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JTBC’ ‘삼시세끼의 tvN’ 시대
‘뉴스룸의 JTBC’ ‘삼시세끼의 tvN’ 시대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6.12.2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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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방송지형 “채널 브랜드 아닌 프로그램 브랜드가 중요”

[더피알=박형재 기자] 새로워진 방송지형을 이해하려면 지난 5년간 방송업계 전반에 일어난 주요 사건들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각변동을 이끈 주요 원인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우선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N스크린’ 시청이 보편화된 것이 종편 성장의 숨은 조력자 역할을 했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방송을 볼 수 있게 되면서 ‘본방사수’가 급감하고 지상파 채널 프리미엄이 사라진 것이다.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09년 2%에서 2012년 67.6%, 2016년 81.6%까지 급증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지상파 뉴스의 공공성이 훼손된 것도 종편에겐 기회로 작용했다. 지상파에서 대통령 동정뉴스, 대기업 입장 보도가 반복되는 동안 다양한 포맷으로 변주된 종편 뉴스들은 ‘사이다’ 방송으로 시청자에게 어필했다. 공영방송 훼손과 관련 2012년 MBC와 KBS 기자들은 각각 170일, 95일간 연대 파업을 벌이기도 했는데, 이 같은 지상파의 위기와 균열을 종편과 tvN이 효과적으로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 종편 5주년, tvn 10주년인 올해 방송지형이 새롭게 움직였다.

콘텐츠 유통방식의 변화도 꾸준히 지켜봐야 할 흐름이다. 5년 전에는 방송의 유통 플랫폼이 주로 지상파와 케이블(SO) 두 곳에 불과했으나, 점차 IPTV(VOD)가 영향력을 키우더니 이제는 SMR(스마트미디어렙)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대세가 됐다.

장창범 다트미디어 스마트미디어본부장은 “2008년 IPTV가 등장하고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데 7년 정도가 걸렸는데, SMR은 불과 2년만에 1000억원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면서 “디지털 쪽에서 동영상의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TV광고 예산이 디지털로 꾸준히 이전되면서 각 방송사들이 마련한 디지털 대응 전략도 눈길을 끈다. 지상파들은 디지털 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한 맞춤 콘텐츠를 기존 채널 내에서 생산하고 있으며(마이리틀텔리비전, 무한도전 릴레이툰 등), 모바일용 콘텐츠의 제작(KBS 예띠TV, MBC 꽃미남 브로맨스 등)도 진행 중이다.

CJ E&M의 경우 2013년부터 MCN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다이아TV를 론칭하는 등 TV에 한정되지 않고 디지털로의 플랫폼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촉발된 JTBC 뉴스룸 열풍도 향후 방송지형 변화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JTBC를 전 국민이 주목하게 되면서 지상파만 보던 사람들도 새롭게 종편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채널 장벽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JTBC는 최근 시청률이 10%까지 치솟으며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마련했다.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CNN의 걸프전, 블룸버그의 아시아 외환위기 보도처럼 언론들이 급격히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계기들이 있다”면서 “JTBC의 경우 세월호와 최순실 보도가 그런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TV의 미래는 과연

지금의 ‘다매체 춘추전국시대’는 앞으로 어떻게 재편될까. 우선 지상파의 하락과 CJ E&M, JTBC의 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채널 경계가 사라진 가운데 양질의 콘텐츠로 물량공세를 쏟아내며 지상파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의 방송 장악력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TV조선, 채널A, MBN은 성장한계에 부딪혀 고민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5060에 어필해 고정 시청률을 확보한 것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사·토크 프로그램으로 끌어올 수 있는 시청률은 사실상 맥시멈(maximum)인데다, 지금보다 한 단계 도약하려면 2040 시청자층을 확보해야 하는데 ‘어르신 채널’이란 고정관념이 이미 형성됐기 때문이다. 과감한 투자와 차별화 없이는 지금 수준에서 정체될 것으로 관측된다.

만일 종편 특혜가 사라질 경우 상황은 지금보다 나빠질 수 있다. 현재 콘텐츠 영향력이 줄어든 지상파는 중간광고 허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또한 방송통신발전기금 면제 등 제도적 특혜도 무한정 계속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성해 교수는 “종편은 완전히 살아남았다기보다 제도적 혜택에 힘입어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처럼 시청층을 확대하지 못하고 특혜가 사라질 경우 일부 방송은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앞으로 TV 본방 시청률은 꾸준히 감소할 전망이다. 어릴 때부터 TV를 보던 40~50대가 지금 지상파의 주시청층인데, 요즘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접한다. 이들이 성장한 10년 뒤에는 지금 신문을 안 보는 것처럼 TV와도 결별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다양한 경로로 방송이 유통되면서 채널 브랜드가 아니라 프로그램 브랜드가 중요한 시대가 왔다는 분석도 주목해야 한다. MBC 무한도전이 아니라 ‘무한도전의 MBC’가 됐다는 것이다. 물건을 백화점에서 샀는지, 마트에서 샀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 있는 곳을 시청자가 찾는 시대가 올 전망이다. 잘 만든 콘텐츠 하나가 방송사 전체를 먹여 살리는 구조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 페이스북, 유튜브 등 인터넷기업이 TV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온라인 거대 플랫폼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고 TV광고 예산이 이들 매체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신서유기’를 통해 증명됐듯 콘텐츠만 제공되면 충분히 영상 스크린 플랫폼으로서의 기능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임정일 이노션 채널플래닝2팀 수석국장은 “앞으로 지상파의 하락과 CJ E&M, JTBC 등의 성장은 당분간 지속되고, 이에 맞서 지상파의 반발도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상파 중간 광고 허용, 통합시청률로 인한 각 방송사별 주요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가치 평가가 추후 지형 변동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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