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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죽음의 양면성과 언론의 책임[기고] 박일준 LIFE 자살예방행동포럼 공동대표
승인 2016.07.13  17:00:48
박일준  |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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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박일준] 배우 김성민의 자살은 한국 사회에 또 한 번 무거운 책임과 과제를 안겼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 속에서 안타까운 죽음이 더해졌고, 그마저도 트래픽 올리기에 이용하는 한국 언론의 민낯이 드러났다. 오죽하면 사건 당시 보건복지부가 각 언론사에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을까.

   
▲ 자살을 기도해 뇌사 판정을 받고 장기기증을 한 뒤 세상을 떠난 고 김성민의 빈소 모습을 취재진이 카메라에 담고 있다. 뉴시스

자살보도시 가장 크게 우려되는 점은 ‘베르테르 효과’다. 유명인 또는 평소 존경하는 사람이 자살할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 자살 시도를 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과거 최진실 등 유명인이 죽은 후 모방률이 급격히 증가한 바 있다.

특히 유명인 자살보도는 일반인보다 14.3배나 높은 모방 자살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럼에도 언론을 비롯해 각종 미디어에서 자살을 ‘콘텐츠’로 활용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목격된다.

자살보도 권고기준은 다음과 같다.

△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를 최소화해야 한다
△ 자살이라는 단어는 자제하고 선정적 표현을 피해야 한다
△ 자살과 관련된 상세 내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 자살 보도에서는 유가족 등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 자살과 자살자에 대한 어떠한 미화나 합리화도 피해야 한다
△ 사회적 문제 제기를 위한 수단으로 자살 보도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 자살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알려야 한다
△ 자살 예방에 관한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 인터넷에서의 자살 보도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각종 언론이 쏟아내고 있는 자살 관련 보도들을 보면 권고기준이 무색할 정도다. 자살을 미화 또는 묘사하는 기사가 봇물을 이루는 반면, 자살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다루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김성민 관련 언론보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자살을 기도한 지난 6월 24일 이후 약 2주간 1066건의 관련 보도가 있었는데, “김성민, 이제는 고통 없이 편히 쉬시길” “故 김성민, 5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영원한 별이 되다”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 등 기사 제목에서부터 그의 죽음을 미화하거나 자살을 방조하는 듯한 뉘앙스가 적지 않았다.

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에겐 이런 식의 보도가 별 영향을 주지 않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위험한 내용이다. 자살위험군의 사람들에게는 고통을 끝내는 방법으로 죽음을 고려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민의 장례가 치러지던 지난 6월 26일 블로그와 트위터의 관련 콘텐츠들을 보면 긍정 7551건, 부정 2947건으로 나타나 긍정이 부정의 2.5배 이상이었다. 베르테르 효과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물론 김성민의 죽음은 과거 다른 연예인의 자살과는 다른 점이 있다. 장기기증이다. 앞선 온라인상에서의 긍정적 반응들도 그의 장기기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마음한몸장기기증센터의 온라인 등록 신청자 수가 김성민의 뇌사 판정 이후 하루 평균 5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해마다 신청자가 20∼30%씩 줄던 점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그런 면에서 김성민의 죽음이 장기기증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돼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기증이란 ‘선행’이 그가 선택한 ‘자살’과 혼동돼서는 안 된다. 삶의 마지막을 장식한 선행에 대한 인식들이 자살을 정당화하는 쪽으로 전환, 전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언론보도는 이에 대한 가르마를 명확히 타줘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베르테르 효과에 반대되는 ‘파파게노 효과’가 있다. 파파게노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등장하는 인물로 연인과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비관해 자살을 시도한다. 이때 세 명의 요정이 나타나 희망의 노래를 전하고, 이들의 도움으로 죽음의 유혹을 극복한 데서 유래했다.

파파게노 효과는 선진국에서는 종종 찾아볼 수가 있다. 일례로 1994년 전설적인 록그룹 너바나(Nirvana)의 리더인 커트 코베인이 권총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을 넘어 호주까지 전 세계 언론들은 모방 자살을 우려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자살자 수는 늘지 않았다. 확연히 달랐던 언론보도의 결과였다. 언론들은 ‘그의 자살은 끔찍한 일이다’며 부정적인 내용들을 쏟아냈다.

그러한 언론보도는 커트 코베인의 아내인 코트니 러브로부터 나온, 그를 향한 저주의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코트니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일관되게 “그의 자살은 이기적이고 비열한 짓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고통을 줄이고자 가족을 버린 행위를 비난한 것이다.

언론은 그의 자살이 얼마나 헛되고 비극적인 일인지를 계속해서 보도했고, 결과적으로 모방 자살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알코올 중독, 마약, 우울증의 심각성이 사회문제로 부각됐고 관련 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계기가 됐다.

한국 사회에서 자살한 남편을 향해 아내가 이런 말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언론이 자살자를 비난하는 보도를 한다면 우리 대중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과거 패턴으로 볼때 십중팔구 ‘죽은 사람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며 맹렬히 비난하고 칼질을 해댈 듯싶다. 돌팔매질을 당할 것이 뻔하다.

물론 고인을 욕되게 해서는 안 된다. 고인에 대한 예의를 갖춰 그가 어떠한 삶을 살아왔던지 잘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비난에 대한 두려움과 잘 떠나보내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유명인 자살을 지나치게 미화해선 안 된다.

한 사람의 죽음에는 복합적인 생각과 감정이 따른다. 안타까움과 동시에 원망도 존재할 수 있다. 언론은 그런 생각들을 고르게 다뤄야 한다. 특히 김성민의 죽음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자살과 장기기증이다. 그의 죽음을 위로하고 선행은 칭찬하되, 자살의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주어야 한다. 

미국 웨인주립대학교 정신의학과 스티븐 스택 교수는 “언론이 자살을 부정적으로 보도하면 대중은 절대 따라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만큼 언론보도는 자살을 바라보는 대중의 태도를 결정한다.

자살로 인한 죽음은 애도하되 미화해서는 안 된다. 아니, 오히려 자살이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말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비극적 선택을 막지 못한 사회와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파파게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또 다른 자살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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