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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가 된 혼밥·혼술, 건강에는 어떨까[유현재의 Now 헬스컴] 좋은 점 < 나쁜 점
  • 유현재 서강대 교수
  • 승인 2016.12.1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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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유현재] 트렌드란 참으로 무섭게 빠르다. 미디어에서 혼자서 밥 먹고, 혼자서 술도 마시는 상황들이 빈번하게 비쳐지더니, 이를 핵심 줄거리로 삼은 드라마까지 방영됐다. 물론 혼자 밥 먹고 술 마시는 행위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혼술’ 혹은 ‘혼밥’ 등으로 세련되게 재규정하고 극화시키면서 파급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느낌이다.

일단 트렌드가 되면 다수의 사람들은 행위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하며, 멋있다고 느끼거나 직접 경험해보길 원한다. 그런 니즈에 부응하는 레스토랑, 술집 등 비즈니스도 늘어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상호 시너지가 계속되고 있다.

   
▲ 올리브TV '조용한식사'에 등장하는 스타들은 그저 먹는 모습만을 보여준다. 방송 화면 캡처

혼술·혼밥이라는 신조어가 처음 회자될 때만 해도 꽤 낯설고 억지조합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요즘엔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심지어 기성세대라 불리는 필자를 포함한 다수의 ‘아재’들도 혼술이니 혼밥이니 하는 용어들을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헬스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대중의 건강 수준에 혼밥과 혼술 트렌드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이야기해보고 싶다. 작은 표본이었지만 의사들과 영양학자 및 보건학자들에게 혼밥·혼술의 일반화에 대해 간단히 질문해 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더 많을 수도 있겠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물론 혼자 밥을 먹으면서 이래저래 휴식을 가질 수도 있고, 간만에 꿀 같은 안정을 취하며 릴렉스하는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혼자서 밥 먹을 경우 ‘영양을 챙긴다’는 개념보다는 대체로 ‘한 끼 때운다’는 마음자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 건강에 대한 관여도는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상대방이 없다보니 나도 모르게 식사 속도가 빨라져 소화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적 요인이 다분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물론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는 상황이라서 득과 실을 정확하게 따져보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 있고 의미가 없을 수도 있으나 건강한 식사를 위한 소위 ‘모범적 식사’ 유형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의견이었다.

‘소셜 드링킹’ 사회가 어쩌다?

혼술의 경우에는 장점보다는 단점과 잠재적 위험성이 훨씬 명확하다는 판단이 대세였다. 혼자서 술을 마신다고 당장 알콜 의존, 알콜 중독 등 험한 용어로 규정하는 것이 과도한 일반화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왠지 여럿이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는 것보다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다지 건강해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등장인물이 귀가한 다음 혼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이 비교적 흔하게 노출됐었다. 술을 보관하는 특정한 장소에서 유리 글라스에 일정량을 따른 다음 휴식과 음주를 겸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는 장면 등이 대표적인 혼술 장면들이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하는 음주장면은 여럿이 혹은 최소한 둘이서 마시게 되는 ‘소셜 드링킹’이 주를 이뤘다. 전형적인 음주 장면들이 실제의 문화를 상당 부분 대변한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에서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가 소셜 드링킹의 일반화로 설명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알코올 의존증 등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예전부터 혼술이 일반화된 문화라고 연결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실재하는 데이터에 의해 문화와 음주유형, 사건사고와 알코올 의존, 그리고 미디어에 투영되는 모습 간의 연관관계를 규명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의 사회상을 읽기에는 유익한 가정이라 판단된다.

그렇다면 한껏 멋지게 포장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혼술문화는 향후 알코올 소비 증가와 알코올 의존증 확산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잠재적 변수일까.

   
▲ 이어폰을 낀 채 혼자 술 마시는 남자가 등장한 드라마 '혼술남녀'의 한 장면. 공식 페이지

지난 11월 15일, 대한보건협회와 보건복지부는 음주폐해 예방의 달 즈음해 특별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각계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음주에 의한 폐해를 조장하는 주요한 사회적 배경으로 미디어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음주장면이 지적됐다. 너무나 대중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음주장면의 실태는 물론 그것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 잠재적인 영향력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최근 장르를 막론하고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등장하고 있는 음주 관련 장면들을 보여준 다음 토론회에 참석한 청중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질문도 이어졌다. 중요하게 논의된 소주제 중 하나가 바로 혼술이었다. 이에 혼술이라는 용어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 그리고 실제 혼술을 경험하도록 종용하는 자극성 등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예상대로 혼술에 대한 단어 인지도는 대단히 높았으며, 혼술이 트렌드가 돼 각종 미디어를 통해 양산될수록 본격적으로 즐기려는 사람들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저 재미있는 문화코드라고만 생각했는데 토론을 경청하면서 실제 건강과 관련된 중요 이슈일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관객도 있었다.

소비 종용하는 테크닉인가

우리나라의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혼술 장면이 서양과 조금 다른 특징이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혼자서 술을 소비하는 행위는 동일하지만 술집 등 상업시설에서 즐기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는 것이었다.

실제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은 대부분 근사한 술집 혹은 레스토랑에서 이어폰을 낀 채 술을 마셨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외부와의 차단벽을 만들djj 혼술의 목적에 더욱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오픈된 공공장소에서 즐기는 일종의 ‘소셜 드링킹’적 성격도 보유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는 혼술·혼밥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의 부산물이거나 마케팅과 상호 기능하는 가공된 트렌드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마치 ‘OO날’ ‘OOO데이’를 양산하고 끊임없이 이벤트를 만들어 추가 소비를 종용하는 테크닉처럼 말이다.

이처럼 ①문화가 만들어지고 ②그것을 활용해 마케팅이 진행되며 ③트렌드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④소비가 일어나는 사이클은 해마다 발생하는 흔한 현상이지만, 헬스컴 연구자의 시각과 음주의 확산 및 폐해를 논의하려는 측면에서는 작은 걱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음주로 인한 폐해는 그 심각성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다소 무디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건강에 대한 폐해가 상대적으로 명확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흡연이나 비만, 스트레스 등에 비해 술은 엄격하게 취급하기 어려운 문화적 분위기도 존재한다.

물론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흡연은 ‘금연’이라는 당위로 소통하고, 음주는 ‘절주’라는 규범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맞다. 적당한 음주라면 해악을 논하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를 중심으로 양산되는 무분별한 미화는 일정 부분 장치가 필요하리라는 생각이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 ‘닥터스’ ‘혼술남녀’ ‘질투의 화신’ 등은 물론, ‘미운우리 새끼’와 ‘마이리틀 텔레비전’ 등 청소년이 쉽게 접하는 예능프로그램들에서도 음주 관련 장면이 꽤 자주 등장했다. 기뻐도 술, 슬퍼도 술, 힘들어도 술인 상황들이 묘사된 것인데, 이젠 별다른 이유 없이 혼자서도 술을 마시는 혼술까지 문화코드로 만들어져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적으로 용인되는 범위가 넓은 만큼, 관련 이미지가 노출·소비되는 과정에 대한 정책 및 규정, 가능한 규제들이 더욱 촘촘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판단된다.

유현재 서강대 교수  hyunjae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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