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정보·구매 한 번에 잡는 ‘언박싱 마케팅’
재미·정보·구매 한 번에 잡는 ‘언박싱 마케팅’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9.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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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N 성장이 발판…‘스토리두잉’으로 브랜드 충성도 높여

[더피알=문용필 기자] 출시한지 몇 개월만 지나도 구형이 되는 IT제품들의 홍수 속에서 맘에 드는 모든 것을 다 살 수는 없는 노릇. ‘신상 개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그만큼 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제품 박스를 여는 순간부터 실제 사용까지 디테일한 정보를 보여주는 ‘언박싱(unboxing)’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콘텐츠로 떠올랐다. ▷관련기사: 소비자는 왜 ‘개봉기’에 열광할까?

언박싱이 하나의 소비 트렌드가 된 데에는 최근 급성장한 MCN(Multi Channel Network)도 한몫했다. 제품 리뷰를 방송하는 1인 크리에이터들이 경쟁적으로 언박싱에 나선 까닭이다. 이에 대해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는 “(언박싱 동영상은) 제품에 대한 특별한 정보가 없어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1인 미디어의 발달과 더불어 언박싱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며 “상세한 제품 스펙과 디자인 품질을 따지려는 콘크리트 소비자나 컨슈니어(제품 성분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따져 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제품 리뷰 방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영실업이 유튜브에서 운영중인 언박싱 채널 ‘두근두근 장난감’. 유튜브 화면 캡처

사실 언박싱 콘텐츠가 현재의 형태로 발전한 것은 과거 UCC(User Created Contents)라고 불렸던 인터넷 동영상 붐에 힘입은 바 크다. 명 대표는 “특별한 콘텐츠가 없는 블로거나 유튜버들이 제품을 열어보는 동영상을 만들었다. 2000년대 후반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러한 콘셉트가 활발하게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언박싱 하면 흔히 IT제품을 떠올리기 쉽지만 MCN에서는 어린이완구를 소재로 한 영상 제작이 더욱 눈에 띈다. 오진세 CJ E&M MCN 사업팀장은 “키즈 크리에이터들이 완구 언박싱 영상을 많이 제작하는 편”이라며 “초기에는 단순 언박싱이 많았지만 스토리를 구성하는 등 진보된 콘텐츠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완구 언박싱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언박싱 영상을 제작했던 모 키즈 전문 MCN 관계자는 “주 타깃층은 아이들이다. 이들이 즐겁게 영상을 보기 위한 수단으로 일부 영상에서 완구를 언박싱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나오는 완구들은 저가가 아니기 때문에 부모들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단면적인 광고로 보여주는 것 보다는 영상 속에서 꺼내보고 구동하게 되면 제품을 신중하게 살펴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품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언론에서도 언박싱은 좋은 콘텐츠 소재다. IT전문지를 중심으로 언박싱과 리뷰를 결합한 형태의 기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해외에서는 기사형식을 벗어나 1인 크리에이터처럼 별도의 언박싱 영상을 제작하는 매체들도 존재한다.

명승은 대표는 “정보매체는 말 그대로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며 “그러다보니 (기업이) 주장하는 것만 보도하기 보다는 새로운 체험이나 정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언박싱의 느낌을 전달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업적 냄새 짙으면 역효과

언박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다보니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이를 주목하게 됐다. 어엿한 마케팅 기법으로 인정받게 된 셈이다.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언박싱 만으로도 부수적인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OOBE(Out Of Box Experience)’라는 마케팅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기업의 언박싱 마케팅은 늘어나는 추세다.

이준영 교수는 “SNS를 통한 바이럴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 ‘스토리 두잉(Story doing)’의 기회를 제공한다”며 “제품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흥미 있고 친근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언박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고 봤다.

가장 보편적인 언박싱 마케팅은 체험단을 모집하고 제품을 무상 제공하거나 대여해 이를 블로그에 업로드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특정 제품을 구입하기 전 블로그를 통해 리뷰나 언박싱 포스팅을 살펴보면 ‘이 제품은 OO기업으로부터 지원받았다’고 명시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 된다. 비단 IT나 완구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골프용품, 심지어는 물놀이 튜브에 이르기까지 제품군도 다양하다.

하지만 언박싱 마케팅이 점점 늘어나면서 지속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차별성을 갖지 못할뿐더러 제품의 장점만을 부각시킨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준영 교수는 “소비자에게 접근할 때 ‘진정성’이라는 키워드는 매우 중요하다”며 “순수하게 제품을 리뷰하고 물질적 대가가 없다는 전제가 있어야 언박싱을 믿게 되고 기업 브랜드 충성도도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왜곡되거나 잘못된 글을 올리기도 하고 상업적 냄새가 너무 짙으면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최근에는 단점도 솔직하게 리뷰하는 블로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언박싱 동영상을 제작하는 사례도 쉽게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갤럭시S7엣지의 ‘인저스티스 에디션(Injustice Edition)’을 소재로 한 언박싱 영상을 공개했다. 인기 모바일 게임 ‘인저스티스: 갓스 어몽 어스(Injustice: Gods Among Us)’의 배트맨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제품이다. 리뷰어의 자세한 코멘터리가 담겨있는 보통의 언박싱과는 달리 마치 TV광고처럼 만들어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가 언박싱 마케팅을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년 자사의 초창기 스마트폰 모델 옴니아로 언박싱 영상을 선보인 바 있다. 소포로 배달된 제품을 열면 난쟁이 밴드가 나와 제품을 소개하는 내용의 영상은 이듬해 칸 국제광고제에서 인터넷부문 은상을 수상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색다른 패키지로 ‘여는 재미’ 선사

중견 완구업체인 영실업은 지난해부터 아예 유튜브에 전문적인 언박싱 채널을 운영 중이다. 채널 이름부터가 ‘두근두근 장난감’이다. 타깃이 어린이들인 만큼 언박싱 이후 제품을 갖고 노는 방법까지 비교적 자세하게 보여준다.

기업이 제작한 언박싱 동영상은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를 더욱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있는 소비자라면 그 가치를 내재화하는 경향이 있다. 여러 개의 브랜드 중 하나가 아니라 ‘내 브랜드’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당장 그 브랜드의 제품이 필요 없다고 해도 (언박싱 영상을) 찾아서 보게 되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단순한 형식의 언박싱을 벗어나 색다른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 독일의 이동통신사 T모바일은 올해 2월 삼성전자 갤럭시S7을 수중에서 개봉하는 영상으로 이목을 끌었다. 흥미를 유발하는 언박싱 본연의 취지는 물론, 제품의 방수기능을 강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색다른 재미가 가미된 패키지를 통해 ‘제품 개봉’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경험도 언박싱 마케팅과 연계돼 있다고 볼 수 있다.

LG전자가 선보인 다양한 모양의 스마트폰 케이스들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2014년 내놓은 ‘아카’는 상자를 개봉했을 때 4개의 제품 캐릭터가 팝업 형태로 나타나는 패키지로 구성됐다. 올해 4월 출시된 ‘G5’의 패키지는 모듈을 장착시키는 제품 특성에 맞게 마치 모듈을 분리하듯 박스를 잡아당겨 제품을 꺼낼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중국의 스마트폰 브랜드 알카텔은 지난 2월 기발한 패키지로 주목을 받았다. 자사 제품 ‘아이돌4’를 VR기기에 담아 제공한 것. 흔한 종이상자가 아닌 VR기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스마트폰과 액세서리들이 이채롭다.

이같은 기법을 도입한 언박싱 마케팅은 저관여 제품에도 응용될 수 있다. 비싼 제품이 아니더라도 패키지가 주목을 받게 되면 자발적인 언박싱 콘텐츠와 그로 인한 바이럴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여준상 교수는 “역발상을 해보면 저관여 제품을 고관여화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언박싱이 아닐까 싶다”며 “패키징에서 차별화 포인트만 잘 선택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기업의 입김이 닿기 보다는 자발적인 언박싱이 더 좋은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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