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실그네’ 때문에…홍보·마케팅 새바람
‘순실그네’ 때문에…홍보·마케팅 새바람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6.11.2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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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메뉴 통해 민심 표출, ‘순실-닭크네 스떽끼 셋트’도 등장

[더피알=이윤주 기자] 국민적 화를 불러온 ‘최순실 게이트’가 묘하게 시장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의 정치 관심과 참여를 이끈 데 이어, 정권을 향한 ‘분노의 마케팅’(?)에도 불을 붙였다.

무엇보다 홍보·마케팅에 소극적이었던 자영업자들의 크리에이티브 표출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직설적으로, 혹은 풍자적으로 ‘최순실 피로도’에 지친 국민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안겨준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맥줏집에는 특별한 세트가 있다. ‘순실-닭크네 스떽끼 셋트’가 그것. 얼핏 봐도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네이밍이다. 입간판 하단에는 ‘#셰프의투쟁방법’, ‘#맛의정권교체’라는 설명이 덧달렸다.

▲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음식점의 메뉴판. 출처: 비어셰프 인스타그램

메뉴판은 한층 더 노골적이다. 닭들도 병아리 시절 기억 못하는 ‘쌈 싸먹는 삐약 쌜러드’, 지구상의 누군가의 레임덕을 기념(?)하는 ‘매운 오리새끼’ 등 중의적 표현을 사용해 현 국정농단 사태를 풍자했다.

이 맥줏집 사장은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대외적으론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순실 닭크네’는 이전부터 있던 메뉴고 ‘순살’의 의도적인 오타다. 메뉴 설명도 중의적인 것이 많아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손님들은 대부분 유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간혹 가게에 정치색을 입힌다고 우려하는 분도 있지만 크게 관여치 않는다. 음식에 스토리를 입혀보자는 취지의 일환”이라며 “누군가 하산할 때까지 세트 메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광주 서구의 한 고깃집에 등장한 '순실이 콩밥정식' 메뉴.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광주의 한 고깃집에는 ‘순실이 콩밥정식’이 등장했다. ‘사고’를 제대로 쳤다는 의미로 발음이 비슷한 4900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메뉴판 하단에는 ‘순실이 콩밥 먹을때까지 쭈~~욱’이라고 적어 한정기간 메뉴라는 점을 명시했다.

부산에선 홍보용 간판·현수막 등을 이용, 박근혜 정부에게 바라는 점들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 부산의 한 호텔이 내건 '박근혜 하야' 입간판.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부산 해운대의 한 비즈니스호텔은 ‘대통령 하야 당일 전객실 무료’라는 내용의 입간판을 세웠다. 농담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주려는 듯 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 전화번호도 함께 남겼다.

부산 북구의 한 가구점은 ‘박 대통령 퇴진 기념 큰마음 세일’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아닌데?’ 하고 의문이 생긴다면 하단을 보면 된다. 작은 글씨로 ‘간절히 하고 싶다’라고 쓰여 있기 때문.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주인장의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처럼 반(反)박근혜 마케팅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선 친(親)박근혜 마케팅 지우기에 나서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방문을 홍보 포인트로 내세웠던 음식점들이 줄줄이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

<부산일보>에 따르면 울산 남구 신정시장 국밥골목에 내걸렸던 ‘대통령이 머무른 곳’ 등의 현수막과 액자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감쪽같이 사라졌다.

또한 지난 7월 박 대통령이 여름휴가차 방문했던 울산 대왕암공원의 기념 안내판은 사진에 구멍이 나는 등 방문객들의 훼손이 심해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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