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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_브랜딩+1[브랜드텔링 1+1] 정보검색사의 길 걷지 않으려면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직업으로서의_브랜딩1에 이어..

[더피알=원충렬]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매번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회초년생 때다. 이미 국내에서도 한 세대가 넘어간 직종이건만, 여전히 가족과 지인들에게 생소한 브랜딩이란 업은 부가적인 질문을 요구했다.

그나마 그땐 질문에 답하며 내적 고민은 적었다. 스스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자각이 선명한 편이었다. 요즘은 고충의 양상이 다르다. 나 자신이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에 시원명쾌한 설명을 주저하게 됐다.

   

당신과 나는 다르다

가장 큰 원인은, 브랜딩이란 업이 어느덧 너무나 보편화된 것에 있다.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막 외치기 시작했던 시절에 비해, 지금은 이 단어에서 생소함을 느끼는 기업인이나 직장인이 드물다. 브랜딩에 대한 교육 기회나 콘텐츠도 많고, 유명한 책 몇 권쯤은 다들 교양서 수준으로 독파했다. 그로 인해 비롯된 현상이 있는데, 브랜딩에 대해 자기화된 이미지와 해석이 각자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협업 상황에서의 브랜딩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상대방과 종종 소통 오류가 생긴다. 결국 물어보게 된다. 당신이 생각하는 브랜딩은 무엇이고, 당신은 어떤 브랜딩을 하고자 하느냐

누군가는 브랜드를 새로 만드는 일을 브랜딩이라고 한다. 콘셉트를 만드는 것, 브랜드 네임을 만드는 것, 혹은 로고 디자인을 만드는 것 모두 포함된다. 다른 누군가는 브랜드의 대고객 커뮤니케이션을 브랜딩이라고 한다. 론칭 캠페인을 전개하거나, 브랜드 프로모션을 하고, 그에 맞는 카피나 콘텐츠를 만드는 일련의 활동 말이다.

또 누군가는 브랜드를 관리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걸 브랜딩이라고 한다. 포지셔닝을 정하고, 타깃이나 마켓 세그멘테이션(시장 세분화)을 통한 기본 전략을 수립하고, 가이드나 매뉴얼을 정립하고. 그렇다. 이 또한 모두 브랜딩에 포함된다.

그런 모든 업무들은 때로 더욱 세분화되고, 다른 분야와 결합되며, 그에 따라 새롭고 멋진 용어도 수시로 탄생한다. 그 사이 실제로 내 주위엔 브랜딩 좀 해봤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고, 그로 인해 나는 새로 알게 된 누군가가 자신을 브랜딩 전문가라고 소개하면 그 소개만으로는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더불어 누군가가 나에게 브랜딩 전문가냐고 물어보면 두세 호흡 망설이게 된다.

   
▲ 정보검색사 자격증. 이제는 어느덧 업으로써의 의미가 사라졌다.

1998년 노동부에서 발행한 직종코드집에는 헤드헌터나 행사도우미 같은 새로운 직업이 코드를 부여받았다. 이때 함께 등재된 직업이 정보검색사다. (이 직업을 알면 최소 ‘아재’다) 지금은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정보를 검색하는 세상인지라 행위로서는 존재하지만, 업으로서는 독자적 존재 의미가 소멸됐다.

브랜딩이란 업도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내밀한 두려움마저 생긴다. 너무나 광범위한 범주에서 모두가 브랜딩을 한다고 말하는 사이 안개처럼 그 존재가 희미해지다가 투명한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지는 않을지 걱정하게 된다.

물론 일만 시간의 법칙(한 가지 일을 1만 시간 넘게 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이론)에서 이탈해버린 정보검색사와 비교할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척도에서 나의 전문성을 성장시켜왔다고 할 수 있을까. 직업으로서의 브랜딩은, 전문가로서 인정될 고유한 영역에서의 브랜딩은, 도대체 무엇을 통해 변별력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일까.

호모고민쿠스

아주 사사로운 관점에서, 나는 브랜딩이란 일을 이렇게 정의한다. ‘브랜딩은 고민하는 일’

이건 멋 부리려는 말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선문답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진실로 저 행위가 나의 일이라고 생각 하고, 저 과정이 나에 대한 연봉이나 컨설팅 비용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유로든 고민을 덜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결과와 상관없이 일을 잘 못했다고 느끼고, 스스로 충족되는 순간은 끝이 없을 것 같던 고민의 밑바닥에서 맑은 무엇인가를 길어냈을 때이다. 실제로 일만 시간의 경험 이후 고민에 더 능숙해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정의가 역시나 사사로운 이유는, 대체로 타인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기 어려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브랜딩이란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려는 이들이나 막 입문한 주니어들에겐 아무런 지침이나 감흥을 주지 못하는 말일 것이다.

나에게 일을 주는 사람이 들어도 신뢰나 납득의 기준이 되기 어렵다. 그게 뭐? 고민한 다고 전문가라니. 어떻게 하라고? 고민 안하는 일도 있나? 이렇게 되물어도 딱히 대꾸할 말이 없다. 그래도 나의 선배들이나 비슷한 경험치를 가진 동료들만큼은 이런 나의 사적 직업관이 별다른 설명 없이도 충분히 공감될 거라 믿는다.

   

브랜딩이란 작업은 단순한 정의에서부터(설령 그것끼리 서로 다를 지라도) 몇 권의 책으로까지(설령 그것들이 결 국 똑같은 얘기일지라도) 아주 다양한 방식과 표현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 일을 하는 사람들도 각자의 전문 영역이 조금씩 다르고 관점과 목표도 다르다. 하지만 완성도 이건 일관성이건 새로움이건 자기다움이건, 그 마지막 결과를 좌우하는 시발점은 오직 브랜드에 대한 열띤 고민에서 비롯된다.

전체를 포괄해 파악하고 앞뒤 맥락을 연결하고, 애초의 목적을 실행의 순간까지 놓치지 않는 것. 게다 가 그 과정이 결코 서툴지 않고 마침내 결과물마저 완벽하게 도출해낼 수 있다는 것.

이 어지간해서는 쉽지 않은 일은 반드시 탄탄한 고민의 바닥(floor)에서 가능하며, 그 반복된 고민의 경험들이 층위를 쌓으며 더 예민한 직관력과 통찰력을 통해 마침내 프로고민러가, 아니 브랜딩 전문가가 탄생한다.

라틴어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는 ‘신의 기계적 출현’을 뜻한다.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극의 사건 진행 과정이 도저히 해결될 수 없을 정도로 뒤틀어졌을 무렵, 무대의 꼭대기에서 기계 장치를 타고 내려온 신에 의해 일시에 사건이 해결되는 기법을 말한다.

가끔 브랜딩 전문가에게 이런 만능 해결사의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그렇게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도 있긴 하다) 하지만 앞뒤 맥락을 충분히 살피지도 않고 일시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은 대체로 인간의 모습으로 강림한 신이거나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내가 아는 정말 제대로 된 브랜딩 전문가들은 고민해야 할 포인트를 빠르게 파악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을 유연하게 전개하고, 고민의 과정과 결과를 알기 쉽게 공유함으로써 마침내 문제를 해결한다. 깊이 있는 호모 고민쿠스가 되는 것이 브랜딩을 업으로 삼고 전문가로 성장하고자 하는 이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종특(종족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브랜딩이란 일을, 공식적으로 ‘고민하는 일입니다’고 소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야 앞으로 먹고 살 길이 요원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그게 실제로 내가 하고 있는 일이란 건 스스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하여 직업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계속된다.

   

 

원충열

브랜드메이저, 네이버,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등의 회사를 거치며 10년 넘게 브랜드에 대한 고민만 계속하고 있음.

원충렬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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