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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것에 숨결을 불어 넣다
버려진 것에 숨결을 불어 넣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6.10.27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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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자원순화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까지

[더피알=조성미 기자] 필요에 의해 물건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 그것이 지닌 가치를 공유하는 형태로 소비의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로 수명을 다한 제품에 새로운 의미로 숨결을 부여하는 ‘업사이클링’이 빠르게 회전하고 있다.

업사이클링(up-cycling·Upgrade+Recycling)은 버려지는 원단이나 물품 등 기존의 제품을 해체, 창의적 디자인과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의미를 지닌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알루미늄 캔을 사용한 후 다시 원래 상태로 돌려 또 다른 알루미늄 제품을 만들거나, 폐종이를 재활용하는 등 사용이 끝난 자원을 재생·재사용하는 리사이클링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념이다.

업사이클링 브랜드 리브리스(Rebreis)의 슬로건에는 이러한 의미가 잘 담겨있다. ‘가치가 없는 것은 없다’. 쓰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물건이라도 다른 가치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관련 움직임도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3년 탄생한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에 따르면 국내 업사이클링업체 수는 2007년 5곳에서 2014년 40여곳, 2015년 100여곳, 2016년 현재에는 150곳으로 크게 늘었으며, 시장규모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사회적으로도 업사이클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경기 광명시 가학동 자원회수시설 내에 국내 최초 ‘광명 업사이클 아트센터’가 개관했으며, 올 6월 대구시는 옛 대구지방가정법원 공간을 업사이클링, 관련 전시·교육 및 기업이 자리하는 ‘한국업사이클센터(KUP)’를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10년 이전 도입돼 2016년 폐기된 결제단말기 150대(PDA, NMPC)를 업사이클링한 작품 ‘동화 속 천호마을’을 전시했으며, 대전마케팅공사는 10월 28~30일이 진행되는 ‘2016 대전국제와인페어’에서 수입와인 공병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캠페인을 전개한다. 연간 5000만병 이상 수입되는 와인병이 대부분 폐기된다는 점에 착안해 와인병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자원순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 폐자전거 부품을 활용하는 리브리스의 탁상시계, 탁상조명, 펜 홀더 및 스마트폰 거치대(왼쪽). 커피찌꺼기를 이용한 밀크트리의 시계(위)와 테이블.

가치와 나눔을 동시에 UP

현재까지의 업사이클링은 리사이클링과 같은 선상에서 버려지는 것들로 인한 환경오염에서 문제점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폐자전거의 부품을 이용해 시계와 탁상조명 등을 만드는 ‘리브리스’ 역시 서울시에서만 한 해 1만5000대의 자전거가 버려진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리브리스는 자전거 부품의 수명을 늘리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플라스틱 자재를 최소화하는 것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커피찌꺼기를 재료로 시계를 만드는 ‘밀크트리’ 또한 원두의 98%가 버려지며 매년 4000톤의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자원과 에너지 문제 그리고 디자인의 조화라는 고민에서 탄생했다. 이영민 밀크트리 대표는 “바리스타만의 개성이 담긴 커피를 만들 듯 밀크트리는 단순한 업사이클링 제품이 아닌 사용자와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를 중시하고 소재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디자인을 통해 소유하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008년 공모전 동아리로 시작된 사회적기업 ‘터치포굿(Touch4good)’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거나 관심 밖으로 두는 환경문제를 일상에서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업사이클링을 통한 수익금의 5%를 환경성 피부질환을 가진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과일을 전달하는 활동에 투입하고 있다.

이밖에도 폐자동차에서 버려지는 시트와 안전벨트 등을 이용해 가방과 액세서리를 만드는 ‘모어댄’, 폐자전거의 부품을 이용해 패션 및 인테리어 소품을 제작하는 ‘바이시클 트로피’, 짧아진 스마트폰 교체주기에 따라 버려지는 배터리를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BETTER RE)로 탈바꿈하는 ‘인라이튼’, 폐유리를 생활 디자인 공예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영점영’ 등 역시 각종 버려지는 것에 집중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업사이클링 비즈니스의 가장 기본에 자원의 재사용과 환경문제가 깔려있지만, 우리 사회가 함께 나눠야할 고민을 담아내는 경우도 있다. 원래의 소재가 가지고 있던 스토리나 특성이 업사이클링 제품에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폐품의 변신엔 이유가 있다

‘파이어마커스(firemarkers)’는 버려지는 소방호스로 가방을 만들고 수익금의 일부를 소방복지에 기부하는 영국 브랜드 ‘엘비스앤크레세’를 벤치마킹했다. 소방관 아버지를 뒀고 소방 관련 학과를 졸업해 소방관이 되려 했던 이규동 대표의 마음에 엘비스앤크레세의 의미가 와 닿았다는 것.

▲ 파이어마커스(firemarkers) 제품.

이렇게 탄생한 파이어마커스는 폐소방호스를 업사이클링 제품화해 수익금의 일부로 장갑을 기부하는 등 소방관들의 땀과 희생정신을 기억하고자 한다. 나아가 단순 소방호스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아닌 밀리터리룩처럼 소방패션브랜드로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소방관 1명이 도와야하는 시민수가 약 1325명이라는 의미를 담은 ‘1325:1’이라는 슬로건을 만들고, 소방차 길 터주기 운동인 ‘모세의 기적 프로젝트2’를 진행하는 등 소방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환기하는 여러 활동을 함께 전개하고 있다.

고장 난 이어폰을 업사이클하는 윤리적 패션 브랜드 ‘잭(JACK)’은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철학적 고민에서 출발했다. 너무 쉽게 고장나버리는 이어폰을 팔찌로 제작하고, 지금은 잘 사용되지 않는 카세트 테이프의 투명 케이스를 패키지로 활용한다. 그리고 제품 수익금의 일부는 청각장애인의 예술문화 활동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이렇듯 제품을 통해 기업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들도 업사이클링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패션 그 이상의 문화를 소비자와 공유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2년 코오롱 FnC가 론칭한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RE; CODE)’이다. 자연을 위한 순환을 만들고 낭비가 아닌 가치 있는 소비를 제안한다.

▲ 래:코드의 16fw 의상.

의류업계에서 팔리지 않은 3년차 재고는 브랜드 관리를 위해 소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나 점점 더 빨라지는 트렌드 변화로 버려지는 옷들은 연간 40억원 규모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출발한 래;코드는 원단이 아닌 3년차 재고를 활용한다.

옷을 또 다른 옷으로 만들어야 하기에 디자인에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덕분에 더욱 창의적인 제품이 탄생하기도 한다. 또한 일반 기성복의 분업화된 공장 시스템이 아닌 옷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의 장인이 완성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의류 해체 작업은 지적장애인 단체인 ‘굿윌스토어’와 함께 한다.

전문 봉제사의 수작업, 독립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비롯해 군복·텐트·낙하산 등을 활용한 밀리터리 라인, 산업소재를 적용한 인더스트리얼 라인 등 다양한 이들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파크랜드의 경우 안전벨트를 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부산의 예비 사회적기업 에코인블랭크와 지난해 협업을 진행했다. 파크랜드가 재고 또는 불량 물품 등 폐기 계획이 수립된 제품을 제공하면 에코인블랭크는 경력 단절 여성과 함께 업사이클링 백을 제작·생산했다. 이렇게 탄생한 ‘B.BAG’은 해외 디자인 어워드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등 업사이클링이라는 가치에 제품 자체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데님 브랜드 잠뱅이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리나시타와 함께 유행이 지난 데님 의류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백’을 출시했으며, 밀크트리는 한샘몰을 통해 ‘에스프레소 J 테이블’과 ‘수납선반’ 등 소가구를 출시했다. 대형유통 채널인 한샘몰과 협업을 통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소비자가 보다 쉽게 찾을 수 있고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한 것이다.

무조건 싸다구요? 퀄리티로 차별화

기업과 지자체 등에서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속속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의 인식과 관련 기관의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업사이클링에 사용되는 물품의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점과 낮은 인지도로 인해 판매처가 한정돼 있다는 점, 소비자 접근성이 낮은 것 등은 장벽으로 남아있다. 실제로 파이어 마커스의 경우 사업의 영속성을 가질 만큼 소방호스를 공급받는 데 어려움을 겪어, 폐소방호스 제품들은 리미티드 형식으로 판매하고 소방의 의미를 담아 일반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고민은 대중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밀크트리의 이영민 대표는 “리빙페어에서 많은 소비자를 직접 만나본 결과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며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쓰레기를 가지고 만든 것’이라는 선입견 탓에 무조건 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선뜻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전했다.

▲ 터치포굿은 업사이클링 제품 제작은 물론 교육과 전시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제품 특성상 대량생산과 전문적인 설비를 갖추기 어려워 소규모의 수작업 공정이 많다. 또 활용하는 자재의 형태가 각기 달라 작업 공정이 길어지는 점도 기성품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 업사이클링 브랜드들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민들을 하면서 한편에선 품질 향상에 집중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100% 국내 수업으로 에코백을 생산하고 있는 터치포굿은 제품의 질 자체가 높고, 같은 디자인을 찾아볼 수 없어 독보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는 “기존의 에코백 사업들은 디자인이나 퀼리티보다 의미만을 강조해 왔다”며“터치포굿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의 퀼리티에 대해 깊이 고민, 제품의 질을 높이고 버려지는 재료의 스토리와 기능을 찾아 그 가치가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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