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한달, 기자도 홍보인도 몸사리기 바쁘다
김영란법 한달, 기자도 홍보인도 몸사리기 바쁘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6.10.2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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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줄고 더치페이 확산, “괜히 오해받을라…최소한의 움직임만”

[더피알=박형재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금지법) 시행 한달이 지나면서 언론계와 홍보계 전반에 걸쳐 새로운 풍속들이 자리잡고 있다. 

기자들이 홍보인에게 먼저 ‘더치페이’를 제안하고, 달력을 가득 채웠던 저녁 술자리는 종적을 감췄다. 주말 인산인해를 이루던 골프장은 푸른 잔디만 덩그러니 펼쳐져 있다. 기자간담회 등 홍보·마케팅 행사를 열 때면 으레 준비하던 식사와 기념품도 사라졌다.

▲ 김영란법이 기자-홍보인 사이에서 불편한 상황들을 한 마디로 정리하는 ‘마법의 단어’가 됐다.

기사로 협박(?)하는 ‘사이비 기자’에게 더 이상 비싼 밥 먹이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아무리 비싸도 3만원이다. 쏟아졌던 불편한 광고 요청에도 좋은 핑계가 생겼다. “김영란법 때문에 당분간 계획이 없다”고 거절하면 그만이다.

예전에는 광고 협조 공문과 함께 언론사 국장이 직접 찾아와 난감했다면, 요즘엔 부정청탁을 의식해 공문만 날아오니 한결 상대하기 수월하다. 말의 성찬을 늘어놓거나 얼굴 붉히지 않아도 된다. 불편한 상황들을 한 마디로 정리하는 ‘마법의 단어’ 김영란법이 바꾼 PR풍경이다.

홍보인 A씨는 “모 중견기업 홍보팀은 사장 모시고 유력 일간지 부장을 만나는데 식사메뉴를 고민하다 결국 불고기브라더스에 갔다고 들었다”면서 “평소 같으면 1인당 10만원짜리는 먹었을 텐데 이런 식으로 상상조차 못한 그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술자리가 사라지고 경조사비와 선물이 줄었다. 법인카드 손님으로 붐비던 고급식당이 외면 받는 대신 기업 구내식당이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저녁 약속이 줄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었고, 주말 골프를 등산으로 대체하는 것도 차츰 익숙해지는 모습이다.

언론·홍보업계는 ‘첫 타자는 되지 말자’며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초기에 위반 사례가 적발되면 ‘나쁜 기업’으로 찍히고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만 하고 애매한 건 하지말자’, ‘법무와 상의해 최소한의 움직임만 가져가자’는 게 기본 방침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아무래도 식사문화다. 김영란법이 1인당 3만원 이상의 식사 접대를 금지하면서 음식값 각자 내기가 빠르게 정착됐다. 아직까지 기업 홍보인과 기자가 만나면 대체로 홍보인이 밥값을 내지만, 일부 기자들은 2차를 사거나 회사 방침에 따라 더치페이를 선언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홍보와 언론인 사이 저녁 약속은 많이 줄었다. 점심은 아무리 비싸도 3만원 안에 해결되지만 저녁은 자리가 길어지면 ‘금액 초과’ 가능성이 크니 자제하는 것이다. 골프약속도 당분간 언감생심이다. 각자 더치페이하면 괜찮으나 만남 자체가 구설에 오를 수 있다.

기자와 홍보인 사이의 면대면 접촉도 예전보다 뜸해진 것이 사실. 3만원 이하 식사는 상관없지만 행여나 입방아에 오르지 않기 위해서다. 홍보인 B씨는 “예전엔 직접 찾아가 자료 주고 설명하는 게 관행이었는데, 요즘은 기자들이 ‘괜히 찾아오면 오해받을 수 있다’며 이메일로 보내라고 한다”고 달라진 점을 언급했다.

만남 횟수에 비례해 기자와 홍보인 관계도 다소 소원해지고 있다. 홍보인들은 당장의 업무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이런 흐름이 소통 단절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이메일로만 자료를 주고받다 보면 기업의 정확한 입장을 전달하지 못할 수 있다. 기사수정 요청이나 위기관리 이슈 등 결정적 순간에 언론의 화력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종합지 C국장은 “점심이야 문제없는데 저녁 약속이 아무래도 조심스럽고 실정법에 어긋나는지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면서 “활동하는데 큰 지장은 없지만 불편한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10대 기업 등 재계 순위가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소나기는 피하자’며 몸조심하는 입장이 명료하다. 상위 그룹은 더치페이도 오해받을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란법 이후 달라진 언론·홍보계 모습과 광고·협찬 등의 변화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더피알> 매거진 11월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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