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자기브랜딩 성공한 사람들
글로 자기브랜딩 성공한 사람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6.08.3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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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글쓰기+소셜미디어 운영으로 전문성 드러내…차별성이 핵심

글이 사라지는 시대, 글로 소통하는 이유에 이어...

[더피알=박형재 기자] 글이 귀한 시대에 글쓰기 실력을 십분 발휘해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사람들이 눈길을 끈다. 마케팅 전문가는 ‘포켓몬고 현상의 마케팅적 의미 분석’을 공유하고, 경영전문가는 기업 이슈가 터질 때마다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식이다.

소셜을 통한 브랜딩도 같은 맥락이다. 한 예로 조종완 쿠팡 온라인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짬봉닷컴’이란 블로그를 5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나 디지털 트렌드에 대한 견해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 전문가로 포지셔닝에 성공했다.

조 과장은 “짬봉닷컴은 에이전시에 다닐 때 개인적인 공부와 회사 브랜딩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꾸준히 마케팅 경험글 등을 올리다보니 비즈니스 관련 연락이 오는 등 이름을 알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글쓰기를 통해 자기브랜드를 높이는 사람들. (왼쪽 위에서부터) 조종완 쿠팡 매니저의 짬봉닷컴,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의 블로그, 최효석 로지스틱사이언스 대표의 브런치 페이지, 경향신문 칼럼을 모아놓은 서민 단국대 교수의 블로그.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도 위기관리 케이스스터디를 소셜미디어에 5년 넘게 올리며 전문가로 명성을 쌓고 있다. 송 대표는 “페북에는 광고, 위기관리, 온라인마케팅 이야기를 올리고, 블로그는 검색이 되고 휘발성이 약하니 긴 호흡의 전문적인 위기관리 분석을 올린다”고 설명했다. 플랫폼별로 메시지를 다르게 가져가는 전략이다.

최효석 로지스틱사이언스 대표는 글쓰기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스타트업 CEO이자 경영컨설팅 전문가인 그는 페이스북, 브런치 등에 꾸준히 기획, 실무, 물류 관련 통찰이 담긴 글을 올려 큰 인기를 얻었다.

브런치 구독자는 2000명, 페이스북 팔로어는 7300명에 달한다. 쿠팡과 이마트의 물류전쟁을 다룬 ‘쿠팡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8가지 질문’이나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이 꼭 알아야 할 기본 자세’ 등의 글이 널리 회자됐다.

최 대표는 “페북과 브런치 등에 꾸준히 글을 올린 결과 강의요청의 80% 이상은 SNS를 통해 연락이 온다”면서 “자신을 어필할 수단이 부족한 신인의 경우 소셜미디어가 가장 효과가 높은 채널”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유명인이 된 서민 단국대 교수도 글쓰기로 인생이 바뀐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다. 2002년 <기생충의 변명>이란 책을 펴내 기생충에 해가 없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쳤고, 네이버 캐스트에 기생충 관련 글을 올려 인기를 얻었다. 경향신문에 정치칼럼을 연재하며 특유의 풍자적인 글쓰기 실력을 뽐내며 급기야 <서민적 글쓰기>라는 책까지 출간했다.

그는 서른 이후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한 뒤 10년 넘게 하루 두 편씩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실력을 키웠다. “완성도 높은 글이 아닐지라도 꾸준히 올리다 보니 블로그가 풍성해 보였다. 읽을거리가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사람들도 몰려들었다”는 것이 그가 밝힌 글쓰기 비법이다.

신동진 CBS 노컷뉴스 기자도 ‘기자의 글쓰기’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며 이름을 날리고 있다. 페이지 ‘좋아요’ 수는 1만5000건 이상, 브런치의 구독자수도 7500명을 넘었다. ‘기자로 살아간다는 것’이란 주제로 언론계의 부조리한 일상을 꼬집거나, 틀리기 쉬운 맞춤법 등 글쓰기 팁을 알려준다. 경험을 토대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글들의 인기가 높다.

메이커가 붙으면 몸값도 올라간다


우리는 브랜드를 좋아한다. 옷이나 가전제품, 먹을거리를 고를 때 어느 브랜드인지 꼼꼼히 따진다. 좋은 브랜드 제품은 품질이나 성능, 사후서비스가 괜찮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그 믿음은 꾸준히 쌓인 경험에서 나온다. “예전에 써보니 좋더라”, 혹은 “주변 사람들이 괜찮다더라” 하는 기준이다. 브랜드는 가뜩이나 바쁜 시대에 머리 쓰는 스트레스를 덜어준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복잡한 계산 없이 믿고 쓰게 된다.

▲ 카카오가 선보인 브런치는 누구나 쉽게 글을 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개인브랜딩도 이와 비슷하다. 좋은 브랜드가 쌓이면 그 사람의 실력과 인격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된다. “업계에서 평판이 좋다” “블로그에 수년간 쓴 글을 읽어보니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식의 평가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값이면 브랜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브랜딩을 통해 자신의 강점과 차별화된 스토리를 꾸준히 노출하고 비즈니스 전문가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한 이유다. 메이커가 붙으면 몸값이 확 올라간다.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개인브랜드 구축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자기계발을 넘어 차별화된 브랜드를 알려야 한다. 쉽게 대체 가능한 인재가 되어선 안 된다.

게다가 개인브랜딩 방법은 어렵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훈련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며, 나의 결과물들을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에 올리고, 진짜 고수가 될 때까지 반복하면 된다. 단지 학습의 열정, 글쓰기 실력과 실행력만 있으면 된다.

김태욱 스토리엔 대표는 “사람들은 누구나 비교우위가 있다. 그게 게임이든, 마케팅이든 상관없다. 남들보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스토리텔링과 두잉(doing)을 반복해 전문성의 불씨를 키우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나만의 차별화된 전문성을 꾸준히 어필해 돋보이게 하는 것이 개인브랜딩의 핵심이다. 만일 피규어를 좋아한다면 관련 소식, 제품리뷰, 주관적인 생각을 꾸준히 올리고 그에 대한 반응이나 댓글을 보며 상호작용을 한다. 소통 과정에서 얻은 지식을 업데이트하고 실력을 키우다 보면 어느새 전문가가 된다.

다만 “몇 년 안에 내 이름을 알리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제풀에 지치기 십상이다. 글쓰기 고수나 전문가들도 논리전개 과정에서 허술한 틈이 있으면 여지없이 ‘댓글 공격’이 들어온다. 사람들에게 ‘까이지’ 않으려면 철저한 공부와 검증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글 하나를 올리는 데 2주일 넘게 걸리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금전적 이득을 바라고 글을 쓰기보다 개인적인 공부 차원에서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송동현 대표는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만들고 까먹지 않기 위해, 흘러가는 의식의 흐름이나 생각을 잡아서 저장하는 용도로 블로그를 쓴다” 했고, 최효석 대표 역시 “개인적인 학습과 취미활동의 일환으로 글을 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디지털 시대 사진, 영상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파편화된 정보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낀다.

멈춤버튼 건너뛰는 콘텐츠의 힘

디지털시대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인스턴트 콘텐츠는 거침없이 소비된다. 앞으로도 대세는 사진, 영상 콘텐츠라는 데 이견은 없다.

다만 글쓰기의 중요성과 파괴력을 간과해선 안 된다. SNS에서 휙휙 지나가는 사진, 영상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파편화된 정보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낀다. 또한 쓰레기 정보의 홍수 속에 상대적으로 잘 쓴 글이 더 돋보이기 마련이다. 본질은 좋은 콘텐츠, 가치 있는 글에 대한 열망이다.

글은 소비자 중심 콘텐츠라서 여전히 강력한 소통 도구라는 주장도 있다. 글은 독자에 따라 빠르게, 혹은 느리게 읽히며 꼭꼭 씹어먹게 된다. 반면 영상은 철저히 생산자 중심이다. 한번 재생되면 흐름을 늦출 수 없고, 멈춤 버튼을 눌러야 한다. 각각의 특성이 판이하게 다른 만큼 영상이 글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쁜 사람들은 긴 글을 읽지 않을 것이란 마케터들의 생각도 편견이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은 “각종 연구결과를 보면 페이스북 등 SNS에서 읽히는 글은 500자 이내 짧은 글이거나, 아니면 2000자 이상 긴 글”이라며 “짧은 글은 빨리빨리 보면서 바쁜 시간에 다양한 정보를 훑기 위함이고, 긴 글은 글쓴이의 브랜드가 있거나 글 자체에 깊이가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하는 이들은 가벼운 콘텐츠 찍어내기에 열중하기보다 글의 힘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 기억되는 콘텐츠가 되려면 깊이가 있어야 한다. 보여주기도 중요하지만 기본은 글쓰기다.

김찬호 교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동경이 있다. 글만큼 마음을 건드리고 위로해주는 언어는 없다”면서 “정보는 늘어났지만 읽을 만한 글은 없는 시대가 오히려 좋은 글에 대한 열망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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