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백 마케팅의 허와 실
럭키백 마케팅의 허와 실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02.2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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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여는 성공 키워드 vs 브랜드 가치 떨어뜨려

[더피알=서영길 기자] 호기심을 자극해 소비심리를 부추기는 복불복 복주머니, 이른바 ‘럭키백(Lucky bag)’이 최근 마케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구 방법으로 통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럭키백’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봐도 줄잡아 20여군데 기업에서 럭키백 행사로 이목을 끌려 한다.

럭키백은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특별한 행운이 내게 올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갖게 하는 심리 마케팅의 일환이다. 국내에선 스타벅스로 인해 럭키백이란 용어가 익숙해졌다.

▲ 2017년 스타벅스 럭키백 내용물.

스타벅스는 올 초 1만2000세트 중 단 1000세트에 무료음료권 4매를 더 넣어 100명 중 1명 꼴의 구매자들에게만 특별함을 더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큰 액수는 아니지만 한정수량에다 제값 이상의 내용물이 들어 있다는 인식이 구매자들 사이에 퍼지며 스타벅스 럭키백은 매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업종을 불문하고 산업 전반에 걸쳐 럭키백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스타벅스의 이같은 성공이 기폭제가 됐다. 특히 식음료, 화장품, 쥬얼리 등 유통주기가 짧거나 유행을 타는 제품일수록 럭키백 마케팅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나름의 트렌드라지만 우후죽순격 쏟아지는 럭키백 마케팅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유행에 편승해 무턱대고 럭키백 마케팅에 주력한다면 해당 기업의 브랜드 가치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재호 동아대 경영학과 교수는 “럭키백 이벤트는 스타벅스나 애플 등 그 브랜드가 갖고 있는 고유의 가치나 이미지로 인해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 교수는 “스타벅스가 잘 되는걸 보면서도 같은 업계에 있는 엔제리너스나 탐앤탐스는 럭키백 이벤트를 왜 안하겠느냐”고 반문하며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로는 잘 안될 것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소비자들은 질보다 양을 더 넣는다고 해서 무조건 기분 좋은 행운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긴 불황의 터널, 행운에서 ‘탕진잼’으로

럭키백 마케팅이 소비자들의 닫혔던 지갑도 열 수 있다는 성공키워드로 부각되며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럭키(운)’라는 미명하에 재고로 내용물을 채우거나 제값에 턱없이 모자라는 제품들을 넣어 놓는가하면, 해당 업체와 관련 없는 품목을 제품으로 구성하기도 한다.

▲ 박스를 한 번 개봉하면 교환·환불이 안되는 점을 노린 럭키백 상술도 등장했다. 한 누리꾼이 럭키백에 속았다며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저가시계 모습.

실제로 럭키백 이벤트가 끝난 직후 중고 매물이 온라인에 고스란히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만큼 필요 없는 물건이 많다는 의미다. 한 소비자는 “유명 쇼핑몰에서 시계를 ‘랜덤박스’로 샀는데, 녹차 얼굴팩과 중국산 저가시계가 들어 있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았다”고 성토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박스를 한 번 개봉하고 나면 교환·환불이 안 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예상된 폐해라는 의견을 보였다. 김철환 적정마케팅연구소장은 럭키백을 상술로 악용하는 업체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라며 “자신이 호갱이 됐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럭키백 마케팅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봤다.

오창호 한신대 경영학과 교수도 “이미 일본에선 15년 전 나타난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유행 따라 반짝하고 소비자들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정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행운에 편승해 이뤄지는 마케팅은 지속되겠지만 표현되는 방식 즉 럭키백 같은 전략은 시대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요즘 소비자들은 일확천금은 아예 바라지도 않을 만큼 소박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현실가능한 것, 또 소소한 것에서 소비를 하고 감정을 쏟고 싶어 한다. 소비자들이 긴 불황을 겪으며 조금 덜 허황되게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재호 교수는 “예전엔 경기가 어려우면 로또 같은 큰 행운에 사람들이 눈을 돌렸다면, 지금 소비자들은 작은 행운에 가치를 두고 거기서 재미를 찾으려는 경향이 커졌다”며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인형뽑기’나 ‘탕진잼(탕진하는 재미)’ 놀이 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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