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신당, 당명공모로 ‘호된 신고식’
보수신당, 당명공모로 ‘호된 신고식’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01.0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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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려다 조롱·비난 대상으로…전문가 “‘댓글 놀이터’ 변질은 필연적”

[더피알=서영길 기자] 개혁보수신당(가칭·이하 보수신당)이 당명 공모 이벤트로 시작부터 진땀을 빼고 있다. 참여와 소통의 취지와 달리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돼버린 것. 온라인 생태계의 기본 속성을 간과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보수신당은 지난 1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당명 공모를 알렸다. 이메일을 통해 접수받는 방식으로, 당선자 1명에게 200만원을 시상하는 등 총 350만원가량의 상금까지 걸었다.

하지만 해당 공지 아래로 신당을 조롱하거나 희화하는 당명들이 줄줄이 달리는 등 성토의 장이 되고 있다. 상당수의 원색적인 비난 글도 여과 없이 노출돼 보수신당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2500여개의 댓글들을 보면 ‘신새누리당(임**)’ ‘도로한나라당(최**)’ ‘더불어새누리당(반**)’ 등 보수신당이 새누리당에서 갈라져 나온 당임을 환기 시킨 조롱 섞인 표현이나 ‘박수무당(youn***)’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당=깨보따보당(jun***)’ 등의 말장난이 대부분이다.

상황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자 보수신당은 일부 댓글을 삭제해 입길에 올랐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등 결과적으로 안 하니만 못한 모양새가 돼버렸다.

▲ 개혁보수신당이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당명 짓기 공지문. 해당 화면 캡처

이는 페이스북이라는 오픈 플랫폼의 속성을 간과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누구나 의견을 개진하고, 볼 수 있는 공간에서 당명 짓기 공지를 하는 것은 홍보 효과가 큰 동시에 부작용이 뒤따를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유사한 이름 짓기 이벤트를 공개적으로 진행했지만, 소비자들이 기업에 쓴소리만 내놓는 ‘불만토로의 장’으로 변질된 사례는 수없이 많았다.

몇해 전 오리온 포카칩이나 현대 제네시스 등이 이름 짓기 이벤트를 온라인상에서 공개적으로 진행하다 선정적이고 부적절한 댓글들로 곤혹을 치른 일은 유명하다.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는 “이는 기업이나 정당이 인터넷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개혁보수신당 뿐 아니라 어느 당이 이런 이벤트를 진행했어도 네티즌들의 ‘댓글 놀이터’로 변질될 상황은 필연적이다”고 봤다.

송 대표는 “이런 사례는 그동안 수없이 많이 반복됐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집단지성의 공간이라고 맹신하면 안된다”며 “이벤트 목적이 양방향 소통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지문을 올리는 식으로 일방향적 공지가 가장 적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수신당은 4일까지 공모된 당명을 중심으로 1차 심사를 마치고 5일 열리는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선별한 당명 후보를 발표하고 의견을 취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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