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캠페인 복기 ③] 비판언론 물어뜯기
[트럼프 캠페인 복기 ③] 비판언론 물어뜯기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6.12.21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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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매체·언론인과 전략적 적대적 관계로 ‘진정성’ 보여줘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드럼프는 분노를 조장하고 향수를 자극하는 ‘이중전략’으로 세기의 이변을 만들어냈습니다. 백악관 입성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진영이 구사한 캠페인 전략을 복기해봅니다.

1. 의도된 막말
2. 소셜미디어 통한 가짜뉴스의 확산
3. 비판 언론 물어뜯기
4. ‘아 옛날이여’ 자극
5. 비난의 화살 정조준
6. 늪을 말라붙게
7. 많고 많은 모자와 티셔츠
8. 선거 직전 광고 피치

[더피알=임준수] 가짜 뉴스를 제조하고 유포, 확산시킴과 동시에 트럼프는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이나 언론인과 적극적으로 싸웠다. 선거 이후 그가 최악이라고 불렀던 CNN이나 NBC는 물론이고 공화당의 선전매체로 알려진 팍스뉴스의 진행자와도 정말 치졸하게 싸움을 벌였다.

▲ 트럼프는 팍스뉴스 앵커를 향해 여성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cnn 뉴스 화면과 트럼프 트윗(오른쪽).

트럼프는 맹목적인 믿음은 광신교적 행동으로 바뀐다는 것을 알고 집회 때마다 언론이 자신과 지지자들에 대해 편파적 보도를 하고, 클린턴과 같은 부패 정치인을 당선시키는 데 올인한다고 선동했다. 지지자들은 집회마다 언론을 야유하고 ‘CNN Sucks(형편없다)’를 외쳤다.

그는 언론이 편파보도를 할 뿐만 아니라 언론 자체가 이미 심각한 부패 기득권 세력과 결탁한 워싱턴 정가의 내부자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의 주식을 다량 보유한 멕시코 통신 재벌이 클린턴의 당선을 위해 신문을 이용하고 있다는 유언비어도 퍼뜨렸다.

트럼프가 주류 엘리트 매체를 비난하고 유명 앵커나 기자를 조롱하는 행위를 마다하지 않은 것은 전략적이면서도 즉흥적인 데가 있다. ▷관련기사: 얼마나 많은 언론이 트럼프에 척을 졌을까

먼저 그는 지지자들에게 주류 매체에 대한 혐오감을 극대화하면서 언론의 모든 비판적 보도에 대해 ‘완전 편파 날조 보도’라는 식의 세뇌를 한 셈이다. 미국 공화당과 팍스뉴스는 오랫동안 미국 주류 매체는 ‘자유주의적 편향’이 심하다는 선전을 해왔고, 백인들 사이에 이런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기 때문에 트럼프의 선동은 이런 적대적 매체 지각에 불을 붙인 것과 같았다.

두 번째는 트럼프 자신의 싸움닭 근성 때문이다. 그는 지기 싫어하고 누가 자신을 공격하면 되받아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의 소유자다. 팍스뉴스의 메긴 캘리를 향한 여성비하적 공격이나, 자신의 유언비어성 발언에 대해 반박기사를 쓴 뉴욕타임스 기자의 신체 장애를 흉내내며 조롱했던 것은 모두 받으면 앙갚음을 한다는 트럼프의 신조에 따른 못말리는 행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표를 얻기 위해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공화당 예비경선 초반 트럼프는 기자회견 도중 미국 내 최대 시청자를 보유한 스페인어 TV방송사인 유니비전의 명 앵커 호르헤 라모스를 쫓아냈다. 그가 히스패닉 사이에서 존경받는 매우 영향력 있는 앵커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로 밀어낸 것이다. 히스패닉 표에 민감해 눈치를 보는 다른 후보와는 전혀 다른 과감한 행동이었다.

트럼프의 이런 모습들은 지지자들에게 저 사람은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은, 진정성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현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 S.I. Newhouse School의 PR학과 교수다. PR캠페인과 CSR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효과에 관한 연구를 하며, The Arthur Page Center의 2012-2013년 Page Legacy Scholar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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