재를 다루는 디지털 콘텐츠들이 나왔고, 소셜에서는 기자들이 독자와 나름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차장은 “비로소 뉴스룸 독주 문화에서 시장과 독자 고려 지점으로 나가고 있는 모습”이라며 “물론 아직까지 드립 의존이나 품격 잃은, 본질과는 무관한 형식주의에 의존하는 콘텐츠가 다수지만, 어떤 변곡점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는 견해를 전했다.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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