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캠페인 복기 ④] ‘아 옛날이여’ 자극
[트럼프 캠페인 복기 ④] ‘아 옛날이여’ 자극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6.12.23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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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외쳐…투표장 가야할 이유 제시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드럼프는 분노를 조장하고 향수를 자극하는 ‘이중전략’으로 세기의 이변을 만들어냈습니다. 백악관 입성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진영이 구사한 캠페인 전략을 복기해봅니다.

1. 의도된 막말
2. 소셜미디어 통한 가짜뉴스의 확산
3. 비판 언론 물어뜯기
4. ‘아 옛날이여’ 자극
5. 비난의 화살 정조준
6. 늪을 말라붙게
7. 많고 많은 모자와 티셔츠
8. 선거 직전 광고 피치

[더피알=임준수] 트럼프가 혐오 발언과 막말로만 백인 유권자 표를 결집시킨 것은 아니다. 그의 지지자들이 모두 인종차별주의자나 여성혐오주의자들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트럼프가 한 말들 역시 모두 혐오와 분노의 표출은 아니었다.

트럼프는 출정식 때부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이하 MAGA)’라는 캠페인 구호를 외쳤다.

▲ 트럼프 얼굴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란 그의 구호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지지자. ap/뉴시스

이 구호의 주요 테마는 분노나 희망이 아닌 복고이다. 소셜미디어 사용을 위해 마가(#MAGA) 해시태그로 줄여진 캠페인 구호를 효과적으로 만든 단어는 바로 ‘다시(again)’였다. 당선이 확정된 후 첫 연설에서도 트럼프는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잊지 않고 그들을 향해 이렇게 감사 메시지를 던졌다.

“(우리나라에서 잊혀진 백인) 남자와 여자들은 더 이상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해석하자면 흑인 대통령 8년의 집권 기간 동안 ‘잊혀진 남자와 여자들’, 과거 위대한 미국을 만드는 데 평생을 바쳤지만 지금은 시골에서 외롭게 고립돼 살고 있는 백인 장노년 남녀들을 잊지 않겠다는 것이다.

작년 7월 미국의 비영리여론조사기관인 PRRI의 다니엘 콕스 사무국장은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백인 노인들의 감정을 “완전히 내버려져 있다는 처절한 느낌”이라고 표현한 적 있다.

▲ 트럼프의 캠페인 구호는 #maga라는 해시태그로 줄여져 소셜미디어상에서 공유됐다.

물론 미국 캠페인에서 ‘잊혀진 남자’를 떠받들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32년 대공항으로 암울한 시기에도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경제 재건을 하는 이유를 대면서 잊혀진 남자를 언급했다.

1968년 당선된 리처드 닉슨도 선거를 두 달 앞두고 이른바 ‘잊혀진 미국인’ 연설을 통해 선거날은 ‘잊혀진 미국인의 저항의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잊혀진 미국인이 ‘말 없는 다수’라며, 이들은 법에 순종하고 교회에 다니며 애국적인 미국 농부들로서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단지 향수만 불러일으켰던 것은 아니다. 잊혀진 백인들이 옛날만 그리워해서는 안 된다며 투표장으로 달려갈 이유를 제시했다.

▲ 트럼프는 과거 위대한 미국을 그리워하는 '잊혀진 백인'들을 공략했다. 트럼프 당선 직후 환호하는 지지자들. ap/뉴시스

그는 인종적으로 더 다양해질 미국의 앞날을 걱정하는 백인들에게 “이번이 문화, 경제적 변화의 흐름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면서 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메시지가 바로 백인 장년, 노년층에게 말할 수 없는 울림을 줬다. 우리나라에서 박근혜씨가 중장년층의 ‘박정희 향수’를 업고 선거에서 이긴 것과 다름 아니다.

전체 유권자의 40%를 차지하는 45-64세 연령대에서 트럼프는 약 53%의 지지를 받았는데, 이는 2012년 미트 롬니가 받은 51%보다 더 높은 결과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유권자 구성에서도 이 연령대는 2012년(38%)에 비해 2% 증가했다.

결국 트럼프는 막장으로 치닫는 선거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장노년층의 ‘아 옛날이여’ 향수를 효과적으로 자극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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