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홍보의 민주화 시대 열렸다
김영란법 시행, 홍보의 민주화 시대 열렸다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6.09.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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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一心] 홍보인 경력별로 희비 갈려…콘텐츠 싸움에 무게둬야

[더피알=김광태] 김영란법 종이 울렸다. 언론홍보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이다. “밥 한번 먹자, 술 한 잔 하자”로 시작되던 언론홍보의 인사말이 “차 한 잔 하자”로 바뀌었다.

언론홍보의 바뀐 유전자가 하나 둘씩 드러나지만 과연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될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 법의 해석이 구구해 다들 선뜻 나서기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판례를 만들어 답을 제시할 때를 기다릴 뿐이다.

▲ 김영란법은 금품 상한선을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정해 언론홍보 과정에서의 관행에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기업이나 언론사는 김영란법 시행 전부터 임직원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당부했다. 모그룹은 시범케이스에 걸리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조심하라고 엄명이 내려졌고, 또 다른 그룹은 사장들에게 기자와의 식사자리는 일절 금하고 필요시 사무실에서 차 한 잔 하는 것으로 끝내라고 방침을 정했다.

대부분의 언론사도 기자들에게 취재시 비용은 무조건 더치페이로 하고, 편집국에서의 광고·협찬 청탁행위도 일체 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다. 기업이나 언론 모두가 일단은 몸조심하자는 분위기로, 법 테두리 안에서 모든 행위를 최소화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언론사들은 당장 경영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기사협찬으로 그동안 수입을 챙겨왔던 인터넷매체들이 된서리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적인 광고로는 도무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앞으로 문 닫는 매체들이 속출할 것으로 언론계는 내다보고 있다. 대안으로 몇몇 인터넷매체는 광고를 수용하기 위해 별도의 인쇄매체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전통 종이신문들의 위기감도 상당하다. 모 종합지 편집국장은 “협찬이 90%인데 살길이 막막하다. 어차피 생계유지 못할 바에 전과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사즉생(死卽生) 결의에 차있다. 한편에선 “기자가 기사 쓰는 사람이지 영업을 하는 사람이 아닌데 차라리 잘됐다”면서 이 기회에 언론도 제자리를 찾아 정도(正道)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 홍보실은 희비가 엇갈렸다. 경력이 일천한 홍보인들은 언론 네트워크가 취약해 기자들과의 부담 없는 커뮤니케이션에 제동이 걸렸다.

반면 숱한 언론인들과 인간적인 교분을 축적해 놓은 노회한 홍보인들은 상대적으로 흐뭇하기만 하다. 김영란법으로 오히려 자신이 보유한 인적자산 가치가 높아져 몸값이 오르게 됐다고 좋아한다. 물론 처신에는 더욱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모 회사 홍보임원은 “김영란법이 존재하는 한 누가 누굴 믿느냐. 편한 관계라 생각하고 함부로 얘기했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며 “휴대폰으로 통화할 때는 반드시 내가 주고받는 모든 말이 녹음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자신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상대방과 통화를 할 때는 가급적 유선전화를 이용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 당장은 불편하지만 언론사가 보다 투명해지면 홍보는 수혜를 입는 것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관행을 떨쳐버리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늘 편법이 등장한다. 김영란법 이후에도 별의별 꼼수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포상금을 노리는 이른바 ‘란파라치’도 성행할 것이고, 도처에서 많은 고발이 홍수를 이룰 수도 있다.

큰 변화를 요하는 김영란법이 언론사나 기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법이지만 사실 홍보하는 입장에서는 수혜를 입는 것이나 다름없다. 언론사가 보다 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언론이 과거처럼 무리한 주문이나 청탁을 할 수 없고, 홍보와의 관계도 수평적 형태로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홍보 윤리 차원에서의 갈등도 벗어날 수 있다. 기업규모에 따라 제공되는 편의 차이도 없어지면서 어찌 보면 홍보의 민주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젠 오직 자신의 순수한 실력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판이 만들어졌다. 순수한 실력의 요체는 바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의 생산이다. 과거 언론홍보가 접대문화를 통한 인간관계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매일 같이 언론에 제공되는 콘텐츠 싸움이다. 누가 얼마만큼 화제를 몰고 오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영란법은 홍보인들에게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도 선사하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늘었다. 이참에 공부하고 노력해보자. 생각의 차이는 능력의 차이를 만든다. 마음먹기 달렸다. 언론홍보의 새바람이 분다. 언론홍보의 참모습을 만들어 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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