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회인가 그들만의 리그인가
새로운 사회인가 그들만의 리그인가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11.25 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심사 공유→뉴스메이커, 온라인 커뮤니티의 진화

[더피알=문용필 기자] 인터넷 도입 초기부터 생성된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제 대표적인 온라인 소통창구로 자리매김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를 만나거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장으로서의 기능은 물론, 다양한 이슈에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고 뉴스메이커의 기능을 하는 등 점점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 파편화된 개인들은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강남패치’와 ‘한남패치’의 운영자가 경찰에 검거됐다는 소식이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모 연예 전문 매체의 이름을 벤치마킹한 듯한 이들은 서울 강남 유 흥업소 종사자들의 신상털이에 나선 온라인 폐쇄형 커뮤니티다.

이들 뿐만 아니라 언론지상에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회원들의 ‘남혐’ 발언으로 주목받은 메갈리아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른바 ‘메갈 인증녀’ 사태를 ‘분노한 남자들’이라는 제하의 기사로 보도한 <시사인>은 절독운동에 휩싸이기도 했다. 극우 성향 커뮤니티인 ‘일베저장소(일베)’는 이슈메이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를 종합하면 친목도모나 정보교류의 수단이던 온라인 커뮤니티가 파워풀한 목소리를 내는 집단으로 세분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영향력 또한 사회적 이슈를 양산해낼 만큼 커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현재 온라인 공간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커뮤니티가 있다.

조희정 이화여대 경영연구소 연구교수 등 4명이 지난 해 5월 경희대 학술지 <오토피아(OUGHTOPIA)>에 게재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목적유형에 따른 이용행태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만 이미 2000만개 이상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전국 성인남녀 4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서도 커뮤니티 이용자는 80.5%(331명)에 달했다. 여느 사회적 집단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거대화된 커뮤니티들도 상당수다. 조희정 교수는 “40만명 이상의 회원을 가진 커뮤니티가 120여개이고 이중 100만명 이상의 커뮤니티도 30여개”라고 전했다.

▲ 온라인 커뮤니티는 다양한 주제로 세분화되는 추세다. '오늘의 유머' 모바일 사이트 화면.

온라인 커뮤니티의 양적 성장 배경에는 플랫폼의 다변화가 깔려 있다. 초기에는 포털이라는 대형 플랫폼의 종속화를 피하지 못했지만 독립형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경쟁 시대가 도래했다. ‘디시인사이드’와 ‘오늘의 유머’ ‘엠엘비파크’ ‘클리앙’ 등이 대표적인 독립 커뮤니티 사이트들이다.

세분화·다변화, 국내 2000만개 이상

하나의 커뮤니티가 다른 커뮤니티로 파생, 독립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일베는 디시인사이드의 일간베스트 게시물을 모아 저장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갈리아도 디사인사이드의 메르스 갤러리에서 독립한 케이스다.

모바일 시대의 도래는 관계 네트워크에 기반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출연시켰다. SNS의 대표주자격인 페이스북에는 현재 다양한 성격을 가진 커뮤니티 페이지들이 존재한다.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 컨설턴트는 “카카오톡, 밴드, 라인 등을 활용한 단톡방 형태나 지역별, 특정 주제별 그룹형 커뮤니티들이 일상 속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SNS 기반 커뮤니티는 게시판과 간단한 채팅방 정도만을 제공하는 웹 기반 커뮤니티에 비해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재신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SNS 특성상 익명성 보다는) 관계가 눈에 잘 보인다. 게다가 사진이나 동영상 등 시각정보를 활용하기 좋게 꾸며져 있다”고 언급했다.

플랫폼이 다변화되다보니 온라인 커뮤니티의 주제와 목적도 세분화되는 추세다. ‘갤러리’라는 커뮤니티 체계를 통해 스타 팬클럽부터 취미별 동호회, 심지어 TV프로그램을 소재로 한 게시판까지 다양한 커뮤니티를 갖추고 있는 디시인사이드가 이를 방증한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특정 제품이나 마이너 성향의 취미 등 세분화된 테마를 갖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들도 상당수다. 조희정 교수는 “질적 차원에서 취향의 다양화가 훨씬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다양한 취향성으로 순수하고 몰입하는 대중의 여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모바일전공 교수는 “예전에는 재미나 취미 등 사적 관심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커뮤니티, 그리고 동창회 등 오프라인 관계망을 기반으로 형성된 커뮤니티가 양대 축이었지만 지금은 정치 등 공적 관심사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나 이익 집단적 성격의 커뮤니티 비중이 높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관심사 공유장에서 뉴스메이커·결사체로 바꿔 말하면 내부 소통에만 몰두하던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이제는 대외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정치·사회적인 결사체 성격을 띠게 된 것. 처음에는 유머 전문 사이트였지만 야권 지지 네티즌들이 몰리면서 진보성향 커뮤니티로 자리 잡은 ‘오늘의 유머’가 대표적인 사례다.

송동현 대표는 “과거에도 친목과 함께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없지 않았지만 대형 커뮤니티들이 늘어나면서 그 목소리가 더욱 커진 것으로 보면 된다”며 “운영진들의 원칙 과 관리 그들의 입장이 중요한 변수”라고 분석했다.

이재신 교수는 사회적 소통 차원에서 이를 바라봤다. 이 교 수는 “이제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집단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게다가 직접 모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며 “오프라인 사회에서의 소통 창구가 많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 온라인에 몰리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 디시인사이드의 다양한 갤러리들. 해당 사이트 화면 캡처

이슈 중심에서 여론을 만들다

단순히 목소리만 커졌다고 보면 오산이다.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조직화된 힘을 보여주며 언론의 주목을 끌어내기도 한다. 일례로 지난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여성시대’ 회원들은 서울역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여기에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오늘의 유머’나 ‘쭉빵카페’ 같은 다른 커뮤니티 회원들도 참여했다.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은 금연 관련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자신들의 입장을 강하게 피력해 언론지상에 오르내린다. 지난 4월에는 정부의 담뱃갑 경 고그림 도입에 항의해 정부 세종청사 앞에서 반대 퍼포먼스에 나서기도 했다.

때로는 뉴스메이커로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자작극으로 밝혀지기는 했지만 지난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세모자 성폭행 의혹 사건’은 네이트판에 게재된 동영상에 의해 확산됐다. 2012년 불거진 채선당 폭행 논란과 지난해 사회적 공분을 낳은 백화점 모녀 갑질 등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과 동영상으로 발화된 케이스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생산하는 각종 이슈 관련 패러디물은 이제 언론의 단골 기사소재로 자리 잡았고 특정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촉발시키기도 한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조희정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 생산되는 의제와 사회적 결집력은 매우 강한 추동력으로 정치·사회적 시민권을 형성한다”며 “생성되는 콘텐츠의 다양성과 소통이 질적으로도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공공기관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손잡는 케이스도 나타나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여성안전 특별치안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6월 ‘울산사람들 모여라’ 등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울산경찰청은 이들 커뮤니티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범죄예방을 위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