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 된 중국의 ‘반도체 굴기’
발등의 불 된 중국의 ‘반도체 굴기’
  • 최연진 한국일보 디지털뉴스부장 (thepr@the-pr.co.kr)
  • 승인 2016.08.30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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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이슈] 기술 경쟁력 뒤져도 막대한 수요로 시장 장악

[더피알] 우리나라가 수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산업들은 대부분 중국과 겹쳐 경쟁력을 위협받고 있다. 처음에 의류가 그랬고 조선 철강을 넘어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자동차까지 이르렀다. 그나마 유일하게 중국에 비해 확실한 경쟁력을 유지하는 산업이 바로 반도체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전세계 1위 시장점유율과 앞선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아직까지 기술 경쟁력이 우리나라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수출 효자 산업으로 반도체는 확실한 위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요즘 반도체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때문이다.

중국 한자표기로 굴기(崛起)는 부흥을 뜻한다. 정부가 나서서 팔을 걷어붙이고 세계 1위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뜻이다. 그 기세가 결코 만만치 않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제안으로 8월 초 중국 내 27개 반도체기업과 연구소, 학교 등을 모아 중국 첨단 칩 연맹을 결성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반도체영도소조라는 정부 조직이 주도한 이 연맹은 한마디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와 생산 장비, 제품까지 모두 만들어 낼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학연계·인수합병으로 무섭게 성장

연구소와 학교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이를 기업들이 생산현장에서 제품화 한다는 구상이다. 사실상 중국 정부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학교와 기업 등 중국 내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위한 총력전은 지난해 발표한 국가반도체산업 발전 추진 요강에 잘 나타나 있다. 2010년부터 반도체를 7대 전략적 신흥 사업으로 육성한 중국은 2020년까지 완벽한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구축, 2030년 세계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여기 맞춰 중국은 2014년에 1200억위안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했다. 또 7월에 정부가 앞장서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과 우한신신(XMC)을 합병해 몸집을 키웠다. XMC는 우리에게 낯설지만 이미 미국 반도체 기업 스팬션과 함께 3D 낸드플래시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3D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적층형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말한다.

이 중심에 선 것이 칭화유니그룹이다. 이 업체는 중국의 명문 칭화대학이 1988년에 세운 산학연계기업이다. 그런데 최근 행보가 무섭다. 2013년 중국의 반도체 업체 잔신을 인수해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뒤 2014년 중국 기업 최초로 20나노급 주문형 반도체(SoC)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잔신은 2014년 칭화유니그룹에서 인수한 루이디커와 합병해 쯔광잔루이로 거듭났다.

쯔광잔루이도 만만찮다. 자회사 쯔광잔루이는 삼성전자, 화웨이, 레노버, HTC 등 굵직한 스마트폰 업체에 반도체를 공급하며 전세계 스마트폰 반도체의 30%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여기 그치지 않고 지난해 11월 800억위안(약 13조3000억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칭화유니그룹은 해외 반도체 업체 인수에 적극적이다. 2013년 반도체 설계업체 스프레드트럼, 2014년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을 인수했고 올해 미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래티스반도체의 지분을 일부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3위 D램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과 세계 5위의 낸드플래시 반도체 업체인 샌디스크의 우회 인수를 추진하다가 미국 정부에서 제동을 걸어 무산됐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이다. 우리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다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대만매체에서는 칭화유니그룹이 SK하이닉스 인수를 타진했으나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D램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 지난 1월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 2016(semicon korea 2016)’ 현장. 뉴시스

인재양성, 장비산업 개발 등 생태계 강화 시급

문제는 칭화유니그룹이 기업 뿐 아니라 인력 스카웃에도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과거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일본의 반도체 기술자들을 확보해 일어섰듯이 중국도 같은 방식을 밟고 있는 것이다. 기업 인수합병은 국가에서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 제동을 걸 수 있지만 인력 채용은 쉽게 막기 힘들다. 이 점이 우리에게는 더 무섭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술력이 앞서 있는 만큼 중국이 쉽게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중국의 반도체 시장 규모다.

중국은 전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가까이 소비하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소비국가다. 오보, 샤오미, 레노버 등 IT기업들은 물론이고 화웨이 등 가전업체까지 모두 반도체를 사용한다. 만약 이들이 하루아침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반도체가 아닌 중국산 반도체를 사용하겠다고 돌아서면 우리나라 업체들의 세계 시장 입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업체들의 대 중국 반도체 수출액은 68조원 규모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만의 타푸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된 플래시메모리 반도체용 웨이퍼는 월 8만5000장 수준이다. 이 가운데 8만장을 삼성전자와 미국의 인텔이 공급했다. 그러나 연구원 예측에 따르면 2020년에 삼성전자와 인텔의 웨이퍼 공급량은 월 17만장, XMC 등 중국업체들의 생산량은 월 42만장에 이르게 된다.

결국 세계 최대의 시장이 세계 최대의 생산국을 겸하게 되는 순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도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다.

따라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관련 산업에서 기술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인재 양성과 소재 및 장비 산업 개발 등 주변 생태계 강화가 필요하다. 일본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한국에 내줬지만 관련 장비 시장에서는 여전히 강국이라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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