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코리아’ 논란, 달 대신 손가락만 봐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논란, 달 대신 손가락만 봐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6.07.0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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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불은 표절 시비…전문가들, 장기적 브랜드 전략 부재 지적

[더피알=안선혜 기자] ‘3세대 오픈형 도시 브랜드 vs 콩글리시, 아마추어스러움….’ 지난해 11월 서울의 새 도시브랜드 슬로건 ‘아이서울유(I.Seoul.U)’를 놓고 펼쳐진 공방이었다. (관련기사: 전문가들이 본 논란의 ‘I.Seoul.U’) 

국가나 도시 브랜드는 지켜보는 눈이 많은 만큼 쉽게 논쟁거리가 되곤 한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서 발표한 새 국가브랜드 슬로건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도 정치권은 물론 관련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오른쪽)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새 국가브랜드 표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무엇보다 지난 6일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표절 의혹은 이제 막 태동한 브랜드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크레이이티브 코리아’가 프랑스 국가산업 슬로건인 ‘크리에이티브 프랑스’를 베꼈다는 주장인데, 문구 유사성뿐 아니라 빨강과 파랑이 들어간 동일한 배색 등이 지적됐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마저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전혀 ‘크리에이티브(CREATIVE)’ 하지 않다”며 날을 세우면서 논란은 급속도로 커졌다.

이에 문체부는 “전문가들과 프랑스 쪽 로고와의 유사성을 검토했다”면서 “태극의 ‘빨강과 파랑’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 시안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표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가 슬로건 논란이 크리에이티브 여부로 옮겨가자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도 가세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창의적’이라는 말을 영어로 대신할 수 있는 단어가 ‘CREATIVE’가 아니면 무엇이 있을까요?”라며 “‘크리에이티브’라는 단어가 프랑스의 전유물도 저작권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문체부 입장에 힘을 실었다. 

▲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활용 시안.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표절 여부 보다는 장기적 브랜드 전략이나 철학, 해당 슬로건의 완결성 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국가의 이미지를 대표할 브랜드에 대한 논의가 모두 표절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는 “표절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한 단어로 대상을 규정하는 형태의 슬로건은 분명한 한계가 있는 타입”이라며 “쓰더라도 절묘하고 핫한 단어를 선택했어야 하는데, 크리에이티브는 너무 범용적이다”고 평가했다.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는 “표절까지는 아니”라고 보면서도 “형용사 수식 형태로 슬로건을 쓸 경우 영어권 사람들은 이를 하나로 인식해 의미 전달에 있어 임팩트가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프랑스나 미국처럼 특정 국가에 대한 풍부한 연상이미지가 형성돼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시 완결형 문장구조를 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고 제언했다.

동시에 크리에이티브가 한국을 대표하기에 적합한 가치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크다. 황 대표는 “브랜드의 핵심 지향점인 아이덴티티를 잘 나타내주어야 하는데, 대한민국 핵심 지향점이 크리에이티브냐 했을 때 누가 봐도 현 정부의 슬로건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같은 관점에서 최장순 엘레멘트 공동대표 역시 “크리에이티브라는 게 미래지향적이고 우리만의 변별적 키워드인지 의문”이라며 “맥락과 관점이 정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국가 차원의 대형 브랜드 프로젝트에서 장기적 전략이 미흡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 대표는 “지난해 관광브랜드인 이매진 유어 코리아도 굉장히 이슈가 됐는데, 1년만에 통합하는 브랜드로 가져가겠다는 건 전략적 일관성이나 계획 없이 브랜드를 적용하는 모습”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4년 하반기에 ‘이매진 유어 코리아(Imagine your Korea)’를 관광브랜드로 발표했으나, 새 국가브랜드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확정하면서 이를 통합하기로 했다.

이희복 상지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국가브랜드를 둘러싼 논쟁을 놓고 “달을 가리킬 때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보고 있는 꼴”이라며 “브랜드 정체성이 먼저고 그 다음이 커뮤니케이션(슬로건 등 브랜딩 활동)인데 손가락에 해당하는 슬로건, VI(비주얼 아이덴티티)만을 놓고 왈가왈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아무리 완벽한 슬로건을 만들어도 찬반은 갈릴 수밖에 없고, 다음 정부에서 뒤집으면 끝”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의 방향성과 지속성, 확장성을 잘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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