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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언니’의 울컥울컥[20's 스토리] 남자가 하면 ‘상남자’…오랜 고정관념 아직도 잔존
승인 2016.11.04  12:09:03
방세잎  | soou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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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20년전 개그맨 이휘재가 열연을 펼친 인생극장과 똑같은 상황에 빠지곤 한다. ‘딴따라 딴따다~’ 그때의 배경음악이 나에게만 음성지원되고 1-2초의 시간이 지나면 속으로 ‘그래 결심했어!’를 외치며 입을 뗀다.

나의 갈등 속 대답은 항상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두고 일부 남성들은 “오 쎄다”를 중얼거리거나 당황스런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 내가 고민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경우는 대게 이러했다. 사회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의 모습에 알맞은 답을 할 것인가, 아니면 나의 솔직한 생각을 말한 것인가. 

   
▲ 강한 여성 캐릭터의 대명사인 원더우먼. 픽사베이

나름 가련한 인상의 소유자인 나는 겉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솔직하고 거침없는 성격 탓에 주변의 당혹스러움을 산 일이 적지 않다. 거기다 원체 세상 불편한 게 많은지라 의문을 제시하는 것이 취미이고 이유와 논리 없이 ‘그래도’와 ‘원래’로 변호되는 낡은 관습을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심리적으로 외모로부터 상상되는 성격과 실제 성격의 괴리가 클수록 매력이 반감된다는 일명 ‘카더라 통신’을 친구에게 듣고 첫인상 이후 급격히 감소하는 나의 인기의 원인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깨달았다. 하지만 20대 중반이 되자 이것이 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겪는 상황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다.

JTBC 예능 ‘최고의 사랑’에서 개그맨 윤정수와 함께 신선한 캐미로 많은 사랑을 받은 김숙은 우리가 자라면서 보아온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한다. 경제력 우위를 바탕으로 집안에서 큰소리치는 김숙의 행동은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년남성의 모습과 닮았다. 드라마나 영화는 이런 중년남성을 가정을 책임지는 우직한 남성으로 묘사한다. 반면 김숙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남자 잡아먹는 기 센 여자로 불리며 항상 ‘쎈언니’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 '쎈언니'로 알려진 래퍼 제시. 뉴시스

래퍼 제시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솔직하고 거침없는 언행으로 ‘쎈언니’라 불리며 인기를 얻었지만, 쎈언니라는 표현은 들을 때마다 거부감이 든다. 만약 제시가 남자였으면 ‘상남자’라고 불렸겠지? 우리가 봐온 자유분방하고 터프한 남성래퍼들과 제시의 행동이 크게 다른 게 뭐지? 그들은 자유로운 영혼에 카리스마이고 왜 제시는 쎈언니지? 

가부장제 속에서 성별에 따라 요구되는 모습과 고정관념은 오랫동안 굳건했다. 여성은 남성의 옆에서 참하고 조신하며 큰소리를 내면 안 되는 존재였고, 반대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주장하고 잘못된 것에 대해 의문을 던질 수 있는 당당함은 남성의 상징 같은 것이었다.

그것이 경우에 따라 합리적 의문이거나 개인 성향임은 중요하지 않다. 남성의 상징이기 때문에 여성이 손을 뻗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남자를 이겨먹으려는 기가 드센 여자로 깎아내리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말과 행동에도 남성은 당당한 ‘상남자’, 합리적인 ‘뇌섹남’이라는 찬사를, 여성은 기가 드센 ‘쎈언니’라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다. 

시간이 흘러 이와 같은 성별 고정관념이 낡은 유물로 인식되는 시대가 온 건 맞다. 그러나 인테리어도 패션도 빈티지가 유행이라더니 관습과 문화 역시 옛날 방식이 아직도 남아있음을 종종 경험한다.

그리하여 어떻게 하면 더 예쁨받을 수 있는지 잘 알지만 청개구리 같은 나는 꼭 개굴개굴 소리를 내고야 만다. “왜 그래야 하죠?” “원래 그런 것이 어디 있나요?” 이해할 수 없는 관습의 잔재를 그냥 넘어가지 않는 나의 단호함에 일부 남성들은 입을 닫고 토끼 눈이 된다. 내가 표범도 아니고 자기들을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기세에 눌린 모습이 역력하다. 그리고 “오 신여성이네” “쎄다~”라며 감탄인지 비꼼인지 모를 말을 내뱉는다.

그래 나 쎄다! 사회가 원하는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마니아층이 있으려니 나만의 유니크한 스타일을 만들자며 위안을 삼으려 해도 마음 속에 울컥울컥 치밀어 오르는 분함은 아직 통제가 잘 안 된다. ‘내가 왜 쎈언니야. 내가 남자였음 뇌섹남이나 상남자라고 했겠지!’

   



방세잎

지식인이 꿈입니다. 
 

 

*이 글은 논객닷컴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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