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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래서 까는’ 의경들을 위한 변(辨)[20's 스토리] 친구가 친구를 막아서는 광장, ‘강제노동’ 언제까지?
승인 2016.11.24  17:12:46
이성훈  | ssal1232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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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내일 광화문에 나오냐?”
“응, 선배랑 동아리 애들 다 같이 나간다.”
“그래, 몸조심하고. 난 출동한다. 까라면 까야지.”

2008년 이른바 ‘한미 밀실FTA’ ‘광우병 소고기’에 반대하는 집회를 앞두고 대학친구 A와 나눈 통화였다. 당시 A는 의무경찰로 복무 중이었다. 기분이 묘했다. 친구가 친구를 막아 세운다는 그 상황이.

   
▲ 대통령 하야 촉구집회를 한 주최 측이 긴급행동을 제지하는 경찰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뉴시스

A는 진지한 친구였다. 다들 술 마시고 여자친구 만나느라 바쁜 와중에도 녀석은 도서관에서 신문을 읽었다. 친구들이 미팅이나 소개팅을 나갈 때도 A는 크고 작은 시위를 찾아다녔다. 그랬던 A가 이번에는 제복을 입고 시민들을 제압해야 했다.

왠지 마음이 울적했다. 내일 모레면 A도 나도 광장 어딘가에 서 있을 것이다. 우연히 마주칠지도 모르겠다. 그땐 아는 척이나 할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녀석도 시민들과 적군으로 만나는 상황이 영 내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A의 목소리는 유독 힘이 없었다.

굳이 8년 전 기억을 꺼내든 이유는 요즘 들어 광장을 지키는 의경들이 자꾸만 눈에 밟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이 하나둘 터지면서 대규모 집회가 잦아지고, 그럴수록 출동하는 젊은 경찰들도 자주 마주친다. 지난 9월, 경찰의 과잉진압에 숨진 고 백남기 농민의 장례식장, 11월부터 주말이면 계속되는 민중집회에서도 앳된 의경들에게 눈길이 갔다.

의경들은 추운 날씨에 형광색 조끼 한 장 걸치고 섰다. 12시간 넘는 근무시간동안 물 한잔 마시지 못한 채 차렷 자세로 현장을 지켰다. 백 농민 장례식장 앞에는 항상 10여명의 의경이 대기했는데,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꼼짝 않고 서 있었다.

건너편 장례식장에는 돗자리 깔고 앉아서 야식을 먹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동원된 의경들은 누군가의 아들이고 친구다. 어쩌면 저 시민들 중에 아는 사람이 섞여 있을지 모른다. 목마름이라도 달래라고 물병을 집어 들었다가 행여 근무에 방해가 될까 전달하지 못했다. 그렇게 무심한 해와 달만 뜨고 지는 서글픈 대치가 며칠 밤낮 이어졌다.

   
▲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경찰들이 청와대를 뒤로 두고 폴리스 라인을 치고 있다. 뉴시스

군인권센터에서 의무경찰들을 ‘대통령 하야 집회’에 투입하는 것은 인권침해이니 중단하라는 긴급구제신청서를 국가인권센터에 제출했다고 한다. 인권센터의 요구가 수용될지는 미지수지만, 청년들이 정치가 타락한 현재 국면에서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다른 시민들은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광장에 나오는데, 의경들은 국방의 의무를 짊어진 노역자로서 광장에 동원됐다.

현재 2,30대 청년층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사실상 0%다.(한국갤럽, 1%) 의지에 반하는 강제노동을 참아야 하는 어린 의경들의 고충은 얼마나 클 것인가!

   

 

이성훈

20대의 끝자락 남들은 언론고시에 매달릴 때, 미디어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철없는 청년!


*이 글은
논객닷컴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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