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커뮤니케이션, 동물과 자연을 품다
건강 커뮤니케이션, 동물과 자연을 품다
  • 김동석 (dskim@enzaim.co.kr)
  • 승인 2016.09.1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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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커뮤니케이션닥터] ‘더불어 건강한 미래’를 위해

[더피알=김동석]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

세계보건기구(WHO)가 1948년 발표한 ‘건강(Health)’의 정의다. 당시 이미 인간의 신체적 건강을 넘어 정신적·사회적으로까지 건강의 의미를 넓게 해석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헬스커뮤니케이션 역시 그동안 인간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의 틀 안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일선 현장에도 적용돼 왔다.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의식주 및 질병과 관련된 헬스캠페인 외에도 사회적 건강에 속할 수 있는 자동차 안전벨트 착용, 길거리 스마트폰 사용 등 안전복지 이슈 등 공공 영역 역시 헬스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소재가 되고 있다.

비록 세계보건기구의 개념 정의가 진보적이기는 하지만 이제 건강에 대한 정의는 바뀔 때가 됐다. 아니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다. 건강의 정의가 인간 중심적이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인간으로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 이제는 인간의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즉 동물과 자연(환경) 역시 포함돼야 한다.

인간중심→공생가치

그 이유는 우리(인간)의 건강은 독립적으로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원헬스(One Health)라는 개념이 있다. 인수공통 감염병처럼 인간의 질병이 동물의 질병과 상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때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에볼라(Ebola) 출혈열은 박쥐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초토화시켰던 메르스(Mers)는 낙타와 관련이 있다. 흔히 뉴스에 오르내리는 조류독감은 조류에서 기인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반대로 동물과 자연은 인간의 건강에 긍정적 영향도 준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 ‘2015년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1.8%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 '아름다운 공존, 반려견 문화 교육'에 참석한 시민들이 반려견 교육 관계자에게 행동교정 교육을 받고 있다. 뉴시스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는 1983년에 동물학자인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가 처음으로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2007년 동물보호법 개정 이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했지만, 반려(함께 한다는 의미)보다는 애완(귀여워하고 즐긴다는 의미)으로 더 많이 받아들여진 것이 사실이다.

그 의미가 어떻든 인간은 동물로부터 건강에 대한 위협을 받을 뿐만 아니라 많은 건강 혜택도 받는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매개로 청소년, 장애인,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가 최근 주목 받고 있다.

동물매개치료는 말 그대로 동물과의 작용을 통해 신체적·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의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을 말한다. 현재 대인기피증, 자폐증 등 심리적·정신적 영역 외에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신체적인 건강 증진에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혼자 사는 노인, 1인 가구 등의 증가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고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대체 심리치료로 주목 받고 있다. 미국 LA공항에서는 지루하게 비행기를 기다리는 승객들을 위해 반려동물과 함께 교감하며 마음을 안정시키고, 지루함을 달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마약 탐지견이 아닌, 치유의 약 역할을 하는 반려견이 공항의 또다른 상징이 된 것이다.

자연을 비롯한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도 마찬가지다. 매연, 미세먼지 등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영향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극한의 여름과 겨울을 겪으며 인간은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환경호르몬이나 발암물질 등이 미치는 건강 영향은 익히 알려진 바다.

이러한 동물과 자연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역시 대부분 인간의 활동에서 기인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박쥐를 먹는 관습이 에볼라 확산을 부추겼고, 기후변화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일정 부분 인류의 다양한 반자연적 활동이 초래한 결과다.

비즈니스 영역, 학문 경계 넓어져

인간이 동물과 어떻게 함께 하느냐, 혹은 환경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인간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는 관련된 헬스커뮤니케이션이 인간의 범위를 넘어 동물과 자연에까지 미쳐야 한다는 방증이다.

필자는 사업을 시작하며 기존의 헬스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비즈니스의 영역적 한계를 깨보고 싶었다. 그래서 엔자임헬스는 세계보건기구의 정의를 더욱 확장해 건강을 ‘인간과 동물과 자연이 더불어 건강한 상태’로 새롭게 정의하고 이에 맞춰 헬스커뮤니케이션 비즈니스를 확대·재분류했다.

▲ 서울대공원-한림대병원은 협력을 통해 동물매개치유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뉴시스

즉,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비즈니스 범위는 인간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복지, 여성, 공공 등) 건강뿐만 아니라, 동물과 환경을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동물병원, 동물보호 및 동물복지, 환경, 친환경 관련 제품 및 서비스 등 전통적인 헬스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을 넘어서는 과제를 수행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확대된 건강에 대한 새로운 개념 규정은 더 많은 영역을 회사의 사업에 끌어들이겠다는 경영적 목적도 있다.

이는 헬스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학문적 영역에서도 고민해 봐야 하는 지점이다. 금연, 암, 자살 등 고전적(?) 건강 영역에 머물러 있는 연구가 복지, 사회적 불평등을 포함한 좀 더 다양한 사회적 건강, 그리고 더 나아가 동물 및 환경 문제로까지 지평이 확대된다면 학문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헬스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과 현장 실무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인간, 동물, 자연이 모두 건강한 ‘더불어 건강한 미래’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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