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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안전처를 위한 홍보 제언[정용민의 Crisis Talk]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번번이 오작동, 왜?
승인 2016.09.26  09:04:46
정용민  |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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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정용민] 몇 주간 경북 일대에서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해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진의 강도 또한 흔치 않은 수준이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여진의 반복이 유래 없는 공포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더구나 지진이 발생한 지역 주변에 주로 위치해 있는 원전시설과 방폐장(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시설, 화학공업단지, 주요 생산시설들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이들이 많다.

그 와중에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국민안전처가 발송한 ‘긴급재난문자’를 가지고 갑론을박을 반복했다. 지진발생 이후 몇 분 지나 발송된 때늦은 재난문자가 타깃이 된 것이다. 국민안전처는 해당 시간이 재난문자를 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었음을 강변한다. 재난문자 대상과 방식 그리고 신속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주제어실을 방문, 현황보고를 받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이후 몇 번의 강진에 따라 계속되는 때늦은 재난문자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철없이 홈페이지까지 반복 다운돼 버리니 국민안전처는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어져 버렸다. ▷관련기사: 안전처의 ‘부실 커뮤니케이션’, 일주일 전과 비교해 보니

결국은 지진 관련 긴급재난문자를 기상청이 발송 담당하는 것으로 체계를 변환시키면서 해당 논란은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부터 그랬어야 했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필자도 왜 처음부터 옥상옥(屋上屋)에 사일로(silo)를 만들고 거기에 신속함이라는 압박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최고 우선 가치는 신속이고 정확이다. 일단 신속이 전제돼야 정확이 의미를 가진다. 신속함 없는 정확성이란 평시에는 가치가 있을 수 있어도 위기시에는 그 가치가 반감된다.

팀원 아닌 팀장 역할 해야

기업에서도 최초 위기 상황을 감지한 직원이 내부 위기관리팀에게 해당 상황을 신속 전파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러 툴을 통해 동시에 여러 위기관리팀 구성원들에게 위기 상황을 판별해 전파하는 체계를 가진다.

그러나 몇몇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활동이 ‘정치적 활동’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래서 평시보다 훨씬 더 복잡한 보고 공유 체계를 고수하기도 한다. 최초 감지자-상위자-팀장-임원-위기관리팀장 및 위기관리팀 구성원으로 이어지는 단선형 보고 체계가 일례다.

이 경우 현실적으로 ‘신속함’은 실현불가능하게 된다. 보고의 정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고, 대표이사에게까지 올라가는 프로세스를 거치므로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와 같은 단선형 보다는 1보는 감지 판별 후 즉시 동보 전파, 1보부터는 위기관리팀장의 리드 하에 상황 파악 및 대응 준비(대표이사 보고 포함)의 단계로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상청에게 긴급재난문자 발송 역할을 준 것은 이상에서 설명하는 것과 같이 ‘감지 판별 후 1보’ 역할을 부여한 것이라 의미가 있다. 국민안전처는 원래부터 기업에서 위기관리팀장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 지진발생시 국민안전처의 늑장대응을 비꼬은 한 트위터리안.

다시 긴급재난문자 자체로 돌아가 보면 긴급재난문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사전고지형 첫 번째는 ‘예기되는 재난 상황을 미리 고지해 사전 주의와 대비책을 마련하게 하는 유형’이 있을 수 있다. 다가오는 태풍에 대한 사전 고지와 그에 대한 안전 주의 사항들을 알리는 형식 같은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는 긴급재난문자라는 표현보다는 ‘안전주의고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신속의 중요성은 다른 긴급재난문자 유형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장 적다.

사후고지형 두 번째는 ‘재난 발생 상황을 직후 그대로 전파해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유형’이 되겠다. ‘언제 어디에서 강도 몇의 지진이 발생했다. 주변 주민들은 안전에 유의하라’는 긴급재난문자가 바로 그렇다.

이 경우 긴급재난문자를 받게 되는 주민들의 많은 수가 해당 사실을 이미 몸으로 인지하고 경험한 후가 된다. 일부 인지나 경험이 없던 주민들도 재난 사실을 공유 받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 유형은 긴급재난문자를 받는 주민들에게 어떤 구체적 활동을 지시하는 역할은 없어 보인다. 이 또한 ‘주의고지’가 주목적이다. 

행동지시형 세 번째는 ‘임박한 재난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특정 행동을 지시하는 유형’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이 유형이 진짜 ‘긴급재난문자’라고 볼 수 있다. 지진같이 전조가 특별하게 감지되지 않는 경우엔 일부 불가능하지만, 지속적으로 지역별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특정 계곡과 하천 등지에 있는 캠핑족에게는 매우 유효하다. “문자를 받는 자들은 신속히 안전지대로 대피하라”는 구체적 활동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특히 신속함이 생명이다. 폭우로 하천이 범람해 계곡과 하천인근의 캠핑족을 다 휩쓸고 지나간 뒤에 문자를 발송해 봤자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시 민방위본부에서 대피 고지하는 형식도 이런 유형일 수 있다.

현실적 긴급재난문자 필요

이번 국민안전처가 곤욕을 치렀던 긴급재난문자의 유형은 두 번째 ‘사후고지’였다. 그 신속성에 있어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사전고지’의 경우 신속성에 있어 비판받을 여지는 없어 보인다.

가끔 “혹서가 지속되는데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문자가 자꾸 와서 귀찮아 죽겠네”하는 불평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긴급재난문자의 목적을 생각할 때 큰 의미 있는 불평은 아니다. 안전은 기본적으로 불편한 것이기 때문이다. 평시에는 매우 귀찮은 주제일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관련기사: 긴급재난문자, ‘양치기 소년’ 취급받을라

   
▲ 경주시 한 민가에서 지진 피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긴급재난문자 실행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세 번째 ‘행동지시’ 유형이다. 신속성을 필히 담보해야 하고 지역 또는 대상을 확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해당 긴급재난문자가 가능하다 할지라도, 지역별 재난 발생 가능 유형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다면 실질적인 적시 적정대상 발송은 불가능해진다. 점증적 재난 상황을 사전에 지역별로 쪼개어 예측할 수 있는 분석 기술도 전제된다. 기존에 해당 지역별로 발생했던 재난 유형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도 전제돼야 할 것이다.

긴급재난문자의 나머지 두 유형보다 훨씬 더 많은 준비와 투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실질적인 긴급재난문자가 실제로 가동 가능한지 의문을 품게 된다. 이번 사후고지 유형의 긴급재난문자 발송에서도 여러 미숙한 문제와 논란을 일으켰는데, 행동지시 유형의 긴급재난문자는 실제 유효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긴급재난문자 체계를 다시 한 번 처음부터 꼼꼼하게 점검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행동지시형 긴급재난문자의 현실화를 목표로 지역별 상향식 재난 유형 분석과 데이터베이스화가 더욱 정교하게 이뤄졌으면 한다. 그런 기준과 대상지역들을 정하고 그 틀을 만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 국민안전처라 생각한다.

남은 과제는…

이제 국민안전처에게는 긴급재난문자 발송 책임이 없어졌다. 활동이 없어졌으니 책임도 없어질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지진 시 때늦은 긴급재난문자에 대한 비판은 그 활동주체인 기상청이 지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비판에서 한층 자유로워진 국민안전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앞서 말한 대로 국가적인 위기관리팀의 팀장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형식적으로 산재돼 있는 각종 재난 및 위기관리 매뉴얼들이라도 좀 통합하고 상호간 협업 가능한 체계로 개선해야 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다”는 말도 일견 맞다. 하지만 모든 매뉴얼은 최소한 현 상황에서는 완성 수준에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실제로 재난 및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문제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각 재난 및 위기관리 주체별로 자기 영역 싸움과 사일로 경쟁이 발생하는 현장을 그대로 보고 현장에서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

각종 재난 및 위기관리를 담당해야 할 주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훈련은 기본이다. 정부 문화나 성격상 ‘약속 대련’ 형식의 훈련 및 시뮬레이션을 포기할 수 없다면, 최소한 일정 횟수의 경우 ‘자유 대련’ 형식의 시나리오 없는 시뮬레이션도 일부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

   
▲ 경주 지진 발생 이후 접속이 마비된 국민안전처의 홈페이지. 해당 사이트 캡처

실제로 매뉴얼을 들고 각종 대피시설이나 대응 장비 및 물자들이 제대로 존재하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도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보도를 위해 언론사 기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확인 점검을 왜 국민안전처는 못하는지 모르겠다. 없으면 빨리 채우고, 바뀌었으면 바꿔 고지하자. 재난이나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만 이뤄지면 충분하다.

국민안전처는 항상 최악을 생각해야 한다. 재난 시 최악의 상황에서 모든 통신이 불가능해진다면, 전기가 사라진다면, 물이 없어진다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상적 생존 물자 보급이 불가능 해진다면 국민안전처는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미리 고민에 고민을 더해 보자. 재난이 발생한 뒤 이런 저런 최악의 상황이라 제대로 대응 할 수 없었다는 변명은 그만하자.

마지막으로 국민안전처 자체를 위한 홍보는 이제 그만하자. 국민안전처가 개발한 더 나은 ‘매뉴얼’과 ‘재난대응체계’들을 보다 적극 홍보하자. ▷관련기사: 국민안전처, ‘장관PI’보다 ‘내실홍보’ 추구해야

누구나 안전 매뉴얼이나 행동요령들을 어디서나 손쉽게 다운로드 받고 접할 수 있게 하자. 완전에 가까워진 ‘재난대응물자’들과 ‘설비’들을 홍보하자. 미국이나 일본이 하고 있는 수준을 따라서라도 하면서 그들이 홍보하는 형식도 따라해 보자. 실질적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꼭 해야만 하는 일을 적시에 하자. 그게 곧 홍보라고 생각하자.

위기관리를 잘하는 것이 국민안전처를 위한 진정한 홍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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