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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유발 의지 vs 위기관리 의지, 누가 이길까[정용민의 Crisis Talk] 성패 핵심은 ‘굳건한 공감대’

[더피알=정용민]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위해 기업이나 조직이 가져야 할 가장 소중한 자산은 무엇일까? 

위기관리 역량이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위기관리 철학이나 원칙을 꼽기도 한다. 누구는 위기관리 예산이 중요한 자산이라 이야기한다. 훈련된 조직이나 비상연락망이라고 하기도, 또 평소에 잘 배양된 이해관계자 네트워크를 절대적 자산이라 평하기도 한다.

이중 제대로 된 위기관리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자산은 내부 최고의사결정자로부터 신입직원에 이르기까지 공유돼 있는 몇 개의 ‘굳건한 공감대’일 것이다.

   

그 공감대란 ‘(비즈니스와 활동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라도 일으키면 절대 안 된다’가 첫 번째다. 의사결정이나 일선직원들이 세부적으로 개별 실행으로 인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를 항상 우려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래야 “비즈니스 하면서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렇게 난리들인가”하는 위기 시 문제성 있는 의식 또한 경계할 수 있다.

두 번째 소중한 자산으로서의 공감대는 ‘문제가 있으면 당장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위기관리에서 이런 정의가 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 이 정의에 비춰볼 때 최고경영자나 일선에서나 문제를 발견하면 당장 그 문제를 고쳐 해결해버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소중한 공감대는 ‘한번 발생한 문제는 다시는 발생시키면 안 된다’이다. 대부분 위기를 겪고 고생한 기업이나 조직원들은 이런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개인적 의지는 한두 달을 못 넘긴다. 그런 개인적 의지가 조직의 개선으로 직접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전의 고통은 반복된다. 개인들의 의지도 반복된다. 반면 조직의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실수들 또한 반복된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강력한 공감대가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이런 훌륭한 위기관리 자산이 부족한 기업들의 경우 어떤 현상을 보일까? 살기 위해서는 사소한(?) 문제란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조직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일정 수준의 문제는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니냐 자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격담합 논란을 보자. 업계에서 가격을 담합하는 행위는 큰 법적 처벌을 받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실무자들과 임원들 간에는 별반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곳들이 있다. 

그러면 안 된다고는 하지만 최고경영자나 일선직원들의 마음 속에는 ‘우리만 그러는 것도 아닌데’ 또는 ‘이런 협의는 업계의 관행인데 무슨 문제인가’하는 잘못된 생각을 한다.

일부는 ‘정기적으로 몇 년마다 나오는 논란인걸 뭐… 법적으로 다투다 보면 상당부분 감면도 되고, 모두 정상적 사업을 다시 할 수 있게 되니 어차피 남는 장사’라는 생각까지도 한다. 이런 의식이 있는 기업이나 조직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불가능한 게 당연하다.

문제를 문제라 부르지 못하면…

‘문제가 있으면 당장 고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없는 기업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런 기업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최고의사결정자나 일선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이게 실제 큰 문제로 곪아터지기야 하겠어? 내가 십년간 이걸로 문제된 적을 한 번도 본적이 없어’. 일종의 폭탄 돌리기를 하는 기업이나 조직이다.

‘이 문제를 내가 발견해서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해서 자칫 내가 문제를 일으킨 사람처럼 인식되면 어쩌지?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보신책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한다. 특히나 전문경영인 체제의 기업이나 조직들이 그런 보수적 생각에 익숙하다. ‘문제’라는 말조차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이를 ‘문제시’하는 것을 조직에 대한 반동이라 본다.

위기관리는커녕 위기에 대한 정의조차 불가능하니 위기관리가 잘 될리 없다. 가령 문제가 된 사업에 대해 언론이나 사법기관이 조사하며 “이런 문제가 언제부터 발생했습니까? 문제를 최초 인지한 것이 언제입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는 기업이나 조직들이 있다. “십여년 전에 처음 인지했지만 그 때는 그렇게 큰 문제인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한번 발생한 문제는 다시 발생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없는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자주 유사한 위기가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실제 국내 기업이나 조직들에게 발생하는 위기들을 분석해 보면 상당수가 아주 익숙하다.

왜 유사한 위기가 반복되는지 질문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어쩔 수 없는 위기”라거나 “답이 없는 위기”라고 답한다. 진짜 그럴까? 진짜 조직 내에 ‘한번 발생한 문제는 다시 발생하면 안 된다’는 정확한 공감대가 있는데도 그럴까.

트레이닝은 화술이 아니다

식품업계에서 주로 발생하는 위기를 꼽으라고 하면 이물질, 품질, 성분논란, 리콜, 고객 컴플레인 등의 유형이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주로 발생하는 위기들은 제품하자, 안전논란, 가격논란, 규제 위반, 리콜, 고객 컴플레인 등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유사하게 반복되는 것들이다. 해당 위기 유형의 반복적 발생을 완전하게 재발방지 할 수 없다면, 그 발생 빈도나 심각성을 관리해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다. 그것이 올바른 공감대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앞선 세 가지 공감대 형성이 사내에 반드시 필요하다. 어느 하나에 대한 공감대만 부족해도 위기는 계속 발생되고 어처구니없이 관리된다.

시스템을 갖추자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런 공감대 없이는 불가능한 과제다. 예산을 퍼부어도 유사한 위기는 반복된다. 아무리 역량 있는 컨설턴트나 전문가를 임원으로 영입해도 그런 공감대 없이는 위기를 이기지 못한다.

위의 세 가지 공감대가 전혀 없는 기업은 말 그대로 ‘위기유발 의지가 강한 기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문제유발 의지를 공유하는 기업이나 조직에게 위기관리란 ‘기술적으로 발생한 위기를 무마 또는 모면하는 스킬’로 정의된다.

똑같은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아도 이런 기업이나 조직은 ‘말을 교묘하게 해서 언론의 취재를 무력화시키는 기술’로 이해한다. 위기관리 트레이닝이나 시뮬레이션 또한 ‘전사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이를 일사불란하게 무마 모면하는 훈련’으로 받아들인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을 ‘위기를 감쪽같이 넘기게 해주는 마술사’로 착각한다.

백약이 무효하기 때문에 다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일견 이해는 간다. 자신의 회사나 조직을 정확하게 알기 때문에 근원적인 위기관리란 있을 수 없다는 토로라고도 보인다.

이렇듯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힘든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 본능적인 ‘문제유발 의지’를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위기관리 의지’가 답이다. 


 

정용민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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