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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의 20세기 PI[기자토크] 전략적 대권행보가 ‘1일 1개그’로…올드함 벗어야

[더피알=강미혜 기자] 대권후보로 꼽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일주일 만에 ‘구설의 아이콘’이 돼버렸다. 그의 행보마다 따라붙는 각종 실검 이슈는 본격적인 인물 검증을 하기도 전에 반 전 총장의 이미지를 깎아먹고 있다. 높은 관심의 방증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의도적 노이즈’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 빈도가 너무 잦다는 데 있다.

   
▲ 반기문 전 총장이 18일 화재피해를 입은 대구 서문시장에 도착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반 전 총장을 둘러싼 논란은 귀국 직후부터 불거졌다. 공항철도 승차권 자동발매기에 만원짜리 지폐 두 장을 한꺼번에 우겨넣은 것이나 생수를 사면서 프랑스산 에비앙을 집었다가 국내 브랜드로 바꾸는 해프닝은 ‘서민 코스프레’라는 비아냥을 낳았다. 또 현충원 방문시엔 방명록과 흰 장갑 사이에 놓인 핫팩으로 ‘의전 과도’란 쓴소리를 들었다.

정점은 반 전 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 방문에서였다. 마스크도 쓰지 않고 AI(조류인플루엔자) 방역시연을 해 ‘소독쇼’ 비판이 일었고,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를 찾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미음을 떠먹여드리는 과정에서 반 전 총장이 턱받이를 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꽃동네 측의 요청에 따른 복장이었음이 밝혀졌지만 ‘반기문 턱받이’로 이미 명성(?)을 떨칠대로 떨친 뒤였다.

여기에 선친 묘소를 참배하는 영상이 뒤늦게 ‘퇴주잔 논란’으로 튀며 다시 한 번 온라인을 달궜다. 묘소 인근에 뿌려야 할 퇴주잔을 마셨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인데, 마을 관습에 따라 제례 후 음복한 것이라는 반 전 총장 측 해명에도 앞서 제기된 크고 작은 논란들 탓에 여론은 사실관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사소한 해프닝으로 묻힐 수 있는 일들이 번번이 논란으로 번지게 되는 것은 ‘빼박 컷’ 때문이다. 매번 사진 한 장이 구설의 빌미가 됐다. 카메라를 불러 모은 전략적 대권행보가 의도치 않게 ‘1일 1개그’의 소재를 던져주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서 반 전 총장 측의 ‘무리수 홍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반 전 총장의 민생행보 과정에서 구설에 오른 장면들. 뉴시스

10년간 해외에서 머문 반 전 총장이 국내 사정이나 정서에 어두운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또 고위공직자였던 만큼 자잘한 일들은 대부분 수행비서가 맡아서 처리했을 터이다. 한국생활에 서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귀국과 동시에 전국을 누비며 몸에 익지 않은 행동들을 억지로 하다 보니 자꾸 엇박자를 내고 결국 우스운 꼴이 돼버리는 것이다.  

더욱이 반 전 총장의 민생행보도 선거철만 되면 숱하게 봐왔던 정치인들의 ‘서민체험’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전 국민이 미디어가 되는 21세기에 다분히 언론사 카메라를 의식한 20세기식 PI(President Identity)에 열중하는 듯한 모습이다.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귀국 일성으로 내건 것에 비해 정치인으로서의 이같은 PR방식은 구태의연하다.

PI는 리더의 개인 브랜드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단순히 좋은 이미지를 넘어 아젠다와 메시지에 부합하는 정돈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 일주일 간 ‘정치인 반기문’의 PI 작업은 여러 면에서 물음표를 남긴다. 말과 행동에서 준비되지 않은 느낌을 강하게 준다. 무엇보다 올드(old)하다.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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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PI#민생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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