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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하면 ‘여혐 논란’…무엇이 문제인가일상적 표현에 꼬투리잡기 vs. 고착화된 차별인식 변화할 때

#1. DO NOT LAUNDRY. DO NOT BLEACH. DO NOT IRON. DRY IN SHADE. ...BLAH BLAH... F*CK IT. JUST GIVE IT TO YOUR MOTHER(세탁·표백·다림질하지 마시오. 그늘에서 말리시오. …어쩌고 저쩌고… 다 됐고, 그냥 엄마한테 줘버려)

#2. ‘밥값은 1/n’ 티셔츠. 더치페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던 분들의 고민을 한방의 날려줄 활용법 중 한 가지로, ‘소개팅’ 편에서 상황을 제안하는 블로그 포스팅.

#3. 여자의 빨간색은 자신의 겉모습을 살릴 때보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때 더 빛이 납니다.

   
▲ 여혐논란이 일어난 ‘피스마이너스원’ 의류 세탁법과 배달의민족의 ‘밥값은 1/n’ 티셔츠 활용법.

[더피알=조성미 기자] 최근 여성혐오 논란을 일으킨 커뮤니케이션 사례이다. 첫 번째는 지드래곤이 출시한 패션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PEACEMINUSONE)’ 의류에 부착된 세탁방법으로, ‘엄마=빨래해주는 사람’이라고 잘못된 성 역할 규범을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됐다.

또한 배달의민족은 여성을 남자에게 얻어먹는 사람으로 표현한다는 점 때문에 2014년 상품이 다소 뒤늦게 입길에 올랐으며, 대한적십자사가 지난해 개최한 헌혈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여자의 빨간색’이라는 제목의 광고시안은 ‘여성은 꾸미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는 편견을 담았다며 ‘여혐광고’ 낙인이 찍혔다.

‘여혐’이라는 키워드가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되면서 일상적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브랜드의 마케팅PR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언제 어떤 식으로 터질지 모르는 잠재적 폭탄과도 같은 형국이다. 

이에 따라 직접적으로 여성을 폭력이나 비하의 대상으로 표현하는 것은 물론 남자는 의사, 여자는 간호사와 같이 성별에 따른 역할을 규범 짓는 기존 관념까지도 이제는 여성혐오 표현의 하나로 넒게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별 것 아닌 것에 민감하게 군다’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엄마의 손맛’처럼 그저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표현들마저 하나하나 따지고 드는 것이 오히려 이해되지 않는다며 일종의 꼬투리잡기로 본다.

이처럼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불거지는 여성혐오 범죄에 대응해 변화하는 한 과정이라고 진단한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여성차별이 여성의 목소리를 축소시키는 형태로 이뤄졌다면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부터는 ‘일베’로 상징되는 ‘약자타도정신’이 사회전반적으로 확산, 여성을 공격하는 문화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곳곳에서 여성혐오 언어들이 어떠한 자의식이 없이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여성혐오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표현들은 부지불식간에 별 거부감 없이 사용할 만큼 광범위하게 우리사회의 보편적인 편견으로 존재하고 있다”며 “여혐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여성들이 물리적 위협까지 느끼는 상황에서 이러한 표현들이 여성의 사회적 차별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바라봤다.

   
▲ 여혐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헌혈공모전의 수상작.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관용적으로 사용하던 표현들이 현재 여성혐오로 인한 사회문제들과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여성혐오 코드에 대한 어떤 규제나 검열이 발동되지 않은 채 문화가 되면서 혐오 언어가 더욱 강력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선영 평론가는 “그만큼 여성들이 현재를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여성혐오에 대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의 부작용으로 별일 아닌 것도 논란으로 만드는 등 극단적으로 충돌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여성혐오라는 이슈를 통해 다양한 소수자를 이해하는 인권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학습, 논쟁의 과정이자 과도기의 성장통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재근 평론가는 “여성혐오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인데 뚜렷한 기준이 없어 사례별로 이슈가 터질 때마다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며 “결과물이 쌓여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가이드라인이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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