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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언제까지 ‘기레기’ 소리 들어야 하나표류하는 방송법 개정안…지배구조 개선, 지금이 적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이 표류하고 있다. 작년 7월, 야3당 162명이 발의했던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등 4개 법안 개정안이다. 방송법은 KBS, 방송문화진흥회법은 MBC,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EBS의 이사 선출과 이사회 구성의 근거법이고, 방통위법은 이 모두와 관련이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참가자가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개정안은 여야 7대 4 구조로 되어있는 KBS 이사회, 여야 6대 3의 방문진 이사회, 여야 7대 2의 EBS 이사회의 이사 수를 모두 13명으로 늘리고, 여야 7대 6 구조로 법에 명문화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특별다수제와 사장추천위원회를 도입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평균으로 보면 여야 20대 9였던 구도가 21대 18로 격차가 줄어들어 정부여당 편향성이 어느 정도 개선되는 셈이다. 사장을 선임할 때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특별다수제와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한 사장추천위원회 도입도 정부여당 입김에 휘둘리지 않는 지배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다.

공영방송의 이사회는 KBS와 MBC, EBS 등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책임지는 최고의사결정기구다. 방송의 독립성과 이를 위한 편성·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존재 이유다. 그러나 현행 이사 선출과 이사회 구성방식으로는 이런 가치를 구현할 수 없다는 점을 여야 정치권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이사들이 정당의 추천으로 낙점되고 여당 추천 이사가 과반수를 넘어, 방송이 정부 여당에 휘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KBS 이사진 11명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9명과 교육방송 이사진 9명은 방통위가 임명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야 정당이 각각 7대 4, 6대 3, 7대 2 비율로 이사를 추천하고 방통위는 이를 수렴만 할 뿐이다. 이사를 추천하거나 임명하는 방통위원 5명도 여야 3대 2 구조다. 그리고 이사회는 재적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여야 정당이 이런 비율로 공영방송 이사회를 추천하는 방식은 법적 근거가 없다. 관련 법에는 이사회 구성 인원만 명시돼 있을 뿐 여야 정당이 추천한다는 규정은 없는 것이다. 공영방송 이사회가 이렇게 편법으로 운영되는 것은 방송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고 싶어하는 정치권의 담합이 근본 배경이다.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가 공영방송의 사장을 선출한다. KBS 사장은 KBS 이사회가 제청하고 국회 공청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MBC 사장은 방문진이사회가 제청하고 방통위원장이 임명한다. EBS 사장은 방통위원장이 방통위의 동의를 구해 임명한다. ‘방통위-이사회-사장’으로 이어지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정부여당 편향성이 심각할 수밖에 없도록 구조화돼 있다.

편파·침묵·과장·왜곡 보도의 근본배경

이 때문에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할 때마다 청와대 낙점설이 끊임없이 떠돌았다. 청와대가 특정 인사를 낙점하면 다수를 차지한 여당 이사들은 일사분란하게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임명된 사장은 방송사 내부 간부진을 정부여당 편향적 인사로 구성한다. 공영방송이 편파, 왜곡, 과장, 축소, 물타기 등등의 보도로 위기를 겪고 있는 근본적 배경이자 맥락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에서 KBS와 MBC는 침묵·외면·물타기 보도로 일관했다. KBS와 MBC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바닥을 모를 정도로 추락했다. 기자들은 성난 민심의 항의로 숨어서 보도해야 했다. 그 틈을 민영상업방송 JTBC가 메워주고 있다. 한국언론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JTBC는 신뢰성, 공정성, 유용성 3개 부문에서 모두 부동의 1위를 차지했고, KBS와 MBC는 8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개정안은 KBS 보도국장과 이정현 홍보수석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낙하산 사장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 2012년 공정방송 파업 이후 해고, 기자·프로듀서들의 비제작부서 무더기 전보, 시용기자 대체 등을 통해 보도국의 대부분이 물갈이 된 MBC는 특히 심각하다. 메인 뉴스 시청률이 2%대까지 추락했다. 메인 뉴스를 차라리 폐지하자는 자조적인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MBC를 회복불능 상태로 몰고간 현 사장은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작년 7월 야3당 162명이 대규모로 참여한 개정안 발의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박대출 새누리당 간사는 개정안을 “야당은 ‘권력의 방송장악방지법’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야당과 노조의 방송장악법’이라고 규정한다’면서 관련법 논의를 거부해 왔다.

국회 미방위는 여당 9명, 야당 15명으로 구성돼 야당 의원들이 더 많지만 법안소위가 여야 동수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반대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3월 MBC 사장 선임 국면까지 현행법을 유지하는 쪽으로 버티고 있다. 작년 7월 이후 현재까지 겨우 물꼬를 튼 것이 1월 중 개정안 공청회를 연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발의 전 야권과 언론시민단체 논의 과정에서 통과를 염두에 둔 나머지 여당에 너무 양보한 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별다수제가 안전판 역할을 어느 정도 하겠지만 정부여당에 유리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추락, 이대로는 안된다

개정안은 이사회의 국민대표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현행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방식은 국민의 대표성을 담보하기 위해 원내 교섭단체 의석수 비율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당의 분열이라는 최근의 정치지형 변화로 집권 여당의 의석수는 전체 의석수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7대 6 구조는 여당 지지 민의가 과다대표되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야당이 이미 많이 양보한 모양새이므로 여당도 한발 양보해야 한다. 새누리당도 정권이 교체될 경우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정치권이 과다하게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개입해 공영방송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낙하산 사장 임명 방식이 공영방송을 망치고 있는 원흉이다.

공영방송은 국민들의 삶과 여론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여당편향적인 사장 선임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 어느 정도 대세 흐름은 있지만, 여야 공히 현재로서는 대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이런 기회에 여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협조해야 한다.

   
이상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특별분과 위원
전 <KBS스페셜> CP

*이 글은 논객닷컴에 게재된 것입니다. 

이상요  leesy5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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