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묻은 신문의 얼굴을 보며
라면 묻은 신문의 얼굴을 보며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6.10.0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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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70주년 경향신문의 파격 시도, 중의적으로 다가오는 이유

[더피알=강미혜 기자] 바쁜 출근길, 모 일간지 선배의 페이스북 포스팅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른 일간지를 ‘라면 받침대’로 사용한 한 컷의 사진. 곱게 드시지도 않았는지 면발과 국물이 여기저기 튀어 남의 신문 얼굴을 지저분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무리 쿨내 나는 분이라지만 상도덕도 없나 생각하던 찰나 알게 됐다. 속았다는 사실을. 창간 70주년을 맞은 경향신문의 파격 시도였다.

▲ 창간 70주년을 맞아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10월 6일자 경향신문 1면.

10월 6일자 경향신문 디자인은 신선한 충격이다. 컵라면과 삼각김밥이 1면을 떡 하니 차지하고 있으니... 심지어 헤드라인과 사진, 기사까지 가려버렸다.

이에 대해 경향은 “이 시대 고달픈 청년들의 상징”이라며 “기성세대의 형식적인 엄숙주의를 조롱하며 청년 문제보다 더 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에게 ‘헬조선’이 돼버린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임팩트 있게 보여주려는 취지였던 것. 일단 시선은 끌었고 여러 언론보도로 이어졌으니 성공한 전략인 셈이다.

그런데 70살 경향의 라면 묻은 얼굴에서 ‘헬’에 놓인 종이신문의 현주소가 동시에 보였다.

‘2015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종이신문 평균이용 시간은 2.5분에 불과하다. 올해 같은 조사를 해보면 더 짧아졌을 게 뻔하다. 굳이 숫자를 갖다 대지 않아도 청년들이 종이신문 안 보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심지어 ‘800원의 자존심’을 접고 공짜로 가져가라고 해도 외면 받기 일쑤다. (관련기사: 무가지 자리 대신한 경제지…‘그래도 안 읽어요’과하게 표현하면 짜장면 시켜먹을 때 밑에 까는 용도로 쓰이는 게 요즘 종이신문 신세다.

아침부터 상도덕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 선배 역시 “젊은층과 소통하려는 신문의 노력이 보이지만 자조적인 냄새가 난다”는 촌평을 들려줬다.

편의점 네 군데를 돌아다닌 끝에 겨우 ‘희소템’을 손에 쥐게 된 오늘,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신문들의 미래가 새삼스레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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