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토플학원도 모자라 ‘인성학원’이라니
토익·토플학원도 모자라 ‘인성학원’이라니
  • 김연수 (ide04060@naver.com)
  • 승인 2016.12.02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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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s 스토리] 인성도 스펙이 되는 시대…진짜 중요한 건?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온 수많은 청년들은 더 나은 직장을 얻기 위해 스펙쌓기에 열중한다. 대학생들은 2개월여의 방학 기간 동안 각종 자격증 및 어학 공부, 봉사활동을 하기에 여념이 없다. 또한 학년이 높아져 졸업과 취업이 가까워질수록 새로운 도전이나 낯선 타지로 떠나는 여행보다는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일에 집중한다.

스펙(Specification)을 쌓는 방법은 굉장히 다양하다. 학교 공부와 직결되는 학력과 학점은 기본이고 토익, 토스, 토플, 오픽과 같은 어학 점수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교환학생, 어학연수, 해외인턴, 워킹홀리데이 등 다양한 종류의 해외 경험도 취업의 필수요소로 꼽힌다.

▲ 잡페스티벌을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그 중에서도 교환학생은 각 대학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으로, 다른 나라 학교와 협약을 맺어 타국의 학교에서 수료한 학점을 자신의 대학교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그 외에도 자격증, 봉사활동, 인턴, 기타 수상경력 등이 있다. 그리고 요즘 새로운 스펙이 하나 더 늘어났다. 바로 ‘인성스펙’이다.

인성(人性)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만의 생활 스타일로써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독특한 심리 및 행동 양식이다. 그러니까 인성은 시간과 환경이 자연스럽게 빚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채용시 인성과 태도, 직무 역량과 조직 적합도를 앞서 열거한 수많은 어학스펙보다 중시하고 있다. 그로 인해 인 스펙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은 조직 이해 능력, 문제 해결 능력이 높은 사람이자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사람이다. 특히 요즘은 면접을 1박 2일 동안 진행하며 다양한 상황에서 입사지원자들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여러 기업에서는 조직 적응력, 대인 관계, 승부 근성, 창의성, 추진력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런 현실로 인해 많은 취업 준비생들은 인적성 검사를 문제집을 사서 공부한다. 하지만 정답을 외우거나 거짓으로 답을 적어낼 경우 판독 불가라는 결과가 나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놀랍게도 인성을 중요시하는 것은 기업뿐만이 아니다. 취업으로 향하기 이전 단계인 대학입시에서도 인성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입시 심층면접에서 인성문제가 출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작년에 면접을 본 한 대학교에서는 학과 관련 전문지식 수준의 문제와 함께 자신의 경험과 관련된 해결 방식 제시, 인성 관련 문항 등을 출제했다. 공부를 많이 하고 폭넓은 배경지식을 소유하는 것과는 별개로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질문이었기에 대답하기 더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실제 면접 본 대학의 인성문제]

→ A환자와 B환자 모두 심각한 고통을 겪는데 한 시간에 한 알씩 약을 복용해서 고통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A환자의 증상이 악화되어 1시간에 3알을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약은 모두 48알 뿐이고 항상 둘에게 24알씩 나누어 주었다. 본인이 의사라면 이전과 동일하게 둘에게 24알씩 주겠는가. 다른 선택을 할 것인가. 공정성에 근거하여 말하시오.

위와 같은 문제는 학생이 연민과 동정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어떤 방식으로 상황대처에 나설 것인가를 눈여겨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학생 본인이 의사라는 점을 조건으로 내세워 의사의 본분을 지키며 두 환자의 고통을 잘 덜어낼 수 있는지를 요구한다.

나는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최선의 방법을 도출해 내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이 인성문제 면접에서 점수를 얻어낼 수 있는 중요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의사라는 전제를 강하게 밀어붙였고 약은 이전과 같이 분배해서 나눠주되 환자의 병이 악화된 원인을 밝히겠다고 답했다.

의사로서 직업의식에만 투철하게 대답했던 탓일까. 아쉽게도 그 대학에는 합격하지 못했다. 심사위원 분들께서는 내가 연민이나 윤리의식이 부족해보였을지도 모르겠다.

▲ 계단에 앉아 취업설명회를 듣고 있는 취준생. 뉴시스

개인적 경험과는 별개로 현실 속 많은 대학입시 면접에서는 인성을 실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성학원이 성행하고 있기도 하다. 가정환경과 학창시절 경험 등이 아니라 학원에서 배운 인성은 과연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사담당자들이 지원자의 인성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입사 후 근무태도를 예상할 수 있으며 둘째, 인성은 시간을 들여 노력한다고 해도 쉽게 바꿀 수 없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입사 후 원만한 관계 형성은 한 조직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분명 인성은 우리의 삶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조직 내에서 분란을 일으키지 않으며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이보다 적합한 평가 대상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성은 단순히 평가로만 판단해내야 할 사항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지켜본 뒤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스펙들처럼 단시간에 공부하고 노력해서 만들어지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공부하고 준비한다고 해도 한 조직 안에서 함께 활동하다보면 만들어낸 인성의 실체가 금방 수면 위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의 일에 무감각한 요즘 현실에서 많은 기업의 대표들과 수장들이 인성스펙을 갖춘 인재를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른 인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차곡차곡 오랜 시간을 두고 공들여야 할 것이다. 또한 시험을 통해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만 평가하는 자리보다는 한 사람 자체를 심도 깊게 알아갈 수 있는 자리들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치열한 경쟁 시대에 나 자신보다 타인을,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평화를 먼저 생각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좀 더 멀리 보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어렵고 힘든 취업도 빠른 시일 내에 이겨낼 수 있을 지도.




김연수

제 그림자의 키가 작았던 날들을 기억하려 글을 씁니다.

 *이 글은 논객닷컴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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