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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주식사기’ 이희진, 방송이 공범?종편·케이블 출연자 검증 시스템 도마 위…무분별한 섭외가 사태 키워
승인 2016.09.07  18:19:34
이윤주 기자  | skyavenue@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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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이윤주 기자]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개인투자자 이희진(30)씨가 사기 혐의로 체포된 가운데, 종편·케이블의 출연자 검증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씨가 각종 방송에 ‘주식고수’로 소개되고 얻은 유명세를 활용해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점에서 ‘자질 검증’에 실패한 방송도 사실상 ‘공범’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이희진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5일 밝혔다.

이씨는 원금 보장을 약속하고 투자자로부터 돈을 끌어들이는 유사 수신행위로 약 20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퍼뜨려 투자자들을 모으고 자신이 미리 사둔 헐값의 비상장 주식을 비싸게 속여 판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2014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금융당국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업을 하며 1670억원 규모의 주식투자를 한 혐의도 있다.

   
▲ 채널A 프로그램 '풍문으로들었쇼'에 출연한 이희진씨. 방송 영상 캡처

문제는 이씨의 사기행각에 ‘날개’를 달아준 조력자가 방송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2013년부터 증권 관련 케이블 방송에서 주식 전문가로 활동했다. 이후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Mnet ‘음악의 신2’ 등에 출연해 자신을 ‘청담동 주식부자’, ‘자수성가한 흙수저’라고 소개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한국경제TV에서는 4년여간 증권전문가로 활동하며 주식투자 관련 방송과 강의를 맡기도 했다.

방송에 검증되지 않은 출연자가 등장해 불거진 문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채널A와 여러 TV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춤추는 무당’으로 유명해진 매화도령은 굿을 강요하고 거액의 돈을 요구한 혐의로 피해자들에게 고소를 당했다. 지난 2월 SBS ‘궁금한이야기Y’에는 매화도령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내보내기도 했다.

무분별한 시청률 경쟁이 ‘사기 판’ 깔아   


이처럼 TV방송 출연자가 잇따라 사기 혐의로 체포되면서 방송이 미치는 파급력에 비해 출연자 검증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종편·케이블의 무분별한 섭외 문제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 찾기에 골몰하다보니 패널들의 전문성보다는 ‘말빨이 좋은지’부터 따지고 든다는 것. 실제로 모 일간지 사진기자는 “종편에서 시사프로그램 출연을 제의해 고사한 적이 있다”면서 “사진기자인데도 말주변이 좋다는 이유로 출연을 요청해오니 황당했다”고 전했다.

모 언론사 관계자는 “케이블과 종편 등은 워낙 경쟁이 치열해 제작진 입장에선 조급증과 강박증이 심하다”면서 “돈도 벌고 시청률도 올려야 한다는 이중고에 시달리다보니 중요한 영향력과 신뢰도 등은 뒤로 밀려난다. 섭외 일순위는 최근 얼마나 화제가 되는가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희진 사태의 책임을 모두 방송사에 미룰 순 없다. 이씨를 출연시킨 방송들도 이번 사태로 이미지가 동반 추락한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TV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유명인이 되고, 방송의 공신력이 곧 출연자의 신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철저한 인사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는 “방송 매체는 그 사람이 검증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소위 한 방을 노리고 출연하려는 사람이 많다”며 “심지어 자기 돈을 주면서까지 출연하겠다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창남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시청률이 광고와 직결되다보니 언론이 자기 분야와 관계 없어도 말재주가 있고 재미있게 얘기하는 사람이 관심을 끌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한다. 이는 언론의 좋지 않은 측면 중 하나로 ‘선정주의’로 흘러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 Mnet 프로그램 '음악의 신2'에 출연한 이희진. 방송 영상 캡처

열악한 제작환경도 부실검증 부추겨

종편‧케이블에서 유난히 출연자 논란이 자주 발생하는 건 지상파에 비해 열악한 제작환경 탓도 크다. 방송 총책임자가 이들을 검증하거나 방송 제작 후 시청자의 반응과 시장의 분위기를 살펴야하는데, 지상파보다 제작 인력이 부족해 확인이 쉽지 않다.

또한 방송 노하우 부족도 인사검증 걸림돌로 꼽힌다. 지상파에선 훈련된 전문 제작진들이 방송사-출연자 사이 중간다리 역할을 하지만, 케이블·종편은 조직구조상 전문성을 갖고 제작조율을 하는 허리라인이 부족하다.

최진봉 교수는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건 결국 제도 미흡 때문”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방송국 자체 검증 시스템을 만들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잘못이 발생하면 방송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창남 교수는 “출연자 검증 문제를 법으로 규제하면 자칫 언론탄압이 될 수 있다”며 “가장 좋은 건 언론사 자신이 양심에 맞게 자정노력을 하는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시청자들이 연대해 문제 발생 케이블 광고 제품을 불매 등의 ‘수용자 운동’을 하는 방법도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출연자에 대한 1차 책임은 방송사에 있다면서도 시청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보 수용자 스스로 지식 정보를 다양한 곳에서 수렴하고 선별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한 한 경제지 관계자는 “금융, 투자 등 돈이 오가는 문제는 결국 정보를 받고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에 대한 것으로, 전적으로 투자자의 선택”이라며 “매체가 전하는 정보를 100% 맹신하지 않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능력이 요구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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