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인트라넷 ‘와글와글’ 인기 짱!
효성그룹 인트라넷 ‘와글와글’ 인기 짱!
  • 강주영 기자 (kjyoung@the-pr.co.kr)
  • 승인 2011.01.0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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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누구나 필명으로 ‘오픈 커뮤니케이션’

효성그룹 소통법이 확 바뀌었다. 합병 부작용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을 개시하고 나서부터다. 작전명은 ‘오픈 커뮤니케이션’. 효성은 2005년 이후 M&A와 투자, 글로벌 사이트 확대 등으로 사세를 확장시켰지만,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직원들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고민에 휩싸였다.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2007년 들어 사내 결속력을 다지는 데 힘을 쏟기 시작해 현재 사내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기업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홍보팀이 있었다. 홍보팀원들이 오픈 커뮤니케이션 작전에 전격 투입돼 전 직원이 하나 되는 데 불쏘시개 역할을 도맡았던 것. 효성의 ‘오픈 커뮤니케이션’ 성공 비결을 취재했다.

강주영 기자 kjyoung@the-pr.co.kr
 

2007년. 전년대비 매출 2조400억원(5조9000억→7조1300억) 증가, 영업이익 2380억원(2100억→4480억) 성장. 효성그룹 얘기다. 효성은 2005년 이후 합병, 투자, 해외진출 등 갖가지 사업을 빠르게 전개해 짧은 기간 동안 덩치를 크게 불리고 높은 실적을 올렸다. 문제는 겉으로 드러난 실적과 속사정이 조금 달랐다는 점. 사세확장 이면에는 사내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는 말썽거리가 숨어 있었다. 효성은 그룹 내 각 사업장마다 개성이 다르고 개별조직의 특성이 뚜렷해 전사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기업문화가 보수적이고 남성적이었던 탓에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의사표현하길 꺼려했으며 회사 이슈에 대해서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메시지는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만 전달돼 경영진이 사원들의 목소리를 들을 방법이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는 홍보팀도 매너리즘에 빠져 기존에 주어진 업무에만 충실할 뿐 새로운 시도를 꺼리는 현상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홍보팀 주도 기업문화 대대적 진단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효성은 2007년 당시 경영컨설팅회사 KMAC으로부터 기업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진단을 받기로 결정,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진단 결과 직원들의 주인의식 부족, 업무 중심의 딱딱한 분위기, 커뮤니케이션 자세 결여 등이 지적됐는데, 이는 직원들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효성은 당장 뜯어고치기로 결심했다. 이 작업에 홍보팀이 나섰다. 홍보팀원들은 사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기존 사보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사내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세운 뒤 그 성과를 자체적으로 측정하기 시작했다.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직원들이 경영진의 메시지를 지루하거나 딱딱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메시지를 재구성하는 일도 홍보팀이 신경 쓴 업무 중 하나.

홍보팀은 사내 자유로운 토론문화를 형성하려는 목적으로 인트라넷 게시판에 ‘와글와글’이란 이름을 붙이고 직원들이 이곳에서 부담없이 떠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게시판 등에 올라온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으며 인사팀, 교육팀, 혁신팀 등 다른 부서원들과 함께 일하며 홍보의 범위를 넓혔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꿔보겠다고 조바심을 내기보다 한걸음씩 나아가자는 각오로 소통 방식에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갔다.

지금 돌이켜보면 변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와글와글의 효과가 컸다. 홍보팀은 사보와 이메일 뉴스레터, CEO레터 등을 꾸준히 발행하면서 효성인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와글와글이란 캐주얼한 이야기 공간에 직원들이 필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게 했다. 필명게시판 외에도 경영메시지 코너 등을 인트라넷에서 운영하며 회사 목표를 모두 공유하도록 만들었다. ‘열린 마음’으로 ‘열린 소통’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 와글와글에서는 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회사에 대한 건의사항부터 업무와 관련된 여러 질문, 개인적인 고민거리까지 그 내용도 다양하다. 거의 전 직원이 와글와글 속 대화에 참여할 정도로 와글와글의 인기는 정말 대단하다.

 

 

사업장마다 ‘커뮤니케이터’ 활약

와글와글은 모든 직원에게 활짝 열려 있는 오픈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다. 글이 필명으로 게재되기 때문에 누가 글을 올렸는지 알 길이 없어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직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곳에서 댓글이 달리지 않은 글은 찾아볼 수 없으며 화제가 되는 게시글의 경우 클릭수가 만 건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와글와글과 함께 효성의 소통을 이끄는 또 하나. 바로 ‘혁돌이(혁신돌이)’란 효성의 마스코트다. 효성은 ‘혁신’을 위해 ‘하이맨’이란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고 하이맨에 혁돌이란 별명을 붙였다.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 아닌데도 대리직급에 따뜻하고 성실한 이미지를 가졌다는 점이 재미있다. 효성인들에게 뜨거운 사랑과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혁돌이는 와글와글의 운영자이자 관리자로 활동하며 매월 혁신레터와 혁신카툰, 캠페인 등을 주관한다.

효성은 또 각 사업장 별로 커뮤니케이터를 임명해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현장 소식을 다른 직원들에게 알리는 일을 맡겼다. 커뮤니케이터로 인해 멀리 떨어진 사업장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으며 다른 사업장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도 커지게 됐다. CEO레터가 5개 국어로 번역돼 전 세계 사업장에 동시에 전달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도 혁신적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효성은 홍보팀을 중심으로 기업문화를 확고히 다질 기업가치 체계인 ‘효성웨이(Hyosung Way)’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직원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리드할 체계를 갖추고 일관된 경영방침과 공유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경영진의 메시지가 직원들에게 잘 전달됐는지 알아보려고 메시지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등 객관적인 측정방법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성과를 지표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홍보조직이 개편됐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기업문화팀과 대외홍보팀, 광고제작팀 등 3개 팀으로 나눠졌던 홍보팀이 기업문화와 광고제작팀이 합쳐져 커뮤니케이션팀으로 재탄생했고 대외홍보팀이 미디어홍보팀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커뮤니케이션팀에 홍보 담당 상무를 포함해 9명, 미디어홍보팀에 홍보팀장을 포함해 6명의 인력이 포진해 있다. 이 같은 조직개편은 효성이 사내 홍보를 미디어 홍보 이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Interview 임지영 효성그룹 지원본부 커뮤니케이션팀 부장

“무엇이든 막힘없이 소통”

“주저하지 말고 끊임없이 얘기하세요. 오픈 커뮤니케이션의 주체는 바로 우리니까요.”

1996년 효성그룹에 입사해 지금까지 홍보 관련 업무만 맡아온 임지영 효성그룹 지원본부 커뮤니케이션팀 부장. 홍보경력 14년차 베테랑이자 효성 사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전면 수정하는 작업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임 부장은 회사가 추구하는 ‘오픈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직원들에게 ‘무엇이든 얘기할 것’을 당부했으며, 경영진에게는 ‘듣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말할 것’, 홍보팀원들에게는 ‘메시지는 팔릴 수 있게 가공할 것’을 조언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며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누구에게나 막힘없이 전달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

임 부장은 ‘오픈’을 강조하는 사람답게 효성그룹이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면서부터 홍보팀 분위기가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예전엔 홍보팀이 다른 부서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해 팀의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다”면서 “오픈 커뮤니케이션으로 기업문화가 바뀌면서 팀원들이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감도 커졌다. 이젠 어떤 일이 닥치면 ‘그걸 해서 뭐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일단 한번 해보자’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밝혔다. 홍보팀원들은 물론,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다른 부서 사원이라도 자신의 의사를 자신 있고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바로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힘이다. 소통의 원동력을 일으킨 홍보팀원들은 기업문화가 개방적으로 변해 갈수록 더 크게 욕심냈다. 더 공부해 더 바꿔보고 싶어 일주일에 한 번씩 독서토론회를 여는 등 배움에 열을 올렸다. 그 열의는 지금까지도 식을 줄 모른다. “책속에 길이 있다고 하잖아요. 홍보팀원들은 매주 기업문화와 관련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요. 독서토론회에 참석하지 않거나 발표 준비를 안 해올 경우 벌금을 냅니다. 꼭 책이 아니더라도 연구기관에서 내놓은 자료를 함께 나눠 읽으면서 지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팀원들의 노력 끝에 사내에 홍보팀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다.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회사 발전과 사내 단합을 위해계속 고민하겠다는 게 홍보팀의 입장. “홍보팀이 경영진과 다른 직원들로부터 더 사랑받고 인정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2011년부터는 컨설턴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보려 합니다. 단순히 업무를 보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영에 도움 되는 액션을 취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홍보팀에 더 많이 얘기하고 더 많은 피드백을 주세요. 효성웨이를 함께 만들어가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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