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합헌에 술렁이는 홍보인들…“기자관계 어쩌나”
김영란법 합헌에 술렁이는 홍보인들…“기자관계 어쩌나”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7.2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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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언론 홍보’ 일대 변화 예상, 광고압박 더 심해질 수도

[더피알=문용필 기자] 그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즉,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8일 ‘합헌’ 판결을 내렸다. 마지막 장애물이었던 헌재 위헌심판까지 돌파한 김영란법은 예정대로 오는 9월 28일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됐다.

김영란법의 언론인 적용이 확정됨에 따라 일선 홍보인들은 술렁이는 분위기다. 일정금액의 접대를 받게 될 경우 처벌이 뒤따르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기자들과의 스킨십을 매개로 한 대언론접촉 방식에 커다란 변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김영란법에 대해 28일 합헌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뉴시스

모바일과 인터넷 등 다양한 플랫폼이 발달하고 신문과 방송 등 전통적인 매체 권력은 점점 약화되면서 과거보다 그 의존도는 약해졌지만 언론은 여전히 중요한 홍보수단이다. 아직도 기사 한 줄에 일희일비하는 기업들은 대다수이고 기자는 ‘갑’, 홍보인은 ‘을’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홍보인이 기자를 만나 식사나 술자리를 갖는 것은 그간 자연스러운 관행이었다. 그런 만큼 기업 홍보담당자들 입장에서 보면 ‘식사비 3만원’ ‘경조사비 5만원’은 충분한 액수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간단한 점심식사라면 모르겠지만 좀 ‘괜찮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거기에 술자리까지 더해진다면 1인당 3만원을 훌쩍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한 까닭이다.

우리사회가 점점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과거의 촌지나 뒷돈 같은 문화는 많이 사라졌지만, 언론 대상 골프접대나 해외취재 지원 등은 여전하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이는 사실상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된다.

친분 있는 기자의 경조사에 큰 액수의 부조금을 내는 일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프로모션 이벤트에 모인 기자들에게 기념품이나 자사 제품을 제공하는 것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갑을관계 청산…“홍보력 승부 가능해질 듯”

부패를 막기 위한 법안의 취지에는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김영란법을 바라보는 홍보인들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여기에는 기업별·업종별로 대언론홍보 비용의 규모와 관행 등이 다른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보력으로 승부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B사 홍보 담당은 “통용되는 (접대) 관념자체가 좀 더 검소해지고 명확해질 것이기 때문에 부담 없는 대외커뮤니케이션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한 “예전에는 기업 규모에 따라 기자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에 편차가 좀 있었지만, 그런 것들이 줄어들면서 정말 (순수한) 홍보 실력이나 홍보가 될 만한 긍정적인 아이템으로 더 주목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고 내다봤다.

▲ 지난해 김영란법 통과에 대한 입장 발표를 마친 후 언론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고있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뉴시스

반면 현실적으로 대언론홍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홍보인들에게 기자들과의 접촉은 자사 홍보뿐만 아니라 정보를 취득하는데 중요한 수단이 되는데, 접대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업무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A사 홍보인은 “법 취지 자체는 충분히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식사접대비 등의 측면에서 보면) 금액적인 부분도 그렇고 물가상승률을 봤을 때 과연 현실적인지 의문이다. (기자들과) 밥 한끼 먹는 것도 부담스러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부담스런 밥 대신 다른 머리 굴린다?

기자에 대한 접대관행이 이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B사 홍보 관계자는 “어차피 요즘에는 실무에서 금전적으로 (언론에) 뒷돈을 주거나 과도한 로비를 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크게 바뀌는 건 없을 것 같다”면서도 “접대와 관련해서는 기자들의 도덕적 기준이 이전보다는 조금 더 올라오지 않겠느냐”고 바라봤다.

C사 홍보담당자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했다. “여기저기서 다 그 기자를 보자고 하는데 (기사거리가 될) 아이템이 얼마나 많겠느냐. (홍보)일을 하려면 기자를 만나야 하는데 그러려면 최소한 맛있는 것을 사야한다”며 “몇 개 업체만 (법에 맞춰 접대를) 하게 되면 결국에는 다 우회적으로 생각하거나 눈치를 보고 다른 머리를 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이 기업에 대해 ‘갑’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실질적으로 기업에 협찬이나 광고를 요구해서 언론사가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수익원이 되는 기업에 왕대접 받으려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근본적인 인식개선이 되지 않으면 어떤 법이 나와도 (관행이)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기업들의 대언론홍보 관행은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기업에 대한 일부 언론사의 광고압박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홍보인들이 기자들에게 밥과 술을 사고 때 되면 선물도 보내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이 없다면 광고요청이나 협찬요청을 더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D사 홍보인은 “솔직히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접대와 광고압박은 무관하다. 접대를 받았다고 광고요청을 안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모 일간지 기자는 C사 담당자와 극히 상반된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기자가 광고나 협찬을 판매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기자들이 광고나 협찬요청을 음성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안 그러면 언론사를 경영해서 흑자를 낼 수 있는 구조가 (별로)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수익사업이 중단되면 사주들은 언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고 더 이상 언론사를 경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기자들이 광고나 협찬을 판매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생존권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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