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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도 웃음으로 승화…디지털 시민의 재능기부게임, 짤생성기, 해시태그 캠페인 등 자발적 참여 新조류

[더피알=안선혜 기자] 디지털을 도구로 사회 문제를 시민들이 직접 해결하는 시빅해킹. 그 이면에는 협업과 공유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 ▷관련기사: 시빅해킹, 사회 속으로 인셉션 

시민의 전문적 지식과 재능은 때론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유희거리를 던져주는 방식으로 발휘되기도 한다. 패러디 게임, 간단한 코딩을 활용한 짤 생성기, 합성 사진 등 그 형태는 다양하다.

일례로 최근 나온 대국민담화 짤생성기는 ‘최순실 게이트’로 국민적 상실감과 분노가 큰 가운데,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내용을 패러디해 누구나 쉽게 짤(웃긴 GIF 파일)을 만들 수 있도록 해 웃음을 안겼다.

패러디의 먹잇감은 지난 11월 4일 박근혜 대통령의 2차 대국민담화문에서 나온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롭다”는 발언이었다.

   
▲ 대국민담화 짤생성기로 만든 패러디 이미지.

원하는 이미지를 선택하고 ‘대통령 했나’ 자리에 대신 넣고 싶은 글을 입력하면 마치 뉴스 방송을 보여주듯 이미지와 자막이 덧입혀지는 간단한 방식에 이 짤 생성기는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내가 이러려고 대한민국 국민했나”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얼굴을 넣고 “이러려고 모금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등의 패러디가 속출했다. 정치적으로 예민하고 민감한 사안을 유머로 승화시킨 시도다.

사진과 자막의 센스 있는 조화는 이 짤생성기의 백미로 떠올랐다. 박 대통령이 차움 병원에서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여자주인공 이름인 ‘길라임’을 예명으로 사용했다는 보도가 있고나서는 당시 길라임 역할을 맡았던 하지원의 사진과 함께 “이러려고 출연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라는 자막을 넣은 영상이 히트를 하기도.

누리꾼들의 실력 발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파문과 함께 구글플레이 스토어에는 순식간에 패러디 게임들이 등장했다.

최씨가 말을 타고 도망가며 덫을 피하는 ‘순실이 빨리와’란 게임이나 대통령 연설문을 어떻게 빨리 작성하는가를 가지고 점수를 매기는 ‘최순실 게임’, 제한 시간 내에 어두운 공간에서 닭을 찾아 탈출하는 ‘채순실 탈출기’ 등 재치만점 스토리를 담은 게임이 넘쳤다. 풍자와 해학을 다른 시민들이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본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 셈이다.

   
▲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풍자한 '최순실 게임'. 화면 캡처

디지털 시민참여는 보다 손쉬운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진행되는 해시태그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리터라티(Litterati)라는 캠페인은 SNS에 쓰레기 사진을 올리는 프로젝트다.

쓰레기를 발견하면 이를 찍어 Litterati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사진을 올린 후 해당 쓰레기를 치우자는 운동이다.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 사진 한 장만으로 일회용품 사용이나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는 작은 수단이 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이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온 게시물은 현재 18만9000여개, 리터라티 공식 계정에는 5500여개의 게시물이 등록돼 있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 어떤 쓰레기를 발견하고 치웠는지를 해시태그를 통해 즉시 알 수 있어 참여자들 간 지리적 거리는 멀지라도 나와 뜻을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동질감을 갖게 해준다.

   
▲ 리터라티 캠페인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 중 하나.

태국에서는 헤어태그프로젝트(hairtagproject)가 반향을 일으켰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을 잃은 여성들에게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선물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여성들의 머리를 완성하는 건 자신들의 이름을 쓴 해시태그다. 검은색으로 표시되는 해시태그가 마치 머리카락과 같은 역할을 해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암환자들의 머리모양이 완성되어가는 식이다.

해시태그만으로 달라진 환자의 모습을 본 이들은 실제 머리카락 기부까지 감행한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한 달 만에 600㎏의 머리카락이 기부되면서 총 3000개의 가발이 만들어져 여성암환자들에게 전달됐다.

국내에서도 최근 해시태그 캠페인이 진행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또 최순실과 관련됐다. 내용에 상관없이 모든 SNS 게시물마다 ‘#그런데최순실은요?’ 태그를 달자는 제안이었다.

김형민 SBS CNBC PD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 의혹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묻힐 것을 염려한 데서 비롯됐다. 

자신의 포토샵 활용 능력을 발휘해 패러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케이스는 이제 일반적이다.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를 앞두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행방을 네티즌 수사대가 추적하는 과정에서 ‘우병우GO’와 같은 이미지가 만들어져 화제를 불러모으기도 했다. 이는 전 세계를 강타했던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GO’를 우병우 잡기에 비유한 것이었다.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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