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라는_가면+1
#브랜드라는_가면+1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6.12.13 10: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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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1+1] 스스로 드러내는 민낯이 아름답다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브랜드라는_가면1에 이어

[더피알=정지원] 지금 수많은 브랜드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뉴스를 다룰 여유가 없을 정도로 거대한 게이트가 모든 이슈를 다 삼켜버린 2016년 말의 대한민국이다.

과연 브랜드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계획을 할 수 있을까? 견고하리라 믿었던 가면이 볼썽사납게 벗겨진 국가의 민낯을 모두가 고통스럽게 견디고 있는 지금, 브랜드들에게도 묻고 싶다. 브랜드라는 가면을 소비자들은 언제까지 받아줄 것인가? 당신의 브랜드는 가면이 아닌 ‘브랜드’로 소비자를 대할 수 있는가?

맨얼굴을 감당할 용기

정부의 맨얼굴이 이 정도일 줄 누가 알았을까? 누구나 자신의 가면을 벗는 것을 두려워하겠지만 때로는 가면을 벗는 용기가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 있다. 진짜 나를 증명해야 할 순간 말이다.

조직에 속한 나, 지금까지 잘 쌓은 재력의 나, 최종학력으로 포장된 내가 아니라 진짜 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순간, 두텁게 장식했던 가면을 벗어 진짜 모습을 보였을 때 새로운 발을 내딛게 될 수도 있다.

오래된 사례지만 여기 가면을 벗고 맨얼굴을 드러낸 뒤 훨씬 더 성공했던 브랜드 할리데이비슨을 떠올려 보자.

견고하던 할리데이비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70%에서 28%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다시 할리데이비슨의 시장점유율은 상승하기 시작해 80%를 육박하게 된다. 할리데이비슨에게 어떤 일이 생긴 걸까?

1980년대부터 2000년대 그리고 지금까지 그들의 수직낙하와 수직상승의 배경엔 싸고 성능 좋은 일본 브랜드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추락을 거듭하던 할리는 어느 순간 기계적 성능으로 경쟁해오던 ‘가면’을 벗어던졌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성능으로의 경쟁을 거부하겠다. 정말 성능이 좋은 오토바이를 원하면 혼다를 사라. 속도에서의 쾌감을 원한다면 BMW나 듀카티를 타라. 단, 할리만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원하고 우리처럼 즐기고 싶다면 할리를 선택하라.” 성능으로는 아직도 독일제나 일본제 오토바이 대비 한참 멀었다고 뻔뻔스럽게 얘기할 수 있었던 할리의 속마음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당시 신임 CEO 리처드 티어링크는 ‘고객 니즈가 상이하다는 점’을 믿고 성능 대신 가장 할리다운 모습을 최대한 유니크하게 보여주는 전략에 집중했다.

▲ 할리데이비슨은 성능의 뒤쳐짐을 인정하고 고유의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강조하기에 집중했다.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홈페이지

엔진기술이 떨어져 나는 특유의 배기음을 역동성 있는 소리로 재창조하고 마치 살아있는 말을 타는 것과 같은 진동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독수리, 해골 등의 상징으로 소속감을 부여했다.

가면을 벗는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를 수반한다. 할리는 맨얼굴의 전략적 초점을 잃지 않았고 이를 ‘소비자 경험’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실행을 구사하면서 용기를 스스로 북돋았다.

퍼스낼리티 < 퍼슨

시내 곳곳에 JTBC 기자들만을 무료로 모시는 식당리스트가 있다고 한다. ‘기자’라는 직업의 가치가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는 이 시기에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JTBC만이 소위 밥값하는 언론으로 대우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JTBC는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포문을 열면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시청률은 치솟았고 뉴스 소비자들은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다. JTBC라는 브랜드의 퍼스낼리티(Personality)는 무엇일까? 그들이 모토로 얘기하는 ‘다채로움’일까? ‘공정함’일까?

브랜드의 퍼스낼리티를 단어로 규정하고 인격화해서 다시 비유하는 구조는 이제 의미 없다. 브랜드의 퍼스낼리티는 화려한 형용사가 아니라 그저 소비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퍼슨(Person)’, 즉 구체적인 사람으로 상징되어야 더욱 효과적이다.

JTBC를 ‘손석희TV’라고 부르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과거 MBC와 중앙일보라는 견고한 가면을 벗겨낸 장본인이 바로 손석희이고, 그 맨얼굴로 시청자와 함께 울컥하고 안타까워했던 ‘교감’이 오롯이 JTBC라는 브랜드를 열광하게 하는 핵심자산이 됐다.

▲ jtbc는 최근 손석희라는 대표 인물 자체로 브랜드 주가를 높이고 있다. 출처: jtbc뉴스룸 티저 영상

‘최순실PC’ 보도를 감행한 직후 ‘겸손’과 ‘태도’를 당부하며 기자들과 직원들에게 손수 보낸 편지는 그 자체로 JTBC의 살아있는 브랜드 헌장이다.

헛소리는 끝났다

IMF를 겪으면서 우리에게 큰 변화가 왔던 것처럼 이 부끄럽고 무기력한 시기를 지난 우리사회는 또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필연적으로 맞이할 변화 앞에서 브랜드에 기대하는 ‘진정성’이라는 개념이나 모습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한 가면을 두른 브랜드에 대해서는 혹독한 외면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웃는 가면, 착한 가면, 왕비의 가면, 서비스의 가면을 살짝 내려놓고 진짜 당신의 브랜드가 만들어낼 표정을 지어보자. 설령 할리데이비슨처럼 우린 아직 성능으로는 ‘One of the worst(최악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뼈아픈 자기고백이 한차례 지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내 모습이 아닌데 애써 성능 좋은 척 연기했던 가면을 벗고 진짜 소비자에게 약속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 보자. 이제 거짓말이나 헛소리는 끝났다. 가뿐 마음으로 조금 거칠고 서툰 진심을 스스로 준비하자. 남의 손에 벗겨지는 가면은 더 이상 회복불가능이다.

정지원
제이앤브랜드(J&brand) 대표이사

정교한 맥락과 매력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아내느라 골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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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2017-09-27 00:54:15
너무 좋은 글이네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