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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이 바꾼, 바꿀 PR풍경
김영란법이 바꾼, 바꿀 PR풍경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6.09.07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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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후 티타임·저녁미팅 無…언론사들도 일찌감치 내부 단속

[더피알=박형재 기자] 요즘 홍보·대관업무 담당자들 사이에서 “9월 28일 전에 마지막으로!”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시행되면 못할 일들을 미리 하자(?)는 것이다. 8월 비수기에도 골프장이 때 아닌 특수를 누렸고, 송년회를 9월로 앞당긴 기업들도 있다고 한다. 일간지 기자들의 다이어리는 9월 28일까지 약속이 빽빽이 차있다.

반대로 기자들과 만남을 자제하고 몸을 사리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법 시행 초기에 첫 케이스로 걸리지 않기 위해 벌써부터 철저하게 규정을 지키는 일종의 시뮬레이션 과정이다. A기업 언론홍보 담당자는 “다들 시범사례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당분간 저녁 미팅 계획은 없고, 점심 후 티타임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 (왼쪽부터)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관련 강의를 듣는 모습, 지난달 23일 열린 김영란법 관계 차관회의, 5만원대 추석 선물 세트. 뉴시스

주요 기업들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분주하다. 대형 로펌에 자문을 구하거나 직원 대상 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기업 홍보담당 직원의 순환보직도 당분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새 직원이 들어오면 그간 쌓아온 네트워킹이 깨지고 다시 관계 맺으려면 최소 6개월 이상 필요하기 때문이다.

PR회사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기자와 만남 자체가 부담스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업무진행에 있어 당분간 더 깐깐하게 검토하고 김영란법에 저촉될 만한 애매한 건은 보류할 계획이다. PR회사 B대표는 “부정부패를 없애자는 김영란법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기자와 면대면 커뮤니케이션 기회가 줄어들면서 앞으로 영업이나 관계 유지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PR회사 신규 진입 장벽 높아질 것

특히 홍보인들은 그간 해왔던 언론 관행들이 상당수 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크다. 기업에서 비용을 충당하는 해외 출장이나 기업 문화재단에서 실시하는 고가의 공연 티켓 배포 등은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홍보인이 기자를 만나 식사나 술자리를 갖는 것은 그간 자연스러운 관행이었지만 이 역시 3만원이 넘는지 꼼꼼히 따지고 더치페이를 해야 한다.

기자들도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B대표는 “평소 페이스북에 댓글을 주고받던 기자가 최근에는 전혀 아는 척을 안하더라”면서 “SNS는 증거가 남으니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씁쓸해했다.

김영란법으로 기자 만남의 기회가 줄어든 만큼 신규 PR회사들의 진입 장벽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급부로 언론홍보 활동에 있어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성공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회사는 평판이 오를 수 있다.

PR회사 C대표는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김영란법 시행은 이해하지만 세부적으로 기사협찬, 행사 등 지금 하는 일이 법에 저촉되는지 아닌지를 두고 고민이 상당하다”며 “판례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혼란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한마디로 ‘공짜 밥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언론은 취재를 이유로 취재원에게 식사를 대접받고 공연 티켓이나 제품, 상품권 등을 무상으로 받았다. 홍보인들도 관계 유지를 핑계로 골프접대, 명절선물 등을 으레 제공했다.

하지만 9월 28일 이후부턴 관행으로 포장된 이런 모든 것들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언론이 특혜를 받게 되면 이를 제공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조선일보>는 해외 출장을 비롯해 취재에 들어가는 모든 경비를 회사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한국경제신문> 등 몇몇 언론들은 김영란법에서 명시한 3만원(음식물)·5만원(선물)을 염두에 두지 말고 무조건 더치페이를 주문하는 등 일찌감치 김영란법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 김영란법은 금품 상한선을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정해 언론홍보 과정에서의 관행에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사라지는 ‘공짜 밥’, 입법취지 명심해야

특히 김영란법은 공직자·언론인 등이 1회에 100만원, 연간 합계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을 경우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처벌한다. ‘스폰서 검사’ ‘벤츠 여검사’ 사건과 유사한 이슈가 터져도 직무관련성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 공직자 등이 받을 수 있는 금품 상한선으로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정했다.

법 적용 대상자는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언론계 종사자, 사립 유치원·초·중·고·대학 임직원 등 전국 4만여 기관 240만명이고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400만명에 달한다. 게다가 접대를 한 민간인까지 쌍방 처벌된다. 금지되는 금품의 범위도 매우 넓어서 현금이나 상품권은 물론 할인권, 초대권, 관람권, 교통·숙박 등 편의 제공도 모두 해당된다. 공직사회의 부정청탁 문화를 뿌리째 뽑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다만, 홍보인들이 김영란법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대부분 상식 선에서 생각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

밥은 고급 한정식 대신 설렁탕, 김치찌개를 먹으면 되고, 해외취재는 언론사에서 자비로 다녀오면 된다. 호텔에서 여는 기자간담회도 직무와 관련해 그동안 통상적으로 열던 것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녁 먹고 2차 가거나 골프 접대 가지 말고, 가더라도 ‘각자 지불’하면 상관없다.

김영란법에 언론인이 포함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음에도 국민적 지지가 컸던 것은 그간 관행이란 이름으로 포장됐던 접대문화가 ‘은밀한 거래’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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