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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공염불 된 ‘국민안전’
또다시 공염불 된 ‘국민안전’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9.13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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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한반도 흔든 지진에 안전처 ‘불통’·KBS는 ‘한가’

[더피알=문용필 기자] 한마디로 ‘불통’이고 ‘늑장’이었다. 역대 최강의 진동에 흔들린 국토만큼이나 국민안전을 지키겠다는 이들의 존재 이유도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지진 발생에도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한 국민안전처(장관 박인용) 이야기다.

▲ 국민안전처는 그간 긴급문자메시지를 남발했지만 정작 이번 지진에서는 늑장 발송으로 비판을 면치 못했다. 사진은 안전처가 지진 발생 지역 인근 주민에게 발송한 문자메시지.

12일 경북 경주에서 진도 5.1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시각은 오후 7시 44분경. 그로부터 48분 후에는 5.9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한반도 관측 이래 최대 규모다.

예상치 못한 재난상황에 당황한 주민들은 불안감에 떨었고 부상자와 재산 피해들이 이어졌다. 우리나라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절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국민안전처의 대응은 늑장 투성이었다. 안전처가 첫 긴급재난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시각은 오후 7시 53분. 지진 발생 이후 9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짧은 시간에 대규모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자연재해시 국가의 위기대응 커뮤니케이션은 단 1초라도 서둘러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이날 안전처의 문자메시지는 전혀 ‘긴급’하지 않았다.

안전처는 평소 폭염이나 호우 상황만 돼도 짜증날 정도의 긴급 메시지를 남발해왔다. 이달 초에는 부산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지자 밤중에 100통이 넘는 문자폭탄을 퍼부어 2만명의 시민들을 잠 못들게 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분초를 다투는 진짜 긴급 재해 상황에서는 제구실을 못한 셈이다. ▷관련기사: 긴급재난문자, ‘양치기 소년’ 취급받을라

게다가 안전처는 이미 지진 관련 긴급 메시지로 비판을 받은 전력이 있다. 지난 7월 5일 울산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18분이나 지나서야 메시지를 발송했다. 불과 두 달 전의 일인데 안전처는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심지어 수도권 거주 시민들의 경우 지진 관련 메시지를 받지도 못했다.

문자메시지 ‘늑장’, 홈페이지 ‘먹통’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안전처의 홈페이지도 3시간이나 먹통이 됐다. 지진 정보를 얻고자 하는 네티즌들의 접속이 몰린 탓이다.

재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주무부처의 홈페이지가 마비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평소 트래픽이 몰릴 경우를 대비한 추가 서버 구축이나 대응 매뉴얼 마련이 미비했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 경주 지진 발생 이후 접속이 마비된 국민안전처의 홈페이지. 해당 사이트 캡처

문자메시지가 늑장을 부리고 홈페이지마저 마비됐다면 SNS 채널이라도 적극적으로 가동해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에 나서야 했지만 이마저도 미흡했다.

안전처는 공식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지진 발생 소식을 단편적으로 알리고, 안전수칙과 대응요령 동영상을 게재했을 뿐이다. 시급을 요하는 순간에 여유 있게 동영상을 감상할 국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판도 이런 오판이 없다. 시간대별 상황을 SNS 중계로 빠르게 전할 수도 있었지만 역시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이쯤 되면 안전처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이번 지진에서 가동을 멈춘 거나 다름 없어 보인다. 변명의 여지없이 국민들의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안전처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을 해체하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탄생한 조직이다. 재난관리에 있어서 원활한 대국민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2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기사: 국민안전처, ‘장관PI’보다 ‘내실홍보’ 추구해야

▲ 경주 지진 발생 이후 국민안전처가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관련 게시물. 해당 사이트 캡처

안전 관련 여러 동영상을 제작한다고 해서, SNS 채널을 돌린다고 해서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정확하게 행동요령을 전파하고 혼란을 방지하는 것이 재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다. 국민이 필요할 때 곁에 있지 않다면 안전처의 존립 이유는 위태로울 수 밖에 없다.

재난방송보다 일일연속극이 우선?


재난대응의 부실은 비단 안전처만의 문제는 아니다. 공영방송인 KBS도 마찬가지였다. 국가재난 주관 방송사임에도 불구하고 재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KBS 1TV는 이날 1차 지진이 발생했을 때 교양 프로그램인 ‘우리말 겨루기’를, 2차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일일연속극을 방영했다. 물론 극 방영 중간에 한 차례 뉴스특보를 내보내기는 했지만 4분 정도에 그쳤다. 한반도 관측 사상 최대 규모라는 지진보다 드라마가 더 중요했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의 비난이 빗발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KBS는 신속하게 지진상황을 보도했다고 항변한다. 13일 입장자료를 내고 “규모 5.1 지진 발생 때 3분 만에 관련 자막을 내보낸 뒤 속보 체제로 전환하고 재난 정보 확보와 확인 작업 및 전국 취재망을 동원해 현장 취재에 나서며 속보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첫 자막속보 12분만에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뉴스특보를 방송했다”며 “당시 확인된 정보가 한정돼 있어 더 이상 특보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kbs는 지진이 발생했음에도 일일연속극을 방송해 빈축을 샀다. 사진은 12일 방송된 kbs '뉴스9' 화면.

하지만 KBS는 지진 발생 직후 곧바로 재난방송 체제로 돌입해야 했다. 정보 확인과 보도 준비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선 지진대응 요령이라도 자세하게 전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 보도기능 뿐만 아니라 재난시 행동요령을 긴급히 알려주는 것도 국가 재난 주관 방송사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KBS는 지난 7월 자사 메인뉴스를 통해 “국내 언론사 가운데 유일하게 재난포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국민안전처와 기상청 등 14개 기관으로부터 실시간으로 제공받기 때문에 가장 빠르고 정확한 재난 정보를 한번에 받아보실 수 있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이런 서비스를 아무리 제공한들 정작 메인 플랫폼에서 재난방송에 소홀하다면 국가재난 주관 방송사라는 위상은 허울에 불과하다. 적어도 국민들의 수신료를 받은 만큼의 의무는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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