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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관행’이 반복되는 이유
‘나쁜 관행’이 반복되는 이유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6.07.15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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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광고비=눈먼돈’ 인식 여전…에이전시업계 옥석 가려내야

걸핏하면 홍보논란…업계 ‘실제 관행’은 무엇?에 이어...

[더피알=박형재 기자] 업계 관행을 종합하면 공통적인 특징이 엿보인다. 돈줄을 쥐고 있는 기업이나 큰 광고회사들은 갑질, 비자금 조성이 가장 큰 골칫거리고, 아랫단에서 움직이는 에이전시들은 살아남기 위해 꼼수나 비리를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관행이 스스로 가치를 낮추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이다. 나쁜 관행이 꾸준히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기업 입장에서 ‘광고비는 쉽게 세이브할 수 있는 돈’이란 인식이 문제다. 홍보활동은 투자 대비 성과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만일 연간 광고비를 100억원으로 책정했다고 가정하면 정확하게 나가는 돈인 매체 집행비를 제외하곤 제작 단계나 하청 과정에서 금액을 줄일 수 있는 구조다. 대형 이벤트나 오프라인 프로모션 등에서도 비용을 부풀려 산정하고 나머지 돈을 ‘킵(keep)’ 하는 게 가능하다.

홍보인 C는 “이게 정신노동이고 공장 생산물량처럼 딱 측정되는 게 아니니까 ‘눈먼돈’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며 “물량을 주는 대신 리베이트를 요구하면 대행사 입장에선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것도 관행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어떤 분야든 전문직으로 인정받으려면 세 가지 기준이 필요한데 ▲전문적인 지식 ▲철저한 윤리의식 ▲체계적인 보상 시스템이 그것이다. 사회통념상 아직까지 ‘PR업=전문직’이란 인식이 부족한 데다 물가상승률을 역행하는 보상체계(fee)로 정상적 업무관계 대신 관행으로 움직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분석이다.

관행은 범죄, 경각심 필요

‘관행’의 사전적 의미는 ‘오래전부터 해오는 대로 하다’란 뜻이다. 각종 비리나 편법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눈감고 귀를 닫는다. “관행인데요”라는 항변에는 “다들 하는데 왜 나만 갖고 그러냐?”는 억울함이 담겨 있다. 관행으로 문제가 된 당사자는 ‘운이 없었다’고 여긴다.

관행은 비단 광고·PR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이슈가 된 법조계 전관예우나 미술계 대작사건, 대우조선 공기업 낙하산 등 각종 비리들 역시 관행으로 포장됐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관행은 결국 부정부패, 횡령과 같은 범죄를 동정심을 자극하기 위한 단어로 달리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업계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이 심상찮다. 최근 외국계 광고회사 JWT애드벤처는 불법 자금을 조성해 광고주(KT&G)에게 ‘뒷돈’을 건넨 혐의로 물의를 빚었다. (관련기사: ‘비자금 논란’ JWT 폐업 공식화) 대홍기획은 지난해 매출 58.8%가 롯데 계열사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돼 롯데 오너일가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치권 리베이트 의혹까지 불거졌다.

관행을 당장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조금이라도 근절하기 위한 방법론을 다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은 PR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일부 기업은 PR회사에 서비스 단가를 후려치고 이를 ‘실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예컨대 1000만원짜리 용역비를 900만원으로 깎고 100만원 세이브했다고 뿌듯해하는 것이다. 이보다는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최고의 성과를 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기업에서 홍보예산을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부 홍보팀은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메우기 위해 PR회사와 짜고 돈을 빼돌려 예비비로 책정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꼼수를 부려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인데 이 역시 원칙적으론 편법이다.

모 기업 관계자는 “홍보팀 예산은 매년 줄어 ‘마른수건 비틀어짜기’인데 매체는 늘어나니 대응이 쉽지 않다”면서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나올 구멍이 없으니 딴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나쁜 에이전시’에 대한 옥석가리기도 시급하다. 서비스 대행을 하는 에이전시는 능력 없고 비윤리적이면 그 바닥에서 자연히 소문이 난다. 그렇기에 상습적으로 물을 흐리는 곳은 업계 스스로 퇴출시키는 결단이 요구된다. 협회 차원에서 ‘왕따’를 시키거나, 강력한 윤리 규정을 만들어 3진 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각 회사들이 자체 강령을 만들어 준수 선언을 하거나 상징적인 자구책, 개선의지를 보여줘는 것도 필요하다.

리베이트 관행은 광고업계의 문제이지 PR업계의 문제는 아니며, 개인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만큼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의견도 있다.

D홍보인은 “5년 전에는 리베이트 등 나쁜 관행이 상당히 많았지만 요즘은 기업 감사가 철저해지고 내부적으로도 윗선 압력에 대한 반감이 심해 대단히 보수적인 조직이 아니면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서 “논란이 된 일부 광고회사들의 부정행위를 PR업계 전체로 확장시키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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