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후 질병관리본부, 소통이 확 달라졌다
메르스 이후 질병관리본부, 소통이 확 달라졌다
  • 김동석 (dskim@enzaim.co.kr)
  • 승인 2016.10.2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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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커뮤니케이션닥터] 인사·시스템 전방위 개편…대국민 직접 소통 전략 고민할 때

[더피알=김동석] 질병관리본부(KCDC)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크게 곤혹을 치렀다. 신속하지 못한 병원명 공개 등으로 커뮤니케이션(소통)의 문제점이 집중 부각됐었다. 1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지카 바이러스, 결핵, 콜레라 등 어느 때보다 많은 감염병과 질병이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중요한 시험대라는 생각에서 메르스 이후 소통 현황을 살펴봤다.

▲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이 국내외 주요 감염병 발생 전망과 주요 추진 사업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2004년 1월 국립보건원이 질병관리본부로 확대·개편되면서 지금의 질병관리본부의 체계가 갖춰졌다. 올해로 12년이 된 셈이다.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국민의 질병 예방 및 관리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했던 결코 가볍지 않은 굴곡의 시간이기도 했다.

메르스 사태 후 언론과 전문가들의 꾸준한 요청과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질병관리본부를 처, 또는 청으로 독립시키지는 않았다. 대신 보건복지부 산하 차관급 조직으로 격상 시켰다. 이에 맞춰 ‘위기소통담당관’이라는 직제도 신설해 소통 조직도 갖췄다. ▷관련기사: 질본, ‘위기관리 전문가’ 수혈 나서

전 보건복지부 박기수 부대변인이 질병관리본부의 첫 위기소통담당관으로 임명됐고, 공개 모집을 통해 의사 출신, PR회사 출신, 연구원 출신 등 총 9명(2016년 9월 기준)이 배치돼 질병관리본부의 위기 소통을 담당하고 있다. 위기소통담당관은 주로 보건 위기발생시 이를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통제하는 질병관리본부 내 ‘긴급상황센터(EOC)’와 긴밀히 협력하며 질병의 확산을 막는 역할을 한다.

쉬운 정보로 신속하게 공개

조직 개편 이후 소통 분야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변화는 크게 ‘신속한 정보공개’와 ‘내·외부 협력체계 구축’ 두 가지다.

감염병 발생 초기 단계부터 출입기자들에게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언론이 정보 과잉을 걱정할 정도다. 카카오톡, 이메일, 필요할 경우 온·오프라인 실시간 브리핑을 통해 과정 전체가 상세하게 공개된다. 토요일, 일요일, 국경일, 퇴근 후라도 상황 발생 시 예외 없이 언론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보도자료 배포 시에도 기존의 문서식 외에 카드뉴스, VNR(Video News Release), 인포그래픽 등 어려운 질병 정보를 좀 더 이해하기 쉽고 상세하게 전달해 오해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출입기자단의 검역소 방문을 추진하는 등 대국민 소통의 중간 채널인 언론이 질병관리본부의 업무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노력하고 있다.

▲ 개편된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메인 화면.

본부의 소통 활성화를 위해 조직의 수장인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 역시 적극 나서고 있다. 공중보건 위기에 있어 기술적 방역만큼 심리적 방역(소통)도 중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올바른 건강 정보 제공과 질병관리본부의 역할을 알리기 위해 직접 TV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본부를 국민의 생활 속에 친근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HIV/AIDS 유엔총회 고위급회의’에 대한민국 수석대표로 참석해 연설하는 등 국제적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위상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언론 채널뿐만 아니라, 과거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던 질병관리본부의 대국민 소통 채널을 재분류하거나 신설, 보강하는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홈페이지를 사용자 편의를 고려해 수정했고 페이스북, 트위터, 카톡 옐로아이디, 네이버캐스트, 유튜브, 카드뉴스 등 가용 가능한 모든 대국민 채널 정비에 나섰다.

내부전담-외부자문, 협력 체계 구축

메르스 사태에서 배웠던 것처럼 질병, 특히 감염병은 방역당국 혼자의 힘이 아닌 관련 민관기관 및 국민 개개인과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협력 체계는 위기발생시 급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평상시 꾸준한 관계 개선과 협력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전제되어야만 유사시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관련기사: 메르스가 남긴 세 가지 키워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간과하기 쉬운 타깃 집단은 아마 내부 공중일 것이다. 내부 공중의 협력과 훈련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위기시 어떤 커뮤니케이션도 제대로 역할하기 힘들다. 이런 취지로 공중보건 위기와 관련해 가상 위기 상황을 상정하고 레드팀, 블루팀으로 나눠 기존 정책 및 대응체제 등을 상호 검증, 비판하며 공동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일종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본부의 떨어진 사기를 진작하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선봉장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극한본부 릴레이’ 등 내부 공중들의 자긍심 함양 프로그램 역시 기획 중이다.

외부 협력 시스템 구축 작업 역시 활발하다. 일찌감치 헬스커뮤니케이션, PR, 공중보건 분야 등 학계 전문가와 업계 전문가 12인으로 구성된 ‘소통자문단’을 공식 직제에 편성했다. 특정 위기 사안이 있을 때 마다 카톡 및 현장 미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모든 내용을 공유하고 조언을 구한다. 형식적인 조언을 떠나 거의 실시간으로 전략 및 제작물 등에 대한 의견까지 수렴하고 있다.

▲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발생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카바이러스 관련 언론 브리핑 모습. 뉴시스

질병의 예방과 관리에 있어 의료인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실제 질병이 발생했을 때 국민들은 가장 먼저 의료기관을 찾기 때문에 병의원이야말로 질병과 싸우는 최일선 전투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각종 의료 학회 등과 감염병 공동 대응을 위한 연계 사업을 진행하는가하면, 전국의 병원 홍보인들의 모임인 한국병원홍보협회와도 업무 협약을 맺고 감염병 관리 및 질병 관리에 대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국민 직접 소통 위한 2단계 전략

하지만 이런 노력과는 별개로 여전히 적지 않은 문제점과 과제도 있다. 메르스 이후 새로 편성된 ‘위기소통담당관’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현재 질병관리본부의 소통은 주로 감염병 위기 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감염병 위기가 증가하고 있고, 그 피해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질병보다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공중보건 위기발생시 해당 조직(기관)에 대한 국민의 ‘평소 신뢰’야말로 효과적인 소통의 절대적 전제조건이다. 이 관점에서 질병관리본부는 위기상황에 대비한 감염병 관리의 차원을 넘어서 일반 질병 예방과 관리를 포괄하는 ‘국민 건강 수호자’라는 조직의 존재 이유에 대한 국민 신뢰를 확보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위기 소통을 넘어 본부 자체의 PR에도 지평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아직까지도 질병관리본부의 소통은 대언론에 맞춰진 측면이 강하다. 국가적 보건 위기 시 정통 언론이 갖는 영향력과 무게감 때문이다. 국민의 최대 접점 채널 중 하나인 언론과의 소통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1단계 목표였다면 이제 국민과 직접 소통을 위한 2단계 전략을 고민할 때다.

언론이라는 미디어(중간자)를 통해서는 일정 부분 정보의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기관이 의도하는 바를 제대로 알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결국은 대국민 직접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국민을 질병관리본부의 소통 활동에 개입시키는 일이야말로 소통 체계 정비의 진정한 마무리 작업이 될 것이다.

▲ 국민 직접 소통 강화를 위해 ‘100인의 국민소통단’을 꾸렸다.

그런 취지에서 충분한 인원은 아니지만 ‘100인의 국민소통단’을 꾸렸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100인을 모집해 질병관리본부의 소통 정책·전략 수립에 직접 참여하게 하고, 국민의 진짜 목소리를 듣고 참여 시키겠다는 의도다.

미국사례≠금과옥조, 한국적 투자 필요

역할의 확대만큼 그에 걸맞은 예산과 인력의 수급은 필수적이다. 개인적으론 여전히 각 과별로 분산돼 있는 소통 인력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본다. 질병관리본부에 위기소통담당관실이 생기기 전, 각 해당 과에서 소통 업무를 수행해 온 오랜 경력의 전문 인력들이 있다. 산증인들의 소통 자산을 하나로 통합한다면 질병관리본부의 소통 역량이 크게 강화 될 것이라 믿는다.

공중보건 위기가 생길 때마다 습관적으로 우리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의 지침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참고하려 한다. 특히 미국 CDC는 위기 소통에 있어 바이블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사실 이 기관에 투자된 미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자원과 인력에 비해 국민의 신뢰를 얻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사안별로 여전히 언론의 혹독한 비판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 CDC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광범위한 지역에서 공중보건 이슈를 관리하고 소통한다. 세계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조언하지만 실제 대응과 소통에 있어서는 본인들이 주체가 아닌 경우가 많다. 어쩌면 이런 미국 CDC보다는 현장에서 더 많은 실질적인 사례를 스스로 경험하고 축적할 수 있는 우리나라야말로 거꾸로 해외 유수 보건 기관들에게 유의미한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하고 모범적인 조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거기에는 미국처럼 엄청난 투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민의 관심과 국가의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 소통은 절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실체 없는 소통은 공허한 울림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좋은 소통 전략도 허술한 질병관리 체계에서는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질병의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외치며 정작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국가적 투자가 충분하고 적절한 지 묻고 싶다. 신분 보장과 급여 수준 등으로 감염병 관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역학 조사관을 뽑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현실, 격려와 투자보다는 책임과 의무만을 강요하는 현 상황에서는 좋은 소통을 기대할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물론이고 소통에 대해 여전히 비판하고 우려하는 언론과 국민의 시각이 존재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에 위기소통담당 조직이 갖춰진 지 이제 갓 반 년 밖에 지나지 않은 현재 진행 상태다. 그 짧은 시간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과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혹독한 질책도 필요하겠지만 많은 격려와 응원 역시 필요한 때다. 결국 그 모든 혜택은 우리 국민들에게 ‘건강’이라는 선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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