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하고 신상털고…온라인 커뮤니티의 폐해
막말하고 신상털고…온라인 커뮤니티의 폐해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11.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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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넘어선 극단적 메시지 난무, “토론활성화 부족한 우리사회 단면이 재생”

[더피알=문용필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의 힘이 막강해질수록 발생되는 폐해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통념을 벗어난 내용의 게시물들이 올라와 사회문제로까지 불거지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다. ▷관련기사: 새로운 사회인가 그들만의 리그인가

일베는 그간 여성을 비하하거나 성적 대상으로 깎아내리는 게시물들로 지탄을 받아왔다. 이른바 ‘고인 드립’도 서슴지 않았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들의 관을 두고 ‘홍어 택배’라고 조롱하는가하면, 어묵을 먹는 사진과 함께 ‘친구 먹었다’라는 믿을 수 없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된 고등학생들을 비하하는 것이었다.

▲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를 조명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젖병 제조사에 근무하는 한 이용자는 일베를 상징하는 손가락 사인과 함께 “여자X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 가끔 빨기도 한다”는 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켰다. 직원관리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회사가 공개사과에 나서야 했다.

최근에는 메갈리아와 워마드 같은 이른바 ‘여초성향’ 커뮤니티들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메갈리아의 경우 ‘한남충’ ‘씹치’ 등 한국남성을 비하하는 용어들을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일베의 여성 비하에 맞서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오지만 특정성별을 대상으로 한 언어폭력인데다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두 사이트 모두 비판받아 마땅하다.

심지어 워마드의 경우 독립운동가인 안중근·윤봉길 의사가 피눈물을 흘리며 혀를 빼문 사진을 올려 도가 지나쳤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이같은 현상들이 벌어지는 배경에 대해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모바일전공 교수는 “온라인의 특성상 세력화된 수많은 개인들의 모임 중에서도 극단적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파하고 의사를 표현하는 집단들이 더 주목받기 마련”이라며 “메갈리아나 일베가 이러한 메시지 전략을 가장 잘 구사하는 집단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지명도나 인지도로 가입자를 늘려 세력을 확장하는 순환적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 sbs 스페셜은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 운영진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방송 화면

온라인 커뮤니티의 폐해는 개인 사생활 침해라는 측면에서도 심각하다. 앞서 언급한 강남패치와 한남패치의 경우,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신상이라며 일반인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해 물의를 빚었다. 심지어 성병에 걸린 남성들의 신상을 공개한다고 주장하는 ‘성병패치’도 등장했다. 신상만 터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비하하는 댓글도 이어진다.

더욱 심각한 부작용은 자살정보의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이 지난 7월 중앙예방자살센터와 합동으로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총 9111건의 자살유도 유해정보를 발견했는데 이중 4188건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회문제로 비화되는 여러 폐해를 근절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익명성을 담보하고 정보 확산이 빠른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성 때문이다. 이재신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온라인은 (법으로) 통제하면 될 것이라는 착각이 있는데 그간의 연구결과를 보면 통제하기 더 어렵다는 결과가 나온다”며 “댓글을 처리하거나 불량한 사이트를 걸러내는 수준 외에는 뭔가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 민주국가라는 특성상 중국처럼 강경하게 통제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희정 이화여대 경영연구소 교수는 “동일한 목적이나 취향에 집중하는 경우에는 이견이 침투하기 어렵다. 때문에 특정집단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자연적인 현상”이라며 “토론활성화가 부족한 우리 사회의 단면에 커뮤니티에서 재생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 사회이슈에 따라 명멸하는 커뮤니티 생성 패턴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는 “온라인 커뮤니티 폐해가 최근의 문제는 아니다. 확산속도가 활발하기 때문에 과거보다 더 많이 발견되고 알려지는 것 뿐”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송 대표는 “인터넷을 통한 개인 표현의 자유가 일반적인 사회적 윤리와 공감을 넘어서면 책임을 지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이런 문화가 정착되려면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온·오프 경계 사라지는 관계망, 미래 모습은?

앞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전문가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커뮤니티의 융합현상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송 대표는 “대형 커뮤니티의 영향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사회이슈 및 기업의 활동에 따라 명멸하는 커뮤니티 생성 패턴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모바일 기반의 중소 그룹형 커뮤니티와 폐쇄형 커뮤니티도 더욱 확산될 것”이라며 “중소 그룹형의 경우 의견 교류와 관리가 용이하고 폐쇄형은 소속감이 더 가중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더욱 쉽게 만나고 행동하는 패턴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민경배 교수는 “낯선 이들이 온라인을 통해 관계망을 형성시킨 지 오래고, 이미 오프라인 관계로까지 확대돼 있다”며 “순수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 온라인은 관계망을 형성한 이들이 보다 편리하게 소통을 나누는 수단일 뿐”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조희정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향후 과제로 토론 활성화, 폐쇄성 극복, 다양성 실천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우리사회의 잠재적인 에너지로써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과 자리매김이 절실하다”며 “그저 모여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생활에너지를 결집하는 집단이라는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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