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 이 이야기는 얼마짜리인가요?
쇼미더머니! 이 이야기는 얼마짜리인가요?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7.01.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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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다면 생산에도 주머니 여는 콘텐츠 소비 방식 확산

[더피알=조성미 기자] 숱한 화제를 낳으며 다섯 번째 시즌까지 진행된 래퍼들의 경연프로그램 ‘쇼미더머니’. 마음에 드는 무대를 청중들이 금액으로 평가하는 공연지원금이란 방식으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실력을 돈으로 평가하는 자극적인 요소이기는 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지갑을 열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현실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 동안 우리는 콘텐츠를 공짜로 소비해왔다. TV를 켜면 드라마와 예능을 그냥 볼 수 있고, 신문 기사들도 포털 등 온라인을 통해 접한다. 더 나아가 2500원의 수신료와 채 1000원이 되지 않는 신문값도 아까워할 만큼 ‘콘텐츠=공짜’ 인식이 굳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치 있는 콘텐츠에 스스로 금액을 매기는 새로운 소비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콘텐츠를 소비하고 자신이 느낀 만큼의 가치를 금액으로 지불하거나, 퀄리티 있는 콘텐츠를 손에 얻기 위해 그 생산 과정에 비용을 과감히 지원한다.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정보를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치 있다고 판단되는 콘텐츠를 응원하고 생산에 참여, 소비하는 행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이디어가 좋거나 유용해 보이는데 투자가 부족해 실현되지 않던 제품들이 크라우드펀딩을 받는 시스템이 콘텐츠 생태계로 옮겨 온 것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포털·TV서 이는 새바람

우선 눈에 띈 것이 사람들이 무료로 콘텐츠를 소비하던 포털사이트와 방송의 새로운 시도이다.

카카오의 콘텐츠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스토리펀딩은 세상에 없던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펀딩을 받을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춘 오픈 플랫폼이다. 취재비용이 필요한 언론인이나 출판·제작비용이 소요되는 창작자 등이 자신의 콘텐츠 생산과정과 결과물을 소개하고 이를 본 이용자들이 콘텐츠에 적절한 가격을 매겨 후원하는 방식이다.

▲ ‘재심전문’이라는 별명이 붙은 박준영 변호사의 스토리펀딩 페이지.

스토리펀딩 관계자는 “포털에서 하루에도 수만개의 콘텐츠가 생산·유통되는데 그 중 가치 있는 콘텐츠가 묻히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었다”며 “이런 콘텐츠들을 독자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독자 스스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만든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포털과 함께 무료 콘텐츠로 인식되는 전통적 미디어인 방송을 통해서도 비슷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JTBC의 ‘말하는대로’는 말로 하는 버스킹이라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특히 강연 이후 청중들의 모금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음악 버스킹의 요소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정효민 PD는 “들을 만한, 생각해 볼만한 말들을 나누는 것이 필요한 시대에 용기 있게 말할 거리를 들고 거리로 나가는 버스커들이 주목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며 “모금이 용기를 내 이야기를 한 버스커에게도, 말을 나눈 시민들에게도 작은 즐거움이 될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온리원 콘텐츠라면 유료도 OK!

이러한 변화 흐름에 대해 윤지영 오가닉 미디어랩 대표는 “과거 정보 생산자가 제한되던 환경에서는 그들이 어느 정도 필터의 역할을 해줬지만 지금은 끊임없이 생산되는 엄청난 양의 정보 속에서 결국은 볼만한 콘텐츠를 걸러내는 것은 소비자들의 몫이 됐다”며 “결국 유료로 소비할 만큼 가치 있고 유니크한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드러나며 ‘온리원 콘텐츠’가 생태계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함께 나누면 좋을 이야깃거리나 고민해볼만한 사회적 담론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과 더불어 한 편에선 지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유료 콘텐츠가 대두된다.

퍼블리(Publy)는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시간·금전 제약으로 직접 갈 수 없는 해외 컨퍼런스 현장을 펀딩을 받은 필진이 다녀와 보고서로 정리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예를 들어 2016 칸 국제광고제 프로젝트의 경우 수상작 리뷰, 세션 요약, 인터뷰, 현장 스케치 등을 보고서에 생생하게 담아냈다. 이를 위해 1000만원을 목표로 진행된 펀딩은 498명이 참여해 144%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 사전 펀딩을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퍼블리.

박소령 퍼블리 대표는 “웹툰, 웹소설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시장은 이미 소비자가 직접 돈을 지불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며 “돈을 내면 내게 돌아오는 기대치가 분명 다르다는 것을 이용자들이 알고 있다”고 말한다.

이어 “엔터테인먼트와 반대되는 인텔랙츄얼 콘텐츠(intellectual contents) 시장의 경우 지난 10년간 무료 콘텐츠가 범람하며 피로도를 느끼게 된 것”이라며 “쓸데 없는 콘텐츠에 시간을 버리기 보다 유료이더라도 정제된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가닉 미디어랩 비즈니스 스쿨과 ㅍㅍㅅㅅ의 어벤져스쿨, 미디어오늘의 컨퍼런스 등 미디어 속에서 시도되고 있는 교육 콘텐츠 역시 같은 선상에서 살펴볼 수 있다. 콘텐츠 생산자는 기본적으로 정제된 콘텐츠를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더 구체적인 정보와 더 높은 가치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유료 세미나 형식을 통해 좀 더 깊이 있는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윤지영 대표는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나 조직이 한정 없이 계속 유니크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세미나라는 형식을 통해 사람들이 참여하고 가치를 나누는 과정에서 또 다시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지식 자원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 주고 보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하지만 콘텐츠 소비자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생태계에서 생명력을 지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들 실험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을까?

▲ ‘말하는대로’의 강연을 듣고 자발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모습.

우선 ‘말하는대로’의 16회 방송까지 누적 모금액은 133만3000원이다. 한 사람의 청중이 1000원씩 기부를 하는 형식으로 회당 약 80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큰 금액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진행되는 강연에 오다가다 들른 사람 가운데 100여명이 이 이야기를 가치 있다고 평가했다는 의미가 된다. 게다가 회차가 진행될수록 모금액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도 고무적이다.

이에 대해 정효민 PD는 “프로그램을 알아보는 이들이 늘어나며 ‘말하는대로’의 버스킹 룰을 알고 적극적으로 기부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다”며 “서로 소통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소통의 시작, 절반의 성공?

스토리펀딩의 경우 2014년 9월 뉴스펀딩으로 오픈한 이후 1800명의 창작자와 함께 26만명이 넘는 후원자들이 동참, 누적 후원금 83억을 돌파하며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무료로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임에 불구하고 1회 평균 3만원의 후원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 그 규모와 횟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변화가 시작된 것이라 보고 있다.

이에 스토리펀딩은 콘텐츠를 응원할 수 있는 ‘하트펀딩’, 후원을 해야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독점 콘텐츠 펀딩’ 등을 새롭게 오픈했으며, 1회성 후원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창작자를 후원할 수 있는 ‘정기 후원’ 등을 통해 콘텐츠를 통해 이룰 수 있는 동반성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퍼블리는 지난 1월말 베타 서비스를 시작해 1년간 30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통해 1억9000만원 가량의 누적 펀딩에 성공했다. 박소령 대표는 “고급 한국어 콘텐츠를 돈을 내고 보려는 이들이 시장이 있다는 잠재력을 발견했다”며 “그 동안 없던 이 콘텐츠 시장에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또 만들어진 콘텐츠가 유통되고 수익이 저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실험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세미나를 통해 깊이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오가닉 미디어랩 비즈니스 스쿨’.

이러한 콘텐츠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윤지영 대표는 “대중들이 콘텐츠의 기획 과정에서부터 참여해 제작과 유통을 함께 공유하고 또 오프라인에서 다시 만나서 같이 소비하고 나누는 일종의 작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라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 콘텐츠를 간접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정보는 공짜라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또 그 경쟁 속에서 돈을 주고 소비할만한 정제되고 유니크한 가치를 지닌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 역시 점차 어려워 질 것”이라며 두 가지 현상이 대립을 이루면서도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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