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언론이 남긴 불편한 족적들
리우올림픽, 언론이 남긴 불편한 족적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6.08.1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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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발언 #자극적_이슈몰이 #태극기보다_협찬

[더피알=안선혜 기자] 금 13, 은 10, 동 8, 매달 총합계 31개로 전체 종합 7위라는 발군의 성적을 거머쥐었던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후 중계를 맡았던 국내 방송사들에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징계가 남겨졌다.

반말, 비속어, 사실과 다른 해설, 일부 국가에 대한 비하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SBS에서 레슬링 해설을 맡았던 금매달리스트 출신 심권호 해설자는 “안 돼” “바보야, 방심하지 말라 했잖아” 등의 반복된 반말 중계로 주의를 받았다.

그밖에도 박태환 선수의 자유형 400M 경기 중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나, 유도 경기 진행자가 흥분해 “어후, 씨” 등을 연발한 장면 등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 지난 19일(한국시간) 열린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 태권도 남자 68kg급 동메달결정전 경기. 뉴시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막말 중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유독 성차별적 발언들이 지적 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자 유도 경기에서 세계 랭킹 1위인 몽골 선수를 향해 “‘야들야들’한데 상당히 경기를 억세게 치르는 선수”라고 표현했는가하면, 네팔 수영 선수에게는 “박수 받을 만하죠. 얼굴도 예쁘게 생겨가지고”라는 해설이 튀어나왔다.

선수 개인의 기량이나 경기 내용에 대한 평가가 아닌 외모에 치중한 말들이다. 온라인에서는 직접 이용자들이 나서 구글에 “2016 리우 올림픽 중계 성차별 발언 아카이빙”을 만들 정도다.

비단 성차별 발언만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무리수 클로징 멘트에 선정적 보도, 과도한 방송사 홍보 등 올림픽이 진행되는 만큼 해프닝 또한 늘어가는 모습이다. 이번 올림픽 기간 언론이 남기고 있는 다소 민망한 족적들을 추려봤다.

뭣이 중헌디?

▲ kbs가 진행한 리우 현지 스튜디오 촬영 장면. 정영식(왼쪽 위), 서효원(아래)선수 왼편 가슴에 kbs 로고가 붙어있다. 오른쪽 위 사진은 2012 런던올림픽 당시 펜싱 금메달리스트였던 김지연 선수의 현지 스튜디오 인터뷰 장면으로 방송사 로고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sbs 화면 캡처

KBS는 지난 18일 리우 현지에서 탁구 국가대표팀인 정영식, 서효원 선수를 스튜디오로 초대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선수복 왼쪽 가슴에 새겨진 태극기를 가리고 KBS 마크를 부착해 논란이 일었다.

반면, 오른편 가슴에 위치한 노스페이스(영원 아웃도어) 로고는 선명하게 화면에 잡혔다. 노스페이스는 이번 올림픽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의 공식파트너다. 한 누리꾼은 이를 두고 “협찬을 살리고 태극기를 버림”이라며 촌철살인 멘트를 남겼다.

올림픽 뉴스? 연예 뉴스?

▲ 지난 17일 방송된 mbn ‘뉴스파이터’ 클로징 화면.

“기대를 모았던 배드민턴 복식 한일전이 일본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아쉽지만 축하해야 할 건 축하해야죠. 축하드립니다, 티파니 씨.”

지난 17일 MBN ‘뉴스파이터’에서 김명준 앵커가 배드민턴 국가대표팀이 올림픽 준결승전에서 일본 대표팀에 완패한 소식을 알리면서 전한 클로징 멘트다.

광복절을 앞두고 소녀시대 멤버인 티파니가 도쿄돔 콘서트 이후 인스타그램에 일본기 이모티콘과 욱일기 문양 문구가 들어간 사진을 올린 걸 비꼰 것. 하지만 뉴스의 공익성보다는 자극적 이슈몰이로 비치기 십상인 시도다.

성차별 중계

이번 올림픽서 성차별 중계 사례는 너무도 많다. ‘2016 리우 올림픽 성차별 보도 아카이빙’에는 일반 시민들이 정리해 놓은 불편했던 중계 멘트들이 정리돼 있는데 19일 기준 40개에 달한다.

지난 6일 SBS 여자 유도 방송에서 몽골 선수를 놓고 ‘야들야들’하다고 표현한 것을 시작으로, KBS 비치발리볼 중계에선 “해변엔 미녀가, 바닷가에는 비키니” “강한 걸 좋아한다면 남자의 비치발리볼을 선호할 것이고 조금 보는 걸 좋아한다면…(다른 중계진이 해설을 끊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듯한 발언이다.

 
▲ 지난 7일 열린 여자 개인 에페 8강에서 KBS는 최인정 선수 입장 시 “무슨 미인 대회에 출전한 것처럼 웃고 있다”고 표현해 성차별 발언으로 지적받았다.

외모에 대한 품평도 다수 차지하는데, MBC는 양궁과 탁구 대표팀 인터뷰 등에서 여러 번 여자 선수들을 향해 ‘애교가 많음’을 강조하고 외모에 주목하면서 지적을 받았다. 남자 선수들 또한 외모 품평의 잣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일례로 KBS는 지난 17일 탁구 중계 중 “정영식 선수가 얼굴은 곱상한데 뚝심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성차별적 보도들이 논란이 되곤 한다. 이탈리아 스포츠신문 쿠오티디아노 스포르티보(Quotidiano Sportivo)는 아쉽게 동매달을 놓친 자국 양궁 대표선수(여자 선수)들을 지칭해 ‘통통한 3인조(Chubby trio)’라는 헤드라인을 뽑아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이 매체는 해당 업무를 담당한 편집 기자를 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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