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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타이틀의 비밀예나 지금이나 각 분야 순위경쟁 치열, “마켓쉐어 보단 마인드쉐어”
승인 2016.11.28  10:23:08
이윤주 기자  | skyavenue@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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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이윤주 기자]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예전 KBS 개그콘서트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코너에서 등장한 유행어다. 당시 이 푸념 섞인 한 마디는 경쟁 위주의 사회를 풍자해 큰 인기를 얻었다. 1위만 기억하는 것은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상으로 올라서려는 기업들의 브랜드 순위 전쟁. 그 내막을 살펴봤다.

‘한 달 간 밀고 당긴 TV점유율 공방’. 1981년 5월 13일자 경향신문의 기사 제목이다. 당시엔 금성(현 LG)과 삼성의 라이벌 기싸움이 치열했다. 언론에서는 연일 금성-삼성의 엎치락뒤치락 공방전을 보도했다. 삼성이 “보고 기준 차이로 혼선”이라며 실상은 1위라고 주장하면, 금성은 “수출량을 합하면 우리가 제일”이라고 반격했다. 이들의 치열한 가전제품 판매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를 놓고 재계 및 언론계에서는 ‘사사건건 밀고 당기는 숙명의 대결’ 혹은 ‘금성이 가는 곳에 삼성이 있고, 삼성이 있는 곳에 금성의 그림자가 따른다’고 표현하는 등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양사의 경쟁구도를 지켜봤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겨레 1996.8.17, 경향신문 1981.1.12, 한겨레 1998.7.29일자 기사.

이와 관련, 대기업 홍보임원을 지낸 재계 한 인사는 “당시는 지금과 달리 보도자료를 낼 때 ‘최고’ ‘최초’ ‘1위’ 등의 용어를 자주 사용할 정도로 ‘1위 프리미엄’이 먹히던 시절이었다”며 “홍보팀이 신문사에 전화해 금성에 ‘ㄱ’자가 들어가니 삼성보다 먼저 써야한다고 떼쓰는 통에 기자들이 엄청 피곤해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런 노력 때문일까. 앞서 언급한 경향신문 기사의 부제는 ‘끝없는 금성·삼성 라이벌싸움’으로 기록돼 있다.

대개 ‘1위 프리미엄’은 매출액을 중심으로 한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잡는다. 이런 이유로 각 분야에서 주도권을 틀어지기 위한 서열다툼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비단 기업 브랜드·제품에 국한하지 않고 대학과 서비스 등 다방면에서 소리 없는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정상에 먼저 깃발 꽂기

1위 마케팅이 빈번한 대표 분야를 꼽으라면 교육계를 들 수 있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1’이란 숫자의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중 입시학원들의 수강생 확보 마케팅은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한다. 인터넷강의가 필수가 된 현 입시교육 시스템에서 1위 마케팅은 필수다. 재수학원 중 규모가 가장 크다는 대성학원의 경우 수능 만점자 수와 대학교 합격 실적을 근거로 마케팅을 펼친다.

이 학원 관계자는 “학원업계에서 1위 타이틀은 매우 중요하다”며 “학생들에게 1위 학원이라고 광고하면 진짠지 허울뿐인지 커뮤니티 사이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그럼에도 1위 타이틀을 계속 내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일단 입에 오르락내리락하게 가장 쉬운 마케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부모와 학생의 입에서 “이 강사가 1위라서 잘해”라는 말이 나오는 것부터가 교육마케팅의 시작이라는 설명이다.

학생 유치를 위한 마케팅은 대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입시철이 되면 지하철 플랫폼, 수능 문제집, 옥외 광고판 등 곳곳에서 ‘취업률 1위 대학’이라는 문구를 내세운 홍보물을 접할 수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취업률 1위 대학’을 검색만 해도 자칭 1위라는 수많은 대학의 이름들이 줄줄이 쏟아진다. 물론 기준이 되는 지표는 각기 다르지만 객관성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매년 함께 대두되는 상황이다.

숙박 O2O 서비스 야놀자와 여기어때도 1위 자리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업체 중 한곳이다. 야놀자는 ‘국내 1위 숙박 O2O 기업’으로, 여기어때는 ‘대한민국 1등 숙박어플’이라고 각각의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기업을 소개한다. 거의 법정분쟁 직전까지 갔던 이들의 순위다툼은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 숙박 O2O 서비스 '여기어때'와 '야놀자'가 각각 다른 기준으로 1위임을 드러내고 있다. 각 사 홈페이지.

의도치 않게 양사가 하고 있는 것보다 조금 더 과장이 보태지면서 주목도가 높아졌고, 시장파이는 커졌다.

정경미 야놀자 커뮤니케이션실 매니저는 “고객, 제휴점주, 제3자 입장에서 1위 경쟁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1위를 내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는데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그렇게 믿어버린다”며 “우리 입장으로는 억울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반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정 반대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사례도 있다. 2등이 1등을 잡기위해 광고를 실행했는데 오히려 상대방에게 유리한 상황이 펼쳐지는 경우다.

정상수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2등이 1등을 잡기 위해 광고를 하면 1등의 마켓 쉐어가 올라가는 경우로, 예를 들면 라면업계 대표 1위인 신라면이 광고하지 않을 때, 진라면이 광고를 집행하면 소비자들은 ‘라면먹고 싶다’고 생각하며 신라면을 사 먹는 경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위험을 무릎 쓰고서라도 순위전략을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앞선 예시들을 보면 알 수 있듯, 브랜드가 불확실하거나 시장의 입지를 다지지 못했을 때 혹은 1등과 엮여 주목받고 싶을 때 전략적으로 이슈를 일으키려는 전략으로 사용된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대학원장(한국유통학회장)은 “기업은 소비자의 신뢰성 확보를 얻기 위해 1위 전략을 사용한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1위는 전통 있고 오래됐다는 인식을 받는다. 즉,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인기를 끌 수 있었던 회사라는 의미로 새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1등’이라는 제품에 붙은 꼬리표가 제품에 대한 초기감정을 긍정적으로 만들고, 이후에 주어지는 정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게끔 하는 효과를 불러온다”고 말했다.

이어 “1등의 기준을 일반적으로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정한다면, 1등 기업은 브랜드 인기도가 높다는 의미와도 같다. 이는 다른 제품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후 피드백을 받아 충분히 보완했을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고 덧붙였다.

   
▲ 결혼정보회사 가연과 듀오는 각각 홈페이지를 통해 업계1위를 내세우고 있다. 각사 홈페이지.

진정한 1등은 말하지 않는다

진정한 일등은 자신이 일등이라고 드러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마치 서울대가 전국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대학교가 자신들이라고 광고하지 않는 것과 초코파이 하면 오리온을 떠올리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너무도 당연하게 포지셔닝 돼 새삼스럽다. 이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굳이 순위전략을 내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농심 미디어홍보팀은 공식적으로 “신라면은 라면 매출금액상 타 브랜드, 제조회사에 비해 압도적인 1위기 때문에 경쟁상대라고 볼 수 있는 브랜드가 없어 1위 마케팅을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용자 유치로 치열하기로 알려진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는 1위라는 타이틀에 집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조자체가 순위보단 수익선 개선이나,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치중한다. 1위는 어떤 부분에 있어서든 지표화할 수 있지 않나. 그러려면 양적인 공세가 필요해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LCC)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우리 브랜드에서 뛰어난 점을 찾아 1위로 내세울 순 있지만 후발주자들이 많이 따라오다 보니 선두 이미지를 내세우는 게 무의미해졌다”며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어떤 브랜드로 인식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1순위를 내세우기보단 톱스타를 앞세워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카테고리별로 리딩브랜드는 한 개이고 소비자들은 그 하나만 기억한다는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 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대명사가 되면 시간이 오래 흘러도 소비자에게 통한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신생 기업이 1위라고 하면 효과가 있지만, 잘 알려진 기업이 1위를 발표하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1위를 놓치는 순간 오히려 선점 효과가 반감되며 부정적인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며 과도한 순위경쟁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와 같은 과도한 경쟁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아예 데이터 지표를 막아버린 업계도 있다. 바로 주류업계다.

주류산업협회는 매년 출고량 데이터를 발표해 각 브랜드별로 시장점유율을 계산해 왔다. 하지만 2013년부터는 출고량 데이터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과도한 경쟁을 유발한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현재 주류업계에는 브랜드 순위를 알 수 있는 공식적인 데이터가 없는 상황이다.

오비맥주 이은아 홍보팀 차장은 “시장점유율은 상대방 데이터가 없으면 산출이 어렵다. 외부 조사를 맡기고 있는 상태지만 정확한 수치를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계가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들만의 순위경쟁?

하지만 점점 순위전쟁이 무색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1,2,3등의 제품의 품질이 비등비등해졌기 때문에 순위 차별화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과 소비자가 똑똑해졌다는 것이 핵심이다. 과거에는 부족한 정보 탓에 1위의 영향력과 신뢰도가 지금보다 컸다.

하지만 현재는 너도나도 1위라고 광고하는 통에 소비자들은 정보에 대한 신뢰를 잃고 피로를 느낀다.

이타마르 시몬슨과 엠마뉴엘 로젠은 저서 <절대가치>를 통해 “오늘날 소비자들은 인터넷이나 사용자 후기 등을 통해 제품의 품질수준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유용한 정보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절대가치의 판단이 가능하므로, 과거와 달리 ‘1등’과 같은 외재적 단서(extrinsic cue)에 의존하는 판단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스마트컨슈머라는 말이 등장하듯, 소비자들은 더 이상 순위전쟁에 호응하지 않는다. 제품의 품질, 디자인, 브랜드 등 자신의 선호에 따라 선택하며 성숙해진 모습을 보인다”며 “나아가서는 1위라는 메시지를 무시하는 현상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마켓쉐어 1위보단 소비자들의 마인드쉐어 1위를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마음에 남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판단한다. 무조건 1등이라고 우기는 것보다 1등임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쟁이 치열했던 업체들의 순위경쟁을 지양하면서 시장에는 한 군데가 모든 것을 독점하는 상황은 좋지 않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회사가 다방면에서 독식하는 ‘Winner Takes All(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감)’보단 여러 카테고리에서 1등을 나누는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김병희 교수는 “아직 브랜드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소비자들에겐 순위 전략이 효과적이다. 다만, 하지만 이 신뢰가 무너질 경우 남녀의 이별보다 더 냉정하게 깨져버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랜드애착이 있는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라인만 사용한다. 설사 기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신제품이 출시됐거나, 순위경쟁에서 밀려도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놓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1등보다 더 튀는 2등 전략

정 교수는 “서울영상광고제 집행위원장으로 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광고회사보다 광고주들의 관여도가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좋은 현상이라고 봤다. 하지만 동상을 받게 되면 광고주들은 시상식에 참가하지 않고 대행사에게 받아오라고 시킨다더라”며 최고만을 중시하는 1등 지향주의를 비판했다. 이는 한국의 기업문화 중 최고가 아니면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한국사회가 1등에 민감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는 조금 더 관대한 편이다. 일례로 2등의 장점을 전략적으로 포지셔닝 한 사례도 있다.

미국 렌터카업체 에이비스(Avis)는 업계 2위 브랜드다. 하지만 1위인 허츠(Hertz)를 밟고 올라가려는 대신, 광고 카피에 겸손한 문구를 넣었다. ‘Avis is only No.2 in rent a car.(에이비스는 렌터카 업계에서 2위에 불과하다)’에 이어 ‘We try harder.(우린 더 노력할 것이다)’라고 마무리했다.

낮은 위치지만 노력하겠다는 의지와 당당함을 내비쳐 브랜드 이미지를 한 층 높였다. 신선한 충격에 에이비스의 슬로건은 금세 유명해졌고, 그해에만 50%의 매출이 급상승하는 성과를 이뤘다.

물론 국내에도 2위를 내세운 사례가 있다. 삼청동에 있는 ‘서울에서 2번째로 맛있는 팥죽’이라는 가게나, ‘서울에서 두 번째로 휴대폰이 저렴한 곳’이라는 홍보용 포스터가 붙어있는 대리점 등이다.

이들은 모두 겸손함과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소비자를 맞을 준비를 한다. 2등을 내세우는 마케팅은 덜 과장된 느낌을 주며 긍정적인 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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