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티카는 어떤 회사입니까
베티카는 어떤 회사입니까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6.10.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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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Talk Talk] 먹거리와 글쓰기가 풍부한 PR회사를 찾다

[더피알= 이윤주 기자] 회사에 들어서기 전 복도 벽면에는 ‘#우리가어떤회사입니까’라는 커다란 문구가 붙어있다. 기자가 알고 싶은 핵심을 먼저 자문하고 되새김질 하는 곳, 농업전문 PR회사 베티카(VETICA)를 방문했다.

▲ 사무실 벽면에 쓰여있는 '#우리가어떤회사입니까' 문구(위)와 베티카의 자랑인 부엌 전경과 식탁에 올려진 과일들. 사진: 이윤주 기자

“모두들 너무나 잘하고 있고요.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고, 감사합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아침회의 마지막 멘트가 들려왔다.

넓은 주방과 투명한 회의실, 중앙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직원들의 책상, 개개인 이름이 새겨진 철제 사물함. 사무실 전경은 가정집과 대학교를 연상케 했다. 인터뷰를 기다리며 건네받은 1회용 컵 홀더에는 ‘VETICA’가 새겨져 있다. 궁금증을 안고 이 회사 임영진·류왕보 공동대표와 인터뷰를 가졌다.

#당신과 농업을 잇는 회사

“공공PR회사로 농·식품 분야를 주로 다뤄요. 국민의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하게 연관된 정책을 홍보합니다.”

“저희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자연을 말해요. 젊은 세대는 킨포크 등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잖아요. 어떻게 보면 국민들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세련된 주제를 다루는 거죠.” 베티카가 어느 회사인지 묻는 첫 질문에 두 대표의 대답이 이어졌다.

▲ 임영진·류왕보 베티카 공동대표. 사진: 이윤주 기자

베티카는 도시와 농촌은 같이 가야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기존의 농업정책이 국민과 어우러지지 못한 까닭은 ‘단절된 관계’라고 지적했다. 흔히 도시에선 농업을 농부 고유의 일이라고 여기며 자신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베티카는 도시의 사람들의 삶과 농업을 매치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 과정에 재미와 경험을 곁들이려는 고민은 필수다. 일반화된 정책홍보처럼 딱딱하게 접근하지 않겠다는 것.

임 대표는 “농업 관련 PR을 하다 보니 베티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부엌이에요. 사과, 복숭아, 자두 등 우리가 홍보하는 지역에서 구매하거나 선물해주면 냉장고를 꽉 채워놓죠. 건강한 먹거리가 떨어지지 않지만 일주일 만에 초토화돼요”라고 말했다.

이런 베티카의 정체성은 두 대표가 걸어온 길의 흔적이 반영됐다. 흔히 PR회사 대표는 홍보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하거나 언론사 경제·산업부 출신이 많지만 이들은 다르다.

임 대표의 경우 17년간 농업전문 기자를 거쳐 농업행사를 주로 맡는 전시·이벤트회사에서 10년을 근무했다. “당시 만해도 정부홍보는 지역에 희망을 주려고 개최하는 큰 박람회라고 여겨졌죠. 행사에 전부 쏟아 붓는 홍보식이 아니라 IMC적인 갈무리된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류 대표는 IT분야 마케팅 전문가였다. “컨설팅과 교육사업을 생각하던 중에 농식품부 프로젝트와 연결됐어요. 그 프로젝트로 기재부 표창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농업마케팅으로 뛰어들게 됐습니다. 농업계 내에서 새로운 접근들이 많이 나타나지 않아서 앞으로 개척해가야 할 부분들이 많겠구나 싶었어요.” 이에 함께 시너지를 일으켜보자 손 잡았고 현재의 베티카가 만들어졌다.

#기대 이상을 소화하는 회사

“공공PR이라고 하면 흔히 제안요청서대로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캐시카우가 있어야 하니까 맡은 일도 하지만 자체적으로 농업을 알리는 일도 하고 있어요.” “아직도 많은 PR회사들이 메신저 역할을 한다면, 저희는 슈퍼바이저로서 가치를 스스로 만들고 알려나가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고 해요.”

홍보를 하기에 앞서 농업정책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고민하던 이들은 10대들의 의식부터 바꿔야겠다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그래서 기획한 프로젝트가 ‘나우올제’다.

▲ 2회 나우올제에 참여한 초등학생이 직접 딴 사과를 들고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나우올제는 ‘농업과 내일’이라는 키워드 아래 진행되는 스피치 콘테스트로, 초·중·고·대학생, 외국인 등이 참여해 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낸다. 여기서 ‘내일’은 기간을 뜻하는 ‘내일’과 자신의 업무를 뜻하는 ‘나의 일’이라는 중의적 표현이다. 농업은 미래에 대한 일이기도 하지만 나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뜻이다. ▷나우올제 바로가기

참여를 신청한 사람들은 스피치에 앞서 농촌체험을 떠난다. 임 대표는 “요즘 아이들은 농업과 동 떨어져 이씩에 어떤 연결점이 있는지 스스로 경험해보고 농업적 가치를 그들의 삶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체험을 다녀왔는데 아이들이 깻잎을 모르니까 나뭇잎이라고 하더라고요. 닥나무가 포스트잇처럼 몸에 붙는 거 아세요?”

나우올제 행사를 진행하며 또 다른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지난해 참여한 아이들이 중학교 직업체험 프로그램에 ‘농부’가 없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농부라는 직업군이 추가됐다.

류 대표는 “상을 타기 위해 참여하더라도 체험기간 동안 농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돼요. 아이들이 커서 차세대 리더가 돼 어느 자리에 가서도 농업의 필요성에 대해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베티카가 말하는 농업의 의미는 뭘까. 하이테크산업으로 바뀌고 있는 농업의 범주는 생각보다 넓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농업은 우리 주변에서도 인지하진 못했지만 쉽게 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일례로 영화 ‘마션’은 행성에서 농작물을 키우고, ‘인터스텔라’는 지구에선 더 이상 농작할 데가 없으니 우주로 가는 내용이 담겨있다.

▲ 류왕보 베티카 대표.

“미래식품처럼 알약하나 먹고 살지 않을 거면 먹거리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겁니다. 공간을 꾸밀 때도 나무 재질 가구를 고르고, 집 안에 화초 하나 놓길 바라는 욕구도 마찬가지에요. 기술이 발달해도 농업의 원형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고 류 대표는 설명했다.

지금은 잘 쓰이지 않지만 우골탑이라는 말이 있다. 학비 마련을 위해 소를 팔아 등록금을 마련한다는 의미다. 두 대표는 자신들을 우골탑세대라고 표현했다. 반면 지금 자라나는 세대는 자신들과는 다르게 농업과 감정적인 공감대를 이루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음을 우려했다.

류 대표는 “농업은 꼭 필요하다”며 “도시의 시각으로 내 삶과 연관시켜주는 툴을 가지고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커뮤니케이션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홍보회사 아닌 콘텐츠회사

그러기 위해서 이들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역시 ‘콘텐츠’다. 미래세대가 단순히 지식으로 듣고 이해하는 게 아닌, 직접 현장에 가서 스스로 느낀 그림을 하나의 콘텐츠로 만드는 일에 매진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정책홍보를 한다고 보도자료로 뿌려봐야 국민들은 콘텐츠를 즐길 수가 없어요. 그런 점에서 베티카는 홍보회사가 아니라 콘텐츠회사라고 말합니다.” 미래 소비자 없이 정책은 존재할 수 없다는 류 대표의 설명이다.

베티카에는 회사 내 부설로 AFL마케팅연구소가 있다. ‘Agriculture Food Lifestyle(농업 식품 라이프스타일)’의 약자인 AFL은 농업과 관련된 트렌드를 읽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연구하는데, 소셜임팩트팀과 미디어콘텐츠팀으로 나뉜다.

▲ 임영진 베티카 대표.

베타카는 사업 내용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건 내부직원들이기 때문에 직접 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콘텐츠 제작 인력도 계속해서 늘려가는 중이다.

“콘텐츠는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야 해요. 콘텐츠를 예쁘게 만들어 유머코드를 넣는다면 잠깐의 바이럴이 일어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결국 주목하는 건 가치에요. 특히 공공의 경우는 브랜드보다 가치의 중요성이 더 커요.” 콘텐츠를 접근하는 방식도 전방위적이다. ICT를 활용해 새로운 기술을 농업에 적용해 파급효과를 내겠다는 설명이다.

<아시아경제>와 손잡고 시도한 크로스미디어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베티카가 만든 크로스미디어 홈페이지는 잡지편집과 블로그의 편이성을 합쳐놓은 것과 같다. 스크롤을 내리면 영상은 자동 재생되고 텍스트와 사진은 시각적으로 한 눈에 보여준다.

크로스미디어는 멀티미디어를 한 군데 모아 복합적인 플랫폼을 보여주는 형태로, 저널리즘의 방향성을 담고 홍보의 툴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뉴욕타임스>가 선보인 인터랙티브 뉴스인 ‘스노우폴(Snow Fall)’이 대표적인 예다.

“흔히들 홍보는 IMC적으로 해야 한다고들 하잖아요.. 인터렉티브미디어가 같은 내용을 다양한 형태에 퍼트린다면, 크로스미디어는 한 군데에 여러 미디어들이 들어가 있어요. ‘이러이러한 매체에서 소개됐다. 무슨 활동을 했다’는 분리돼 있는 정보들을 한 곳에 넣어 보여줄 수 있죠.”

#업무보다 글쓰기가 중요한 회사

“우리 직원들에게는 가장 큰 숙제가 있어요. 누구든지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는 연습이에요.” 페이스북 비공개 회사 계정에 글을 올려 서로간의 독자가 된다. AE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나 관리업무를 맡는 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직원들의 글들은 한 달에 한번 ‘V-부커’ 시상식을 열어 상을 주기도 한다.

베티카가 홍보하는 주제를 유창하게 다루기 위해 글쓰기는 필수다. 농업, 사회적기업, 꽃생활화, 상생협력 등 생소한 분야를 유창하게 말하고 콘텐츠로 구사하려면 외국어 학습을 하는 것과 같이 관련 단어들을 써보고 입으로 말해봐야 한다는 것.

▲ 첫 출근한 신입직원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쓰기 과제. 사진: 이윤주 기자

“결국 모든 콘텐츠는 글에서 나오고, 업무의 속도와 숙련도 역시 글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어딜 지나가다가도 카피를 뽑아야 하는 사람들이에요. 글을 쓰는 자체가 가장 큰 역량이자, 회사와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연결고리이기도 합니다.”

대표들은 스스로를 자칭 퍼스널 트레이너라고 말한다. 운동하는데 바른 자세를 잡아주고 힘들어할 때 끌어주는 게 그들의 할 일이라는 것이다.

“직원들은 이미 부모 품을 벗어났고 졸업과 동시에 그들을 이끌어 줄 대학교수도 없어요. 결국 직장이 계속적인 성장의 터전이 돼야 해요. 그 자리에서 멈춰있으면 안됩니다.” 직원들을 향한 류 대표의 충고다.

이를 위해 연초 프로젝트가 없을 때 회사가 ‘V-university’로 변신하기도 한다. 외부 강사를 초청해 하루 종일 글쓰기, 와인공부, 사진촬영 등 직원 역량제고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 배운 내용은 직원들이 일일리포터가 돼 베티카 페이스북에 정리해 게시한다. 직원과 회사가 함께 발전하기 위해 나온 발상이다.

최근 사내에서 론칭을 준비 중인 ‘611운동’도 비슷한 방향성에서 기획된 아이디어다. 하루 6시간 일하고 1시간 공부하고 1시간 운동하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좋은 아이디어는 양적인 시간보단 질적인 시간이 더 중요해요. 지식노동자의 특권이지요. 잡플래닛 등 구직정보 사이트를 보면 아직도 PR회사는 야근도 많고 일과 삶의 균형이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에요. 그 점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공부만큼 ‘놀기’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거실 같은 공간에서 직원들은 점심시간마다 스크린을 띄워놓고 옹기종기 모여 밀린 드라마를 보며, 특정한 날에는 짝지어 데이트하며 친밀도를 다진다.

류 대표는 베티카를 ‘사자집단’으로 비유했다. “사냥을 해서 같이 나누면서 가야 하니까 효율적으로 사냥해야 쉬는 시간도 많아져요. 즐기는 것도 내용 있게 즐겨야죠. 한마디로 플레이 스마트, 워크 스마트(PLAY SMART WORK SMART, 똑똑하게 놀고 똑똑하게 일하자)입니다.”

최근 베티카의 가장 큰 고민은 ‘인재확보’다. 만 3년 된 신생회사다 보니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좋은 인재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임 대표는 “우리의 리더상은 열심히 아랫사람을 키우는 것”이라며 “신입을 뽑았는데 내버려둔 채 선배들이 혼자 성장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 대표도 덧붙였다. “회식을 가면 가게에서 쫓겨나 2차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다들 의견이 많아서 시끄럽거든요. 어느 모임에서든지 중심이 되는 사람, 궁금증이 많고 어느 관심사에도 연결돼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배우는 것과 글쓰기에 뜻이 있다면, 더하여 건강한 먹거리가 항상 갖춰져 있는 회사를 원한다면 베티카의 문을 두드려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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