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 콘텐츠’ 부르는 마케팅 소스
‘DIY 콘텐츠’ 부르는 마케팅 소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7.01.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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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 광고, 이벤트 등 오픈해 참여·재미 유발

[더피알=문용필 기자] 기업(브랜드) 콘텐츠를 개방해 소비자들이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일명 ‘오픈소스 마케팅’은 자발적 참여로 바이럴 효과를 높이는 장점이 있다. 

국내 기업들이 가장 많이 제공하는 오픈소스는 다름 아닌 ‘폰트’다. 자신들이 개발한 폰트를 무료 개방하는 것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상업적 목적에 제약을 두기도 하지만 타 기업에서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는 케이스도 상당수다. ▷관련기사: 마케팅을 위한 오픈소스 솔루션

폰트 마케팅의 대표주자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이다. ‘한나체’를 비롯해 총 3개의 폰트를 제공한다. 소셜커머스 티몬 역시 폰트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7월 자사 캠페인을 위해 제작한 ‘몬소리체’를 무료 배포한 것. 숙박전문앱 야놀자가 지난해 선보인 ‘야체’ 역시 비슷한 케이스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배달의민족 '한나체', 야놀자 '야체', 티몬 '몬소리체'. 출처: 각사 페이지

폰트 마케팅은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사용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특히, 우아한형제들이나 티몬처럼 옥외광고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친숙해진 폰트라면 효과는 배가된다. 최재봉 대표는 “폰트에는 보통 회사의 이미지를 매칭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많이 사용할수록 해당 기업의 이미지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 전라남도의 '푸른전남체'와 고양시의 '고양체'.

비단 기업들만 폰트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일보는 자사 전용폰트인 ‘세계하나체’를 홈페이지 상에서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신문의 고유성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신문사에서 쓸 수는 없다.

지자체들도 폰트 배포에 가세했다. 전라남도의 ‘푸른전남체’, 충남 아산시의 ‘이순신체’, 경기 고양시의 ‘고양체’ 등이 있다. 특히 고양시의 경우 글자 폰트뿐만 아니라 시 마스코트인 ‘고양고양이’ 캐릭터를 딩벳(기호, 아이콘 등 글자가 아 닌 이미지 폰트)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했다.

패러디로 놀자

광고 음악이나 영상도 오픈소스 마케팅의 대상이 된다. 다만, 무료배포가 핵심인 폰트 마케팅과는 형식 면에서 차이가 있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통해 패러디, 혹은 2차 가공물을 창조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의 사이다 브랜드인 스프라이트는 지난해 6월 ‘돌직구랩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자사와 유명 힙합 뮤지션 도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음원 ‘Sprite On You(스프 라이트 온 유)’를 듣고 어울리는 돌직구 가사를 ‘#스프라이트’, ‘#스프라이트돌직구’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것이었다. 하나의 비트에 래퍼가 쓴 다양한 가사를 입힐 수 있는 힙합의 특성이 반영됐다.

‘영어가 안되면 시원스쿨’이라는 CM송으로 유명한 시원스쿨은 해당 곡을 따라 부르는 패러디 영상을 공모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원본 CM송을 그대로 불러도 되지만 추가로 가사를 입힐 수도 있다. 

신세계의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의 경우 독특한 분위기의 영상과 ‘쓱’이라는 언어유희로 히트를 친 광고를 패러디하는 공모전에 나섰다. 영상 자체를 패러디하는 여타의 공모전과는 달리 해당 광고에 등장한 ‘ㅅㅅㄱ’라는 초성을 이용 해 다양한 카피를 창조해내는 형식이다.1만4000여건의 응모작들 가운데 SSG닷컴은 ‘상실감’ ‘싼거’ ‘술생각’ 등 총 5개 의 아이디어를 선정,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더빙과 카피를 입혀 2차광고로 제작했다.

▲ ssg닷컴은 광고패러디 이벤트에서 선정한 아이디어를 2차 광고로 제작했다.

소비자가 놀 수 있도록

자사의 제품 자체를 오픈소스 마케팅의 도구로 사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제품 패키지를 소비자가 즐겁게 갖고 놀 수 있도록 하는 형태다.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모인 창작물이 탄생하고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면 바이럴 마케팅 효과도 덩달아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빙그레는 지난해 5월 자사의 스테디셀러 제품인 ‘바나나맛 우유’의 패키지를 변경시켜 출시했다. 제품명에서 자음을 뺀 ‘ㅏㅏㅏ맛우유’라는 문구를 인쇄해 소비자들이 직접 채울 수 있도록 한 것. ‘반해라맛 우유’ ‘잘나가맛 우유’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속출했고 SNS를 중심으로 널리 회자됐다.

빙그레 관계자는 “소비자들을 능동적 참여자로 이끌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ㅏㅏㅏ맛우유’를 시도한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이같은 마케팅은 주로 온라인 이슈와 트렌디한 소비패턴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저비용 고효율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제품을 이용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 빙그레 'ㅏㅏㅏ맛 우유' 패키지(왼쪽)와 동아제약 박카스 이벤트.

동아제약은 박카스의 병과 병뚜껑을 활용한 작품을 모집하는 이벤트를 개최했다. 특정한 주제 없이 자유 형식으로 진행된 이벤트에서는 병을 곤충으로 변신시키고 뚜껑을 의인화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맥도날드 캐나다는 몇 해 전 대표상품인 빅맥의 레시피가 담긴 동영상을 온라인에 게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단순히 레시피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수석 셰프가 등장해 ‘쿡방’ 형식으로 소스 제조법을 공개했다. 맛의 비법이 핵심 기밀인 요식업계에서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발상이다.

이에 대해 최재원 교수는 “소비자가 직접 햄버거를 만들어보면서 빅맥이라는 브랜드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레시피를 공개했다는 화제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도미노피자의 모바일 앱 ‘마이키친’도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 앱을 구동하면 360도 영상 형식의 부엌이 등장하는데 사용자가 직접 피자를 만드는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 다양한 도우와 토핑을 선택해 ‘나만의 피자’를 제조할 수 있으며, 요리게임 형식이어서 즐거움은 더 커진다. 오픈 소스와 체험, 여기에 가상현실이라는 다양한 마케팅 요소가 결합한 셈이다.

브랜드 연관성이 관건

자발적인 바이럴 효과와 충성고객 확보를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픈소스 마케팅은 효용성이 크지만 유념해야 할 포인트도 분명 존재한다. 최재봉 대표는 “기업의 바이럴 영상을 보면 감동적인 스토리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정작 기업이나 브랜드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픈소스 마케팅 역시 아무리 크게 확산되더라도 자사의 이미지와 매칭되지 않으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철환 소장도 “기업이나 브랜드와의 연관성이 커야 마케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SNS를 통해 공유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소비자들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이를 매개로) 온라인 친구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래야 바이럴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교수는 “단순히 주목도를 높이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며 “오픈소스 마케팅의 중요한 목적은 자사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이해시키거나 말로는 전달이 쉽지 않은 아이덴티티를 공유하는 데 있다. 때문에 기존의 성공사례에 맞춰서 진행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김일철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어떠한 오픈소스를 제공하면 소비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그 니즈를 파악하는 전략 아래서 접근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은 또 다른 오픈 소스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한번 툭 던져보는 정도라면 단기 마케팅에 그칠 수 있다. 정교한 시장조사와 단계별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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