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엠부시 마케팅의 진수 보여준 언더아머
올림픽 엠부시 마케팅의 진수 보여준 언더아머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6.09.23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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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리우올림픽 리뷰 ③언더아머
19일(한국시간) 패럴림픽 폐막식을 끝으로 2016 리우올림픽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경기장 안팎에서 펼쳐진 글로벌 기업들의 캠페인 각축전과 그 함의를 연재합니다.

① P&G의 시간차 카피 공격
② 첫 출전 허쉬의 파격 변신
③ 언더아머의 눈부신 앰부시 마케팅
④ 삼성의 갤럭시 선율 속 애플의 닮음
⑤ 코카콜라의 짜릿한 순간
⑥ 스포츠 축제로 러브마크 남기려면

[더피알=임준수] 금메달감 앰부시 마케팅 올림픽 공식 후원사는 아니지만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는 ‘룰 유어셀프(Rule Yourself, 너 자신을 지배하라)’ 캠페인으로 사람들에게 깊은 러브마크를 남겼다.

IOC는 ‘룰40’을 통해 올림픽 기간 동안엔 공식 후원사만 올림픽 관련한 광고와 홍보를 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부여했다. 선수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비공식 후원사를 언급만 해도 메달을 박탈하고, 비공식 후원사가 광고나 홍보에 올림픽 선수를 보여주는 것도 금지할 만큼 대단히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는 올림픽 공식 스폰서가 아님에도 미 수영영웅 마이클 펠프스를 앞세워 일찌감치 'rule yourself'라는 타이틀의 엠부시 마케팅을 펼쳤다. 광고 화면 캡처

그런데 2015년 IOC는 미 올림픽위원회의 결정을 반영해 ‘룰40’을 느슨하게 했다. 비공식 후원사라도 올림픽을 직접 언급하거나 올림픽 관련 용어·상징을 사용하지 않는 선에서 후원 선수를 올림픽 개막 이전 광고에 등장시킬 수 있도록 승인한 것. 또한 선수들도 IOC가 제공하는 인터넷 회선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공식 후원사를 언급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올림픽 시작 전인 3월 27일까지만 이런 예외를 허용했다.

언더아머는 느슨해진 조항을 영리하게 이용해 마케팅 기회를 잡은 케이스다. ‘룰 유어셀프’ 광고는 P&G의 ‘땡큐맘’과 같은 완결된 이야기는 결여돼 있다. 주제도 상투적이다. 남이 잘 때도 계속 노력하는 자가 최후 승자가 되리라는 것은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우리 뼛속에 각인된 경구 아니던가? 기승전결의 서사적 이야기도 없고 주제도 뻔하다.

그럼에도 언더아머의 룰 유어셀프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구이고, 어떤 음악과 영상을 담는지, 또 어느 시점에 내보내는가에 따라 감동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멋진 작품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리우에서만 5관왕, 그리고 생애 네 번째 올림픽을 통해 2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올림픽 전설로 남을 미 수영영웅 마이클 펠프스다. 광고는 대체로 어둠이 짙게 깔린 시간대를 배경으로 한다.

리우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펠프스에 대한 헌정을 뜻을 담아 더킬스(the Kills)의 ‘마지막 굿바이’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가운데 그의 야간 훈련 장면이 잡힌다. 물속의 불빛을 가르는 고독한 황제는 영화 ‘레버넌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덥수룩한 수염을 한 채 근력운동에 비지땀을 흘린다. 밤에 잘 때도 울리는 올림픽 중계 아나운서의 함성은 펠프스가 갖는 정신적 중압감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강훈련, 맘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 데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 근육통을 달래기 위해 뜸을 뜨고 다시 물에 들어가고 나오고를 반복한다. 코치가 독려하는 고함이 울리는 것 같아 잠을 설치고 결국 탈진할 만큼 수영을 하고 나와 초췌해진 얼굴이 드러난 후, 다시 롱샷으로 어둠이 내린 수영장을 가르는 펠프스의 모습 위로 광고의 메인 카피가 나온다.

이 광고가 빼어난 이유는 바로 마지막 두 장면에 이어져 나오는 한 마디의 카피 때문이다. ‘너를 빛나게 해준 것은/ 바로 네가 어둠속에서 한 일이다(It’s what you do in the dark/ that puts you in the light)’. 앞서 언급한 P&G 광고처럼 시간차 카피 공격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것을 더 효과적으로 만드는 것은 제작팀이 의도적으로 사용한 ‘it ~ that 강조법’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모두 잠든 후에 마주한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 치열한 훈련과 물속에서 흘린 땀방울이 마이클 펠프스를 수영 황제, 올림픽의 전설로 만든 것임을 일깨워준다.

언더아머는 소셜미디어 인게이지먼트를 높이기 위해 영향력 있는 온·오프라인 매체에 이른바 ‘떡밥’도 던졌다. 지난해 12월 언더아머 본사를 방문한 마이클 펠프스와 그의 약혼녀가 사전 제작된 광고를 보고 눈물을 훔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언론에 배포하면서 ‘마이클 펠프스, 그의 마지막 올림픽을 기리는 이 광고를 보고 울다’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 마이클 팰프스의 언더아머 광고를 다룬 매셔블 기사. 온라인판 화면 캡처

소셜미디어 버즈를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매셔블>은 물론이고 <USA투데이>의 온라인판도 언더아머가 던진 미끼용 헤드라인을 그대로 물었다. 예상대로 헤드라인에 낚여 많은 사람이 티저 영상을 보고 공유했다.

올림픽이 시작하기도 전에 언더아머는 세기의 올림픽 황제의 화려한 고별전에 헌정하는 광고를 내보냄으로써 올림픽 공식 후원사이자 거대 상대인 나이키보다 더 큰 올림픽 효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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