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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소중한 한 페이지[정용민의 Crisis Talk] 안 되는 세 가지 특징과 되게 하는 세 가지 조언
승인 2016.09.13  09:37:00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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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정용민] 지난 2007년 여러 번 제품 유해성 논란에 휘말렸던 세계적 완구 회사 마텔(Mattel). 연이은 리콜 속에서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던 배경엔 당시 마텔 회장이자 CEO였던 밥 에커트(Bob Eckert)의 리더십이 주효했다.

밥 회장은 이듬해 애리조나주립대의 한 초청 강연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위기 당시 우리 위기관리팀의 팀워크는 강했고, 그것이 우리 기업에 대한 테스트였다 생각한다. 지금도 100여 페이지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소중한 한 페이지를 고르라 한다면 나는 위기관리팀의 연락처 정보들을 취할 것”이라면서 자사 팀을 치하했다.

최근 필자에게도 한 대기업 회장께서 이런 질문을 하셨다.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할까요? 우리 회사가 가장 신속하게 구축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스템적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란 답변으로 밥 회장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회장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회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이미 존재합니다. 상당히 두꺼운 분량으로 정리돼 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페이지가 위기관리팀 페이지입니다. 비상연락망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 팀이 회사 위기관리 시스템의 중추가 되도록 하시는 것이 현재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한 위기관리팀이 사내에 존재한다면 그보다 든든한 자산이 없습니다. 회장님께서도 믿으실 수 있는 그런 강한 팀을 만드시는 것이 핵심이 되겠습니다.”

기업 임원들과 위기관리 워크숍과 트레이닝을 하면서 필자가 자주 강조하는 개념들 중 하나도 바로 ‘누가 위기를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 강조하는 ‘누가(who)’가 바로 위기관리팀에 대한 이야기다.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은 기업과 임직원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다음과 같다.

안 되는 조직의 공통적 생각


위기관리팀의 존재 자체를 구성원들이 모른다.
 사내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임직원들이 많은데, 그 안에 위기관리팀이라는 것이 구성돼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어렴풋하게 무언가 조직돼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니 문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많은 임원들이 대책 회의에 참석해서도 ‘누가 각각의 대응들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리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여러 대응 방안들과 주제 대상들을 토론하지만, 결국 실행 단계에 있어서는 서로 실행 주체가 ‘누구(who)’여야 하는지를 놓고 설전을 벌이거나 시간을 보낸다.

   
▲ 위기시 소통하고 협업하라, 사일로를 극복하고 쌍방향, 균형적 커뮤니케이션… 여러 이야기를 해도 쉽지 않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한두 번 위기를 관리해 본 조직들의 경우가 그렇다. 오랜만에 접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니 거기엔 위기관리팀에 대한 규정과 리스트가 있다. 그 리스트를 보니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어 자기가 위기관리팀이었구나 생각하게 된다.

몇 페이지를 넘겨보니 자신에게 맡겨진 위기관리 업무들이 꽤 많다. 위기발생 시 대응해야 하는 업무들도 자세하게 나열돼 있다. 근데 궁금해진다. 이 많은 업무들을 실제로 내가 해야 하는 걸까? 이걸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는 걸까? 하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이 있는 건가?

그리고 (더더욱 우려스러운 건)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감이 서질 않는다. 그렇다고 위 임원에게 물어봐도 답이 나올 것 같지가 않다. 당연히 이런 경우 단순 소속감만 느끼게 될 뿐, 실질적인 시스템이나 역량 강화는 불가능해진다.

다른 구성원들은 무얼 하는 걸까 궁금해 한다. 
위기관리팀 리스트에 보니 상당히 여러 부서 임직원들이 정리돼 있는데 이들이 다 무얼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얼핏 문제가 발생한 부서가 스스로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라 하는 것 같은데, 그 외 문제가 없는 부서들은 왜 리스트에 들어 있는지 궁금하다.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경우에는 정보보안부서와 고객 관련 부서들이 알아서 대응해야 하는 거 아닌가? 거기에 마케팅이나 영업 등의 부서가 왜 유관으로 정리돼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그 밖에 대부분의 문제는 언론에서 다뤄지니 홍보부서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위기관리팀 리스트 자체를 의아해 한다.

위기관리팀 조직 운용이 ‘잘 될까?’ 의심한다. 사내에 구성된 기존 태스크포스(task force)팀만 해도 수십 개다. 그 중 태반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결과물을 내놓는데 하세월이 걸린다.

부서 간 협업? 불가능해 보인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거창한 사일로(silo) 현상 같은 걸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종의 두 부서가 의견을 정리해 한 가지 실행을 하는 것 자체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소통하고 협업하라, 사일로를 극복하고 쌍방향, 균형적 커뮤니케이션… 여러 이야기를 해도 쉽지 않다.

각 부서장들도 힘들어 한다. 위기관리팀 리스트를 보니 덜컥 겁이 난다. 이 여러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누가 움직일 건가? 협업이라는 게 이런 규모로 가능할까?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데 이런 위기관리팀 운용이 실제 될까? 의문을 품고 두려워한다.

이런 현장의 많은 생각과 현실이 존재한다. 강력한 위기관리팀을 만든다고 하는 것은 말 만큼 그리 쉬운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강력한 위기관리팀의 구축 개발 노력을 포기할 것인가?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들이 필요한가? 기업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언들을 정리해 보자.

되게 하려면

   

첫째, 위기관리팀이 ‘작은 누가’라면 ‘큰 누가’를 결정하라. 위기관리팀의 수장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마텔의 경우 회장이자 CEO인 밥 자신이었다. 위기관리팀 수장으로서 밥은 자신의 팀을 어떻게 리드해야 하고, 어떤 역할과 책임을 누구에게 재분배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한국 기업들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상당히 많은 매뉴얼에서 그 큰 누가(big who)에 대한 지정과 서술이 모호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VIP들의 강한 리더십과 책임, 그리고 관여가 없이는 강력한 위기관리팀의 구성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큰 누가들이 먼저 훈련 받아야 한다. 강력한 위기관리팀은 강력한 리더들의 작품이다. 리더들은 어떤 위기들이 자사에서 발생할 수 있을지 알고 있어야 한다. 그 각각의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어떤 상황으로 어떤 단계를 거쳐 진행 발전될지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의 전개에 따라 자사가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인지, 어떤 전략과 대안을 바탕으로 의사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경험을 쌓고 있어야 한다. 이는 실제 위기들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큰 무리가 있어 평시 반복된 훈련으로 숙련된 경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자주 마주 앉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위기관리팀의 존재를 모르는 임직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임직원, 다른 부서는 무얼 할까 궁금해 하는 임직원, 과연 많은 부서들의 협업이 가능할까 의심하는 임직원들을 하나의 팀으로 키울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다.

정기적으로 같이 마주 앉는 자리를 만들어 ‘위기관리’ 주제에 대한 논의와 토론 그리고 훈련을 반복 제공하는 길뿐이다. 이를 통해 경험 많은 위기관리팀, 준비된 위기관리팀, 빠르고 강한 위기관리팀으로의 성장이 가능해 진다. 끊임없는 마주 앉음과 훈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매뉴얼이 곧 위기를 관리해 주지는 않는다. 강력한 리더 한 명이 위기를 깨끗하게 해결해 버릴 수도 없다. 수천에서 수만 명의 전직원들이 움직여도 관리되지 않을 위기가 있다. 위기란 원래 그런 성격의 것이다.

대신 강력한 위기관리팀이 위기를 관리한다. 강력한 위기관리 리더십은 항상 강력한 위기관리팀을 통해서야 구현된다. 수백 페이지 두꺼운 매뉴얼에서 기업의 최고 VIP가 취할 가장 소중한 페이지는 위기관리팀 연락처 단 한 장이라는 이야기는 그래서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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