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침묵이 능사가 아니다
위기관리, 침묵이 능사가 아니다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6.11.0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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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컨트롤이 핵심…실패사례에서 배우자

[더피알=정용민]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You Can not NOT Communicate”라는 명언을 남긴 학자가 있다. 우리말로는 “누구도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도로 직해된다. 쉽게 이야기하면 “세상 모든 것들은 항상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이나 조직도 마찬가지다. 존재하고 있는 그 자체가 곧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논란 중심에 서 있는 기업이나 조직이 스스로 ‘침묵’을 선택한다고 해도 그 자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것이 된다. 그래서 사실 ‘침묵 할 것이냐? 커뮤니케이션 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것은 어찌 보면 별 효과 없는 고민이라는 생각도 든다.

▲ 통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부분의 위기관리 성패가 갈린다.

위기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통제(control)’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상황에 대한 통제가 그 첫 번째다. 위기나 이슈를 관리하는 주체가 해당 상황을 완전하게 파악하고 통제하고 있는가? 이 첫 번째 통제에서 대부분의 위기관리 성패가 갈린다.

상황 우리가 기억하는 상당수의 위기관리 실패 사례들이 상황을 우선적으로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말로는 ‘원점 관리’라고도 하는데, 항상 실패하는 케이스들을 보면 해당 원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그 외 주변 이해관계자들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한다.

회사의 오너가 자신의 운전사를 폭행해 놓고 그를 향한 사과 대신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경우가 바로 그런 원점관리 실패 케이스다.

생산시설이나 기타 인명사고 등에 있어서도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나 조직이 ‘현 상황을 우리가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다(under control)’는 메시지는 매우 중요한 핵심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현 상황을 빠른 시간 내에 통제해서 추가 피해 확산을 막겠다’는 확신이라도 주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창구 그 다음 중요한 통제 대상은 바로 창구다. 흔히 말하는 ‘창구 일원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위기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 해당 관리 주체의 커뮤니케이션 창구들이 여럿 존재하게 되면 위기관리에 실패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실제로 미디어트레이닝이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보면 같은 레벨의 임원들끼리도 한 가지 이슈에 대해 메시지가 다르다. 상호간에 해당 이슈에 대한 이해와 생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서로 메시지가 많이 다른 것을 발견한 임원들이 이렇게 묻는다. “이런 이슈에 대해 우리 회사의 공식 메시지는 어떻게 되는 것이 좋을까요?”

‘위기가 발생하면 전 조직원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런 조언은 실제로는 실행 불가능하다.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라 수준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순 있겠지만 조직원 모두가 한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조직 내에서 단 두 사람이 창구 역할을 해도 서로 말이 안 맞을 가능성이 높을 정도다.

▲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이해관계자별 하나로 일원화시키는 것이 맞다.

위기관리에 실패한 케이스들을 분석해 보면 조직 안에서 여러 개의 공식·비공식 창구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정리되지 않은 내용들이 개개의 구성원을 통해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함부로 전달된다. 루머가 루머를 낳고 설화가 설화로 이어진다. 홍보실보다 외부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이 더 많은 정보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결국 공식 창구로 정해진 홍보실은 아무 쓸모가 없게 돼버린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이해관계자별 하나로 일원화시키는 것이 맞다.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은 홍보실이 창구가 된다. 규제기관이나 정부 커뮤니케이션은 대관그룹이 창구로,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인사부서가 창구 역할을 한다. 이런 창구들을 정해 놓고 창구에서 대변인 역할을 할 분들을 훈련 하는 것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화 작업이다.

메시지 흔히 핵심 메시지라고 불리는 정리된 메시지가 바로 통제를 가능하게 한다. 위기시 메시지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메시지 몇 개로 문제를 해결 할 수도 있고, 반대로 문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메시지를 통제하려면 우선 앞서 제시한 모든 통제 기능들이 정상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그런 전제 없이 메시지만 통제하려고 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에서는 성공 확률이 매우 희박해진다.

정확하게 상황을 통제하고 있지 못하면 메시지도 통제할 수 없다. 오락가락한다. 우왕좌왕한다. 함구령을 내린다. 거짓말을 한다. 말을 번복한다. 이런 평가들이 모두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 채 메시지를 통제하려고 하다 보니 일어난 결과들이다.

확실하게 창구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전달되는 메시지도 유효하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조직 내에서 서로 다른 메시지들이 충돌하게 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공식적으로 정리된 메시지가 오히려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언론이나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심리적으로 비공식 창구를 좀 더 신뢰한다. 공식 창구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어느 정도 ‘필터링 되고 팩트를 가공했으며 자신이 유리한 논리를 포함한다’는 의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식 창구 외에 비공식 창구들이 여럿 존재하는 기업이나 조직이 메시지를 통제하긴 힘들다.

위기 지속기간 어느 기업이나 조직이 자신을 괴롭히는 위기가 오래 가기를 바라겠나? 하지만 실제로 많은 곳들이 스스로 위기 지속 시기를 연장시키는 우를 범하곤 한다. 사과를 여러 번에 나눠서 길게 한다. 크게 한 번에 사과 하고 털면 이내 잊힐 이슈를 지속적으로 되살린다. 한 번에 끝내 버리면 될 리콜을 여러 번에 걸쳐 단계적으로 한다.

▲ 성공한 위기관리는 위기의 지속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수없이 걸려오는 이해관계자들의 문의에 하나하나 다 대응하면서 반복 해명한다. 해명에 해명이 다시 붙는다. 더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 반복 해명을 한다. 그러니 기사 보도량은 하늘을 찌른다. 자꾸 논란이 이어지다 보니 결국 위기의 지속기간이 몇 주에서 몇 달을 넘어가게 된다.

이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연결돼 있는 문제다. 성공한 위기관리는 위기의 지속기간을 최소화하는 위기관리다. 신속 대응하라는 조언들이 이래서 나온다. 기업들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위기 지속기간이 길어질수록 맨 마지막에 결정해 전달했던 위기관리와 메시지가 ‘정답’인 경우들이 많다.

위기 지속기간 동안 정답을 찾아 왔던 셈이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그 정답을 초기에 정리해야 했다는 것이다. 불필요하게 시간을 오래 끌어 피해를 더 크게 키운 후 결국 정답을 정리하는 우는 더 이상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이내 잠잠해 질 거야’. 이 포지션은 모든 상황에서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신속하게 전략을 결정해서 대응해 위기 지속기간을 최소화하는 게 맞다. 일종의 전격전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곧 통제다. 상황과 창구와 메시지를 통제해야 위기 지속기간의 통제도 가능하다. 이 각각의 통제는 상호간 필수불가결한 것들이다. 어느 하나만 부실해도 전체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상의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 기업이나 조직들은 위기관리에 실패한다. 이상의 것들을 통제하기보다 대신 다른 것들을 통제하려 노력한다. 언론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을 통제하려고 시도한다. 메시지가 아니라 다른 논란을 만들어 이번 논란을 덮으려는 시도를 한다. 권모술수가 곧 잘하는 위기관리라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로 이해관계자들에게 접근하려도 한다.

실패한 많은 위기관리에서 배우자. 그들 각각이 어떤 통제 기능을 상실했었는지 분석해 보면 답이 나온다. 이는 곧 경영의 품질하고도 맞닿아 있는 이슈다. 위기 발생 후에도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되거나, 창구 관리가 엉망이거나, 메시지 품질과 위기 지속기간 관리 전략이 없다는 것은 경영의 품질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수많은 관련 케이스들이 떠오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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