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타트 손글씨’가 남긴 것
‘해비타트 손글씨’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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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2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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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스의 팀플노트]성공적 기부 캠페인의 공식

"삶을 변화시키는 희망의 집짓기 해비타트를 ‘000’이 응원합니다."

[더피알=브랜디스] ‘모든 사람에게 안락한 집이 있는 세상’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설립된 국제 비영리단체 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가 진행한 손글씨 캠페인이다.

해당 문구를 손글씨로 적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으로, 해비타트 측은 손글씨 1000개가 모이면 주거 환경이 열악한 아동 가정 한 세대를 선정해 지붕보강, 도배, 장판작업 등 집 보수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캠페인의 지속성을 위해 참여자가 다음 사람을 지목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릴레이 방식 덕분에 캠페인은 9000건이 넘는 게시글과 함께 성황리에 마무리됐고 종료된 후에도 기부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 해비타트의 손글씨 캠페인에 참여한 이들의 메모.

릴레이 식이라는 점에서 몇 해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아이스 버킷 챌린지 캠페인’이 떠오른다. 루게릭병(ALS)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치료법 개발을 위한 모금을 위해 진행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한 사람이 얼음물을 뒤집어 쓴 후 캠페인에 참여할 3명을 지목하고, 지목 받은 이들이 24시간 안에 똑같이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를 기부하는 캠페인이었다. ▷관련기사: 조인성도 했다! 국내 상륙한 물세례 릴레이

기부하는 사람들은 남들에게 자신의 선행을 알림으로써 뿌듯함과 함께 자랑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는 ‘상징적 혜택’과 100% 순수하게 타인을 도와주는 마음으로 기부하는 ‘이타적 혜택’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타인을 위한 선한 마음’이라는 동기 위에 기부를 통해 얻는 오감의 즐거움이라는 경험적 혜택, 남들에게 보이는 것에 대한 상징적 혜택이 더해졌기에 세계적으로 성공하게 됐다. 반면 해비타트의 캠페인은 오락적 요소보다는 이타적 혜택이 강하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남들에게 보이는 상징적 혜택은 강조된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위로부터의 혁명 → 아래로부터의 혁명

두 캠페인의 차이점을 좀 더 짚어보면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마치 ‘위로부터의 혁명’과 같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먼저 보여주고 그것이 큰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행이 휘몰아치고 간 자리처럼 지속력이 굉장히 짧고 관심은 빠르게 식었다.

이에 비해 해비타트 손글씨 캠페인은 마치 ‘아래부터의 혁명’처럼 따뜻하고 잔잔했다. 그래서 생명력도 길다. 때문에 캠페인이 종료된 지금도 정성스레 적은 손글씨가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캠페인의 참여 방식도 차이가 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그 절차가 다소 까다로웠다. 지목을 받으면 제한시간 내에 얼음물과 그것을 찍을만한 기기를 준비하고 촬영한 동영상을 직접 업로드해야 했다. 그것이 싫을 경우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금액인 100달러, 약 10만원을 기부하고 인증했다.

하지만 해비타트는 그저 손으로 글씨를 쓰고 해시태그만 달면 된다. 참여가 쉽다는 점에서 특히 소셜미디어 활동이 활발한 대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일반 대중에게까지 넓게 확산되지 못한 것은 ‘유명인들이 하는 행위를 따라 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기부에 있어서도 남들에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대놓고 자랑하는 것보다는 은연중에 자신의 기부를 알리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두 가지 사례를 통해 기부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요인들을 알 수 있다. 먼저 많은 이들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부담이 적어야 한다. 기부를 하는 방식이나 소요되는 시간 등이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할 것이다. ‘쉐어 앤 캐어(Share & Care)’의 경우 페이스북에 공유만 해도 1000원을 기부할 수 있게 한다.

▲ ‘#우유원샷 릴레이 캠페인’ 참여자들의 모습.

두 번째로, 자신의 기부를 알릴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 과거 구호단체를 통한 성금 기부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남몰래 하는 선행이 미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나의 선한 행동을 은연중에 알림으로써 또 다른 누군가의 동참을 이끌어 낸다.

수익금의 일부가 위안부 할머니에게 전달되는 ‘마리몬드’ 휴대폰 케이스나 결식아동을 후원할 수 있는 ‘B-friend’ 팔찌 등은 타인에게 나의 행위를 알리는 수단이 된다. (관련기사: 남을 위한 소비의 자유, 문화 트렌드로 부상) 더불어 아이스 버킷 챌린지 캠페인도 ‘with ice’ 팔찌를 통해 일반인들의 부담 없는 기부 참여를 다시 끌어내고 있다.

성공하는 캠페인의 공식을 따라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캠페인이 있다. 매일유업의 ‘소화가 잘되는 우유’가 우유를 마시는 즐거움을 되찾자는 의미에서 진행하고 있는 ‘#우유원샷 릴레이 캠페인’이 그것이다.

이 캠페인은 매일유업과 아동복지 전문기관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연계, 캠페인 이벤트 참여자 1명당 우유가 꼭 필요한 어린이 1명에게 일주일 분량의 멸균제품을 기부하는 것이다. 참여방식은 개인 소셜미디어에 우유를 마시는 사진 혹은 영상을 올리고 캠페인 참여 독려를 위해 이벤트에 동참시킬 1명을 지목하면 된다. 쉽지만 재미난 형식으로 캠페인 시작 일주일 만에 인스타그램에 1000개가 넘는 ‘#우유원샷’ 해시태그가 올라왔다.

소셜미디어 시대엔 누구나, 쉽게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줄 수 있어야 기부도 소셜하게 성공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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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을 통해 나와 이 사회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세종대학교 브랜드 전략 연구회. 캠페인 및 커뮤니케이션 사례 등을 마케팅을 배우는 학생의 시각으로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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