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캠페인 복기 ⑦] 많고 많은 모자와 티셔츠, 왜?
[트럼프 캠페인 복기 ⑦] 많고 많은 모자와 티셔츠, 왜?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6.12.29 1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시각적 상징으로 일체감 부여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드럼프는 분노를 조장하고 향수를 자극하는 ‘이중전략’으로 세기의 이변을 만들어냈습니다. 백악관 입성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진영이 구사한 캠페인 전략을 복기해봅니다.

1. 의도된 막말
2. 소셜미디어 통한 가짜뉴스의 확산
3. 비판 언론 물어뜯기
4. ‘아 옛날이여’ 자극
5. 비난의 화살 정조준
6. 늪을 말라붙게
7. 많고 많은 모자와 티셔츠
8. 선거 직전 광고 피치

[더피알=임준수] 오바마처럼 트럼프 캠페인도 ‘변화’를 화두로 걸고 선거운동을 했다. 또 2012년 오바마 재선 캠페인과 같이 트럼프도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등 격전지에서 여론조사와 소셜데이터를 결합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여론의 풍향을 감지해 그 지역으로 뛰어 들어가 유세를 펼쳤다.

다른 부분은 트럼프는 이상하리만큼 정치광고나 점조직을 통한 밑바닥을 다지는 데는 별로 돈을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 트럼프 진영은 모자와 티셔츠 등 선거물품 구입에 가장 많이 지출했다. 유권자들로부터는 10원도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트럼프는 이 모자를 찍어서 25달러 이상을 기부하면 공짜 모자를 보내주겠다고 하면서 역시 장사꾼다운 면모를 보였다.

▲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기간에 모자에 돈을 많이 썼다. 다양한 모자를 쓰고 연설하는 모습. ap/뉴시스

캠페인의 모든 경비는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고 큰소리쳤던 그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서 나온 돈의 대부분은 다시 자기 소유의 사업체와 가족들에게 지불한 임금으로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캠페인의 선거 경비 지출에는 대단한 점이 있다. 역대 다른 공화당 대선주자에 비하면 선거에 별로 큰돈을 쓰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조촐했다. 힐러리 클린턴 진영에 비해 보유 자금도 현저하게 적었을 뿐 아니라 모금한 액수에서도 큰 차이가 났다.

▲ 트럼프 티셔츠를 입고 응원하는 지지자의 모습. ap/뉴시스

2016년 5월 트럼프 진영이 가지고 있던 현금은 겨우 130만달러로, 4200만달러를 보유하던 클린턴에 견줄 수가 없을 정도다. 같은 기간 월급을 받는 클린턴 캠프의 직원수가 685명이었는데 반해, 트럼프 캠프에는 단지 69명의 유급 직원만 있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연방 선거위원회에 보고한 트럼프의 캠페인 지출 내역이다.

2016년 6월부터 9월에 제출한 이 보고서에서 가장 큰 지출 항목은 물품 구입인데, 티셔츠와 트럼프 사인 등의 홍보물과 함께 약 320만달러어치의 모자 구입비가 포함돼 있었다. 트럼프는 이 모자가 ‘메이드인유에스에이(Made in USA)’라고 떠벌렸다. 물론 언론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사실이 아님을 밝혀냈다.

TV토론 중 힐러리 클린턴은 트럼프 빌딩이 중국에서 온 자재로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지었다고 조롱했지만,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위선적 언행 불일치에는 매우 관대한 태도를 견지했다.

 

모자에 돈을 많이 썼다는 대목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뭘까?

일반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자유주의적 경향이 강할수록 획일적인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우리나라 관제데모에서 군복을 입거나 특정 부대의 모자를 쓰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모자는 또 군중집회에서 일체감을 불어넣고 맹목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과거 박정희가 새마을운동을 할 때 공무원들에게 새마을 모자와 완장을 보급한 것도 이런 점을 노린 것이다. 재미난 사실은 트럼프의 MAGA 모자는 빨간색과 국방색 두 종류가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