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변신…‘마켓셰어’에서 ‘라이프셰어’로
대형마트의 변신…‘마켓셰어’에서 ‘라이프셰어’로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7.02.1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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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고전 속 쇼핑·엔터 결합 흐름, “집객효과 매출 연결은 미지수”

[더피알=이윤주 기자] 오프라인 유통이 온라인과 모바일 채널로 빠르게 대체되면서 관련 업계는 소비자 체류시간 확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단순히 소비나 구매의 즐거움에서 벗어나 일상생활 콘텐츠를 공간에 녹이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관련기사: 놀고 먹고 사는 ‘쇼퍼테인먼트’

롯데마트는 고객 관심사를 기반으로 매장별로 카테고리에 대한 특화샵을 열어 ‘경험’을 제공한다. 룸바이홈키친(Room x Home Kitchen)은 주방용품 전문 매장으로 ‘맛있게 요리하고(쿡웨어), 맛있게 먹고(테이블웨어), 깔끔하게 정리한다(정리·수납용품)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비자가 걸어다니는 매장 동선에 따라 스토리가 연결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페이지그린(page green)의 경우 가드닝 관련 특화키트를 제공하면서 텃밭을 가꿀 수 있는 체험형 매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 롯데마트 '페이지그린'은 정원과 책, 커피숍이 합쳐진 공간이다. 뉴시스

롯데마트 관계자는 “요즘은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해짐에 따라 이들의 니즈에 맞게 상품을 제공하는 생활전문가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성을 가지고 상품을 진열해 경험을 주자는 취지로 특화샵을 시작했다”며 “기획의도가 저렴한 대량 제품에서 소비자 관심기반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처에 거주하는 고객타깃마다 콘텐츠도 달라진다. 가령 롯데몰 은평은 지난해 12월 ‘키즈파크’가 들어서는 등 대형 복합쇼핑몰로 꾸며졌다. 주변상권을 분석한 결과 미취학 아동와 초등학교 저학년이 타 지역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은평구 롯데몰 관계자는 “키즈카페 덕분에 고객수를 확보하는 1차 목표를 달성했지만, 관건은 이를 구매로 연결시키는 것”이라며 “이것이 모든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공간을 갖고 있는 오프라인 공간들은 불과 5~6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평효율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한 평의 공간에 이 상품을 진열했을 때 한 달에 얼마만큼의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느냐를 따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유통채널이 많아지고 경쟁이 심화되다보니 고객수 늘리기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몰 일렉트로마트 내 드론체험존. 신세계 제공

‘모바일’ 맞서 돌파구 찾기

그도 그럴 것이 온라인·모바일의 급성장으로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계는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월별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3·4분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1% 성장했다. 같은 기간 모바일을 이용한 쇼핑은 42.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최대 백화점업체 메이시스의 위축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메이시스는 올해 점포 68개를 닫고 1만여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지난해 700여개 매장 중 100곳을 폐쇄한 데 이은 두 번째 구조조정이다. 온라인 소비 패턴의 확산에 따라 백화점 실적이 하락세를 탄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른 국가의 오프라인 매장 역시 비슷한 운명을 맞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 미쓰고시백화점은 지방에 위치한 매장 4곳을, 영국 의류브랜드 막스앤드스펜서(Marks&Spencer)는 영국 내 매장 30개를 폐쇄했다.

글로벌 시장분석 전문회사 콘루미노 USA 조사결과 지난해 12월 아마존닷컴 등 온라인 쇼핑몰 수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1% 늘었다. 반면 이 기간 전체 오프라인 소매점 수익은 2.6%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내 업체들도 비슷한 처지다. 2000년 10조6000억원에 불과했던 대형마트 시장 규모는 2003년 19조2000억원까지 급성장하며 처음으로 백화점 시장 규모인 17조2000억원을 넘어섰으며 2008년에는 30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해 2013년부터 3년 연속 대형마트 시장의 성장률은 0.3~1.6%에 그쳤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평가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마트는 지난달 22일 올해 처음으로 신규 점포를 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신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만 3개 출범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역시 올해 신규매장 계획이 없다. 이미 오프라인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대형마트 규제가 더 강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온라인 쇼핑의 발달로 성장세가 둔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설상가상으로 오프라인만의 장점도 온라인에 빼앗길 처지다. 한 대형마트 홍보팀 관계자는 “얼마 전부터 마켓이나 온라인에서도 ‘신선도’를 내세우기 시작했다”면서 “이미 오픈마켓에 기저귀와 같은 효자상품을 모조리 빼앗겼고, 마지막 남아있는 오프라인의 경쟁력 ‘신선도’까지 뺏기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에 맞서기 위해 고객을 모으는 것이 중요해졌고 한 가지에 집중하는 특화몰이나 쇼퍼테인먼트가 뜨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서울 은평구 롯데몰 내 롯데월드는 놀이시설과 뮤지컬 쇼 등을 선보이는 어린이 전용 놀이공원이다. 뉴시스

반면 쇼핑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쇼퍼테인먼트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전적으로 서비스 차원이다. 소비자에게 만족감만 주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으면 매장들이 투자 대비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요새는 비슷비슷한 쇼퍼테인먼트 업체가 많이 생기는 레드오션이 돼 차별화를 꾀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무리하게 투자하면 비용 차원에서 상당한 출혈이 있을 수 있다”며 “집객에 따른 효과가 매출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새로운 것을 개발하면 경쟁사들이 금세 따라해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기 쉽지 않고 제작비용도 많이 든다는 우려도 있다.

반면 불황에 대비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시각도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예전엔 백화점을 비싼 물건만 파는 곳으로 여겨 돈이 없으면 아예 발길이 없었다”면서 “지금은 돈 없어도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가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편하게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면 불황의 대응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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