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_브랜딩1
#직업으로서의_브랜딩1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7.01.20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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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1+1] 익숙하면서도 다른 결과물을 위한 여정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정지원] 지난 런던 출장 일정표를 보던 지인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일단 10일 일정에 100여개 사이트 방문이라니 이런 고된 일정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반면 좋은 것 먹고, 핫한 장소에 가보고, 특이한 곳에서 묵어보는 이런 팔자 좋은 출장이 다 있냐는 상반된 반응이 교차됐다.

그가 느끼기에 ‘브랜딩’이라는 직업은 좀 특이하고 상대적으로 자유롭긴 하지만 굉장히 고단하고 머리 아픈 직업인 듯했다. 20여 년 간 지속해온 이 자유롭고도 고단한 직업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기로 했다.

브랜딩을 직업으로 한다고 했을 때 여러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기업에서 브랜드 매니저로서 브랜드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업무, 브랜드를 전문적으로 컨설팅하는 업무, 크고 작게 자기 사업을 하면서 자기 브랜드를 육성하는 업무 등 말이다.

관통 혹은 고통

20여년간 지속적으로 브랜딩 전문회사에서 컨설팅만을 해온 필자의 입장에서 브랜딩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면 브랜딩은 ‘관통(貫通)’이다. 브랜딩은 본질적으로 핵심을 꿰뚫어야 하는 일이다. 고객의 니즈를, 카테고리의 본질을, 복잡한 경쟁상황을, 그리고 무엇보다 최고 의사결정자의 마음을 꿰뚫어야 한다.

사전에서 정의하는 관통의 의미는 ‘꿰뚫어서 통합,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함’이다. 이 점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 브랜딩을 왜 하는가?’하는 목표에서부터 고객들과 만나게 되는 최종 아웃풋(output)에 이르기까지의 맥락을 제대로 잡고 가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타래처럼 복잡하던 프로젝트를 풀어가다 보면 핵심을 꿰뚫는 맥락을 만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만나려고 여러 책들을 뒤적이고 사람들을 만나고 미친 사람처럼 낯선 도시를 샅샅이 뒤지고 다니나 싶기도 하다. 기계로 생각을 뽑아내는 것이 아니기에 본질까지 다다르기 위한 여러 장치와 나름의 의식 절차가 한두 개씩은 있을 수밖에 없다. 광고 회사 임원이었던 분이 책방을 오픈하면서 ‘생각의 힘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으로 큐레이션을 하고 싶었다’는 인터뷰 내용은 브랜딩하는 사람들에겐 적잖이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사람에 대한 총체적 이해

브랜딩을 고려한다면 ‘사람’에 대한 총체적인 고려가 우선이다. 기온과 강수량, 주변의 건축재료가 건축의 기본조건을 만들 듯 브랜드도 브랜드를 둘러싼 환경이 최우선 고려요소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브랜딩의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는 다름 아닌 사람이다. 흔히 고객이니 타깃이니 등의 용어로 표현하지만 실상 사람이 오히려 정확하다.

▲ 브랜딩의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는 다름 아닌 사람이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목적으로 이 브랜드를 경험하고 사용하게 될지에 대한 이해와 설계를 통해 그 사람들의 인식 속 가장 좋은 자리로 들어가는 것, 이것이 좋은 브랜딩의 전부이다. 이 관점에서의 맥락을 놓친 브랜딩은 기계적인 치장에 불과한 것이 된다. 브랜딩이 사람에 관한 일이라는 점은 ‘커뮤니케이션’을 전제 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박과 쪽박을 가르는 기준은 언제나 커뮤니케이션이다. 실제로 브랜드를 사용할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브랜드네임은 커뮤니케이션에서의 낭비가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보고 느끼고 사용할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은 결국 존재감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브랜드 매니저의 손으로 창조해낸 언어나 디자인 등을 통한 브랜드의 콘셉트나 경험설계는 즉각적으로 고객에게 영향을 주는 것들이다. 아주 미묘한 방식이라 사람들은 느끼지도 못한 채 브랜드가 의도한 대로 느끼고 행동하게 된다. 브랜드가 제안하는 프레이밍을 통해 사람들의 판단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게 되는 것이다. 브랜드가 사람에게, 사람이 브랜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 브랜딩이 사람에 대한 일인 이유다.

두려움 없는 수용, 철저한 나사 조임

재즈를 좋아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쓰는 방식에 있어서도 재즈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재즈업계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유행할 때마다 늘 선두에 서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간 마일스 데이비스는 하루키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뮤지션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키가 마일스 데이비스에게 배우고 싶었던 점은 ‘새로운 것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는 다이내믹함과 그 후의 철저한 나사조임’ 그 두 가지였다고 한다. 1년 전 읽은 하루 키의 책에서 이 표현을 발견하곤 필자는 굵은 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직업이며 익숙하면서도 뭔가 다른 결과물을 내야만 하는 직업이 브랜딩이라는 업(業)이다. 새로움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후의 나사조임’이다. 단순히 새로운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새로운 것이 필요한지, 얼마만큼의 새로움이 필요한지를 철저히 짚어내지 못하면 제 아무리 새로운 것이라도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20년을 지속하면서 필자가 느끼는 직업으로서의 브랜딩은 ‘보다 더 괜찮은 자신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그대로 자양분으로 남는 직업’, ‘자신의 취향과 경험에 확신을 갖게 되면 될수록 더 고수가 되는 직업’이라는 점이다. 두려움 없이 새로움을 받아 들여야 할 이유, 그리고 철저하게 나사를 조여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정지원
제이앤브랜드(J&brand) 대표이사

정교한 맥락과 매력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아내느라 골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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